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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인터뷰] 웨터 "'포스트 혁오' 보다 韓 록밴드 중심 되고파"

기사입력 2017.05.25 21:58

김미지 기자

[엑스포츠뉴스 김미지 기자] "신중현과 엽전들, 산울림, 부활, 시나위부터 크라잉넛, 노브레인까지. 분명히 우리나라에도 록이 중심인 때가 있었거든요. 다시 그때가 도래할 때, 밴드 웨터가 그 중심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웨터(wet+er)는 음악에 대한 갈망이 끝이 없는 밴드다. 이미 대중이 듣기에 완성적인 앨범을 내놓고서도 여전히 '아쉽다'고, '더 잘 만들 수 있었다'고 아쉬움을 털어놓으며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자평한다. 좋아서 시작했고, 여전히 멋있는 음악에 누구보다 진정성 있게 다가가는 '진짜' 밴드.

웨터는 wet과 er의 합성어로 '적시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음악으로 감성을 적시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보컬과 프로듀싱을 맡고 있는 최원빈을 주축으로 기타 채지호, 베이스 정지훈, 드럼 허진혁으로 구성된 4인조 밴드다.

웨터를 조금이나마 세상에 알렸던 곡은 첫 싱글 '후(Who)'. '나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떠들고 다니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음악'이라는 출발선에서 만들어진 '후'는 록 마니아들에게 색다른 공감과 통쾌함을 선사하며 호평을 받았다.

이후 6개월. 웨터는 지난 16일 6개월만에 첫 번째 미니앨범 '이상한 나라의 로맨스'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동명의 타이틀곡과 함께 '반대로', '후(리마스터 버전)', 'She tastes likes happiness', 'you' 등 총 6곡이 수록됐다.

특히 타이틀곡 '이상한 나라의 로맨스'는 이상하지만 중독성 넘치는 인트로로 시작한다.

"누구나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곡이에요. 반복되는 문구도 많이 나오고, 가사도 되게 일차원 적이죠. 인트로는 정지훈이 입으로 드럼을 친 것을 녹음해 담았어요."

인트로에 '이상한 말'이 있다고 하자 곧장 정지훈의 '입드럼'이라고 설명한 웨터는 "이상한 것이 맞다"며 "그렇게 받아들여주시는 것이 우리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자신들이 표현한 것을 그대로 받아들여줬다는 것이기에.


보컬이자 프로듀싱을 맡고 있는 최원빈은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힘들었던 일이 있었냐고 묻자 "힘들었던 일 밖에 없었다"고 답했다. 웨터가 꼽은 어려움은 경험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시행착오, 그리고 의견 대립에 있어 소모해야 하는 감정 등이었다.

"우리 손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고 싶었어요. 그런데 경험이 없어서, 시행착오를 많이 했어요. 심적으로도 많이 소비했고, 이것저것 많이 해보느라 오래 걸렸던 것 같아요."(최원빈)

"음악적인 견해로 싸우는 것이 제일 힘들었어요. 사실 남자 네 명이서 하는데 안 싸우는 게 더 이상하죠. 감정소모하는 부분들이 힘들었어요. 그러나 그 순간은 굉장히 힘든데 결과물로 봤을 때는 그런 과정의 영향이 있기 때문에 곡이 더 잘 나온 것 같아 좋아요."(정지훈)

"녹음 경험이 많이 없어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어요. 드럼은 녹음할 때 한번에 따야 하는데, 처음에는 30초씩 녹음했다가 연결이 안되는 바람에 아예 날린 적도 있어요. 체력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는데, 이건 저 뿐만 아니라 모두 다 겪었던 것 같아요."(허진혁)

"매일 밤 새는 것이 좀 힘들었던 것 같아요. 학교까지 병행을 하다 보니까 밤늦게까지 연습하고, 얼마 못자고 학교에 가서 수업을 받았죠. 사실 연습하느라 잠을 못자서 거의 학교에 못 가기도 했어요."(채지호)


여섯 곡이나 들어가는 첫 미니앨범이기에 싱글앨범보다는 완성하고 난 후 보람이 더욱 컸을 터. 따끈따끈한 앨범을 누구에게 먼저 보여줬냐고 물었다.

"가족한테 먼저 들려줬어요. 어머니가 피드백을 굉장히 잘해주시거든요. 어머니가 들어보시더니 '이게 뭔데'라고 하시더라고요. 원빈이 형 목소리가 나오니까 '네 목소리야?'라고 물으셔서 아니라고, 나는 기타를 치고 있다고 말씀드렸죠."(채지호)

"친구들한테 가장 먼저 들려줬어요. 그런데 '읽씹' 하더라고요. 말은 안 해도 그래도 다들 앨범이 나온 건 알고 있겠죠."(정지훈)

"제가 인천 사람인데, 그쪽 친구들에게 들려줬어요. 웨터 스타일 노래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아닌데, 오히려 '후'보다 좋다고 말해주더라고요. 좋은 소리 많이 해줬어요."(허진혁)

"저도 친구들한테 먼저 들려줬어요. 음악에 관심 없는 애들은 '내 취향 아니다'라고 말해줬는데, '우리나라에서 못 들어본 느낌이다'라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최원빈)

웨터는 밴드를 하고 싶었던 최원빈이 나머지 멤버들을 찾아다니며 결성됐다. 최원빈은 이를 두고 만화 '원피스' 같았다고 표현했다. 정지훈은 동네 친구, 허진혁은 대학교에서, 채지호는 회사에서 만났다고.

