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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츠 올림픽와이드] 이신바예바와 샤라포바의 엇갈린 명암

기사입력 2008.08.04 03:25 / 기사수정 2008.08.04 03:25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세계 스포츠를 주름잡는 여성 스포츠선수 가운데 러시아 선수들의 강세가 여러 종목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현 테니스 세계랭킹 2위에 빛나는 마리아 샤라포바와 '장대높이뛰기 신기록 제조기'인 엘레나 이신바예바는 러시아를 대표하는 여성스포츠인입니다.

이 두 선수가 나란히 올림픽에 출전하게 되면서 러시아 선수단은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개막식 때, 러시아의 깃발을 들고 입장할 기수의 선정에 대해서였습니다.

중국 올림픽위원회 측은 당초, 여자스포츠 선수들 중, 가장 많은 액수를 벌어들이는 샤라포바를 러시아의 기수로 선정해주기를 요청했습니다. 게다가 샤라포바 본인도 자신이 러시아 선수단의 기수가 되기를 강력하게 희망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선수단 측은 "테니스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어야 될 샤라포바가 국기를 들고 장시간 서있을 필요는 없다."라며 이러한 제의를 일축시켰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발표를 하기 전에 앞서, 이미 러시아선수단의 기수는 정해져 있다는 설이 흘러나왔습니다. 러시아 측이 이미 러시아 국기를 들고 가장 먼저 입장할 선수로 점찍어 놓은 이는 바로 '장대높이뛰기 여신' 엘레나 이신바예바였습니다.

이신바예바는 여자 육상선수들 가운데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고 참가하는 대회마다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수입니다. 그러나 벌어들이고 있는 수입과 세계적인 인지도를 따져보면 샤라포바에 비해 떨어져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샤라포바가 아닌 이신바예바가 러시아선수단의 기수가 된 배경은 두 선수에 대한 러시아에서에서의 '인지도' 때문이었습니다. 어린 시절에 미국의 플로리다로 이주해, 테니스 선수로 키워진 샤라포바는 태생은 러시아였지만 문화와 정서적인 측면은 거의 미국인에 가깝게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샤라포바의 주 활동무대도 미국이고 주거지 역시 미국입니다. 러시아 태생의 선수라고는 하지만 모든 면에서 미국인에 가깝던 샤라포바를 적지 않은 러시아인들은 달갑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테니스 국가대항전에서도 샤라포바가 자주 러시아대표팀에서 탈락됐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부분에 있었습니다.

프로선수들의 올림픽 출전이 이젠 보편화되고 있는 추세이지만, 샤라포바는 그 누구와도 달리 올림픽 출전에 대한 열망이 강했습니다. 실제로도 "메이저대회 트로피도 값지지만 올림픽 금메달이야말로 어려서부터 반드시 목에 걸어보고 싶은 것이었다"라고 밝혔습니다.



자신이 원했었던 기수 자리를 이신바예바에게 넘겨준 샤라포바는 다시 불행이 닥쳤습니다. 바로 어깨부상으로 인해 이번 올림픽에 참가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어깨의 뼛조각 두개가 떨어져 통증이 몰려와 베이징행 비행기에 오르지 못했던 샤라포바는 "메이저 대회는 매해 있는 것이지만 올림픽은 4년마다 한번 열리는 대회이다. 너무나 기다렸던 올림픽이었는데 하필 이 시점에서 부상이 생긴 것이 너무나 슬프다"라며 안타까움을 표명했습니다.

이렇게 불운이 겹친 샤라포바에 비해 이신바예바는 올림픽을 앞두고 두 번이나 세계신기록을 경신하며 잔뜩 물이 올라있는 상태입니다. 구소련 시절,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선수는 바로 '장대높이뛰기의 전설'인 세르게이 부브카였습니다. 연일 최고의 신기록을 갈아 치우는 그 모습에 많은 소련 국민들은 환호했었습니다. 구소련이 해체되고 우크라이나로 무대를 옮긴 부브카는 그곳에서도 국민적인 영웅으로 지금까지 남아있습니다.

이신바예바는 과거 영웅이었던 부브카를 연상시키기라도 하듯이 올림픽을 앞둔 현재까지 23번의 세계신기록을 줄줄이 갈아 치웠습니다. 여기에 이신바예바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실력도 뛰어나지만 평소의 매너 역시 좋기 때문입니다. 이신바예바는 늘 성실하고 겸손한 자세로 팬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와 러시아국민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2007 대구육상대회에 참가한 이신바예바는 당시 대구 동성로에서 가진 팬 사인회에서 모든 이들에게 일일이 웃으면서 싸인을 해, 한국 팬들에게도 많은 호응을 얻었습니다.

팬싸인회 뿐만이 아니라 기자 회견을 비롯한 모든 행사에서도 이신바예바는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았었습니다. 또한, 경기가 끝나고 나서 관중석으로 다가가 자신을 성원해준 팬들에게 유니폼과 모자를 직접 나눠주면서 답례해 많은 팬들의 환호를 받았었습니다.

물론 샤라포바도 가끔 돌출된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키기는 하지만 어린 꿈나무 선수들을 지원하는데 앞장서고 자신의 일에 전념을 다하는 성실한 선수입니다. 그러나 러시아국민들은  러시아인보다는 미국인의 정서가 강하며 때론 직설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는 샤라포바보다는 러시아에서 성장했고 최고의 위치에 있어도 늘 겸손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비추는 이신바예바에게 더욱 호감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번 올림픽에서 러시아 국민들이 가장 관심을 보이는 종목은 이신바예바가 24번째 세계신기록을 세우면서 우승하는지의 여부가 걸린 여자장대높이뛰기입니다.

사실 샤라포바는 자신이 러시아인임을 강조하는 발언도 했었습니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자신이 기수를 하겠다고 자청한 것은 러시아국민들에게 한걸음 더 다가서려는 그녀의 의지가 엿보이기도 한 대목입니다.

그런 면에서 샤라포바가 이번 올림픽에 부상으로 불참한 점은 많은 아쉬움을 남기게 됩니다. 샤라포바가 러시아 대표로 출전해, 조국에게 금메달을 안겨주었다면 러시아에서의 위상은 예전보다는 분명히 달라졌을 것입니다.


[조영준의 엑츠 올림픽와이드]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벌어지는 한국 팀의 경기와 전세계인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종목들을 전망해 보는 프리뷰

[사진 = 마리아 샤라포바, 엘레나 이신바예바 (C) 전현진, 남궁경상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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