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8.10 22:19 / 기사수정 2008.08.10 22:19
[엑스포츠뉴스=친황다오, 박형진 기자] 소탐대실(小貪大失). '작은 것을 탐하다 큰 것을 잃는다'는 성어는 바로 오늘 경기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이탈리아-온두라스전이 끝난 후 모든 관심은 세바스챤 지오빈코(21, 유벤투스)에게 집중되었다. 전반 41분 선제골로 팀 승리에 크게 기여한 지오빈코는 화려한 드리블 돌파로 온두라스 수비를 혼란에 빠뜨렸다. 이탈리아전을 준비하던 박성화 감독에게도 이 선수가 눈에 들어온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박성화 감독은 지오빈코를 막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세웠다. 올림픽대표팀의 주요전술인 4-4-2를 과감히 버리고 4-3-3 전술을 사용한 것이다. 이 전술은 컨디션이 좋은 신영록을 박주영, 이근호와 함께 활용하기 위해 꺼낸 전술이기도 했지만 이탈리아의 핵심 지오빈코를 막겠다는 의도가 강하게 배인 포석이었다.
4-3-3 전술을 사용하면 기존의 기성용, 김정우 외에 한 명의 중앙 미드필더를 더 투입할 수 있다. 박성화 감독은 이 자리에 오장은을 투입했다. 수비력이 좋은 오장은을 포백수비 앞에 배치해 지오빈코의 움직임에 대비하게 한 것. 오장은은 왼쪽을 파고드는 지오빈코를 막는 신광훈을 적절히 도우며 경기 초반 자신이 맡은 역할을 잘 수행하는듯 했다.
그러나 이탈리아에는 지오빈코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한국수비의 중심이 지오빈코 쪽으로 쏠리자 오른쪽의 쥬세페 로시와 중앙의 토마소 로키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중앙수비가 지오빈코의 돌파에 지나치게 신경을 쓴 나머지 로키와 로시에 대한 충분한 수비가 이루어지지 못했고, 수비 실책까지 겹치면서 전반 15분 로시에게 한 골을 허용했다. 로키의 슈팅을 걷어낸다는 것이 쇄도하던 로시에게 연결된 불운한 실점이긴 했지만, 좌우 수비의 균형이 깨진 것이 실점에 큰 몫을 했다.
전반 32분 로키의 골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탈리아의 좌우 윙백인 크리시토와 모따가 최전방까지 침투해 한국 수비를 흔들었고, 그 과정에서 중앙수비가 엷어지자 로키가 슈팅 찬스를 잡았다. 노련한 공격수 로키는 이런 찬스를 놓칠 선수가 아니었고, 결국 한국은 두 골을 실점하며 돌이키기 힘든 결과를 좌초했다. 후반 45분 몬톨리보의 골은 이탈리아의 대승을 마무리짓는 마침표에 불과했다.
실점을 막겠다던 박성화 감독의 호언장담은 결국 세 골을 허무하게 허용하며 '뻥'(?)이 되고 말았다. 박성화 감독은 21세 이하 대회를 직접 참관한 경험을 들며 이탈리아전을 잘 준비했다고 자신했지만, 와일드카드 로키의 실력과 특징을 간파하지 못하며 자멸하고 말았다. 로키가 출전하지 않은 첫 경기만을 보고 지오빈코에게 수비를 집중한 것이 결국 화근이 되고 말았다.
카메룬전에 이어 이탈리아전에서도 승리를 거두지 못하며 8강 진출에 '빨간불'이 켜진 박성화호. 박성화 감독이 다득점과 운이 필요한 온두라스전에는 어떤 전술로 나설지 주목된다.
[사진 : 5일 공식기자회견에서 이탈리아전 선전을 다짐한 박성화 한국 남자축구 올림픽대표팀 감독 (사진제공 : 골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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