팀명은 여러가지 후보들 중에 고르게 됐다. 후보 중에는 '베짱이'도 있었고, 허진혁이 낸 '디지털 포트리스'도 있었다. '디지털 포트리스'가 강렬하다고 칭찬하자, 웨터는 "솔로 욕심이 있는 진혁이 솔로를 낼 때 이름으로 하면 되겠다"고 추천해 웃음을 자아냈다.


최근 인디신에서 주목받고 있는 밴드이기에, 웨터에게는 '포스트 혁오'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붙었다. 현재 인디밴드라는 틀 안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높은 인지도를 가진 밴드가 혁오이기에 붙여진 이름이었다.

"혁오밴드의 음악은 저희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좋아해요. 또 혁오밴드가 이 씬에 끼친 영향과 그들의 행보가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그런 수식어 자체가 어떻게 보면 되게 감사한 것 같아요. 다만 우리의 음악과 밴드가 가진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웨터 자체로 봐주시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요."(최원빈)

"지금 가요계는 힙합이 강한 시대거든요. 그런데 그 이전에 우리나라에도 밴드의 시대가 분명히 있었어요. 신중현과 엽전들, 산울림, 부활, 시나위부터 크라잉넛, 노브레인까지. 그리고 지금은 혁오밴드와 장기하와얼굴들 덕분에 다시 밴드 시대가 올 가능성이 생겼다고 생각하거든요. 웨터가 그 중심에 있었으면 좋겠어요."(정지훈)

웨터의 말대로 지금은 이 땅에서 밴드를 한다고 하면 가난하고, 배고픈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누구보다 꿈에 대한 열망이 높은 사람들이지만, 사람들에게 알려지기까지 다른 가요계 팀보다 더욱 높은 장벽이 있기 때문. 웨터 4인방은 어쩌다 밴드의 꿈을 꾸게 됐을까.

"어릴 때부터 '멋'에 관심이 굉장히 많았어요. 록페스티벌에 갔다가 뮤즈를 보게 됐는데, 내가 생각하는 가장 멋있는 직업이 밴드인 거예요. 사실 밴드를 하는 사람들은 음악이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왜냐하면 본인이 쓴 노래를 연주하고 부르기 때문에, 그게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거든요.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생각하는 가장 멋있는 직업이 밴드여서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최원빈)

"밴드로 성공한다는 것이 힘들고,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그냥 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저는 제가 나중에 밴드를 하고 있을 거라는 것이 쉽게 그려졌어요. 힘들다는 것은 당연한 거고, 힘든 것을 떠나서 내가 하고 싶은 것 그리고 표현하고 싶은 것을 추구하다보니 하고 있는 것 같아요."(정지훈)

"사실 록밴드를 좋아한 것이 아니어서, 밴드 문화를 잘 몰랐어요. 그러다 학교에서 원빈이를 만났고, 원빈이 덕에 밴드 음악을 알게 되고 그 매력에 빠지게 됐죠. 잘되고 안되고를 떠나서, 그냥 좋으니까 멋있으니까 하게 된 것 같아요."(허진혁)

"기타는 중3 때부터 쳤는데, 회사 들어오기 전까지 연주에 관심이 많아서 더 공부하려고 예술대학에 진학했어요. 그러다 회사에 들어와서 형들을 만나 많은 영향을 받았죠. 밴드 문화, 패션 그리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까지. 그때부터 밴드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 같아요."(채지호)

웨터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 멋있는 것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지금의 고생 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음악으로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록밴드'를 하고 있기에, 그리고 록의 시대에 중심이 되고 싶다는 희망찬 꿈을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마음가짐이었다.


웨터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많은 분들이 공연장에 오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또 하나. CD를 많이 사주셨으면 좋겠어요. CD 속지 안에 우리가 몇날 며칠을 생각하고 고민한 것들이 모조리 다 들어가 있거든요. 그리고 CD에서 옮기는 노래들이 훨씬 음질도 좋더라고요."(최원빈)

"공연을 보러 와서 현장감을 입체적으로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그냥 음원으로 듣는 것도 입체감이 있겠지만 공연장에 오셨을 때는 그 공간만이 줄 수 있는 체감을 느껴주세요. 꼭 우리 공연이 아니어도 괜찮으니 많이들 봐주세요."(채지호)

"아까 지훈이가 했던 이야기를 다시 한번 하고 싶어요. 웨터가 밴드 신의 중심이 되고 싶어요."(허진혁)

"일단 엄마, 아빠, 할머니 사랑해요. 라고 전하고 싶어요. 그리고, 웨터가 진짜 밴드신의 중심이 될지 지켜봐주셨으면 좋겠어요."(정지훈)

am8191@xportsnews.com / 사진=맵스엔터테인먼트

김미지 기자 am8191@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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