기사입력 2008.08.12 03:09 / 기사수정 2008.08.12 03:09
국내에서도 올림픽이 열리기 전까진 열기가 그리 뜨겁지 않았습니다. 지난 유로 2008과 비교해도 스포츠팬들의 관심에서 동 떨어져 있었던 이번 올림픽이 과연 어떤 결과를 낳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들었습니다.
우선 개막식의 볼거리를 떠나서 이번 베이징올림픽이 국내의 팬들에게 큰 관심을 받으려면 개인적으로 두 가지가 터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나는 10일 벌어질 남자수영 자유형 400m에서 박태환(19, 단국대)이 금메달을 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선수단의 경쟁 종목들이 몰려있는 4일까지 5개의 금메달을 따거나 그렇지 못하더라도 선전을 보이면 국민들의 관심사는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다행히 한국선수단은 오늘까지 4개의 금메달과 4개의 은메달을 획득해 중국에 이어서 종합 순위 2위에 올라있습니다. 내일부터 미국이 수영을 비롯한 종목에서 대거 메달을 획득하면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기에 저력의 러시아와 독일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좋은 성적과 더불어 한국을 들끓게 하는 선수는 누가 뭐래도 박태환입니다. 유도의 최민호와 남녀양궁대표팀 선수들, 그리고 펜싱의 남현희 등이 모두 선전해주고 인기스타로 부상했지만 박태환의 인기는 그야말로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박태환이 지금까지 출전한 경기들은 모두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수영의 강국인 미국의 관심사를 얻기 위해 수영 결승전을 오전 시간대로 대진시킨 점 때문에 이 시간대가 주는 핸디캡은 존재합니다. 만약 박태환의 경기가 황금시간대에 지정됐다면 지금보다 훨씬 높은 시청률이 나왔을 것입니다.
아무튼 박태환이란 최고의 스타를 배출해낸 이번 올림픽은 예전처럼 많은 이들의 관심을 이끌어냈습니다. 오늘 벌어질 자유형 200m는 박태환의 주 종목이 아니고 기록으로 볼 때, 우승 가능성은 400m 보다 훨씬 떨어집니다.
그런데 올림픽에서 나타나고 있는 박태환의 기량은 그야말로 ‘장난’이 아닙니다. 모든 구간에서 최상의 스퍼트를 내고 있으며 심적으로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뛰어난 기량을 가지고 있지만 나약하고 배짱이 부족해서 사라져간 선수들도 적지 않았는데 박태환은 강인한 정신력마저 갖추고 있었습니다.
국내언론들이 박태환과 늘 비교하는 선수는 ‘피겨 여왕’ 김연아(18, 군포 수리고)입니다. 모 광고회사를 통해 나타난 ‘여름 소년, 겨울 소녀’란 구절은 모든 포탈을 휩쓸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두 선수가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을 보고 훈훈했었지만 반면에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참, 독하면서도 포스가 넘치는 선수들’이라고 말이죠.
두 선수가 한국스포츠를 대표할 수 있었던 것은 타고난 재능과 피나는 훈련도 있었지만 이러한 힘든 환경을 이겨내는 강인한 정신력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연습 시에는 잘하다가도 실전에 들어서면 약해지는 선수들이 있습니다.
박태환과 김연아의 공통점을 찾으라면 둘 다 ‘실전’에 강하다는 것입니다. 필자는 400m 결승전을 비롯한 박태환의 경기들을 보고 자신을 컨트롤해내는 ‘신중함’에 놀랐었습니다. 특별한 자가 아니면 누구에게도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는 ‘강철 심장’을 보유한 여름 소년과 겨울 소녀는 대중들에게 환하게 웃으면서 답례하지만 그 안에는 어느 상황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인함’이 녹아 있었습니다.
두 선수의 공통점은 시상식에서도 나타납니다. 너무 기쁘지만 그것마저도 담담하게 소화해 내는 성숙함은 시상대 위에 올라갔을 때에도 드러나죠. 앞으로 박태환이 다음 올림픽에서 다관 왕에 오르고 김연아가 세계선수권과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다 하더라고 감격에 겨워 우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오늘 벌어지는 박태환의 자유형 200m 결승전은 여러모로 흥미진진한 경기입니다. 메달 권에만 진입해도 대성공인 박태환은 분명히 이보다 높은 목표로 임하고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물론 금메달이 아닌 어느 메달을 딴다 해도 박태환은 스스로에게 만족할 것입니다. 바로 자신의 기량과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올린 채, 베이징에 도착했기 때문입니다.
[조영준의 엑츠 올림픽와이드]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벌어지는 한국 팀의 경기와 전세계인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종목들을 전망해 보는 프리뷰
[사진 = 박태환 (C) 대한체육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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