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칸(프랑스), 김유진 기자] 홍상수 감독의 20번째 신작 '클레어의 카메라(Claire's Camera)가 칸국제영화제를 통해 첫 공개됐다. 담담하게 그려내는 이야기 속에 묻어 있는 홍상수식 화법에 현장에 자리한 전 세계의 취재진이 웃음꽃을 피웠다.
제70회 칸국제영화제 스페셜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클레어의 카메라'는 21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발 살 브뉘엘 극장에서 상영됐다.
오전 11시 취재진을 대상으로 한 프레스 스크리닝을 앞두고 극장 앞에는 한 시간 전부터 전 세계의 기자들이 모여들었다. 400석이 넘는 규모의 극장은 조금의 빈 자리만 남겨둔 채 구석구석 들어찼다.
'클레어의 카메라'는 정직을 이유로 카페에서 해고 당한 만희(김민희 분)가 사진을 찍는 클레어(이자벨 위페르)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가 담기는 것으로 전해졌었다. 지난 해 5월 칸에서 약 2주간 촬영된 작품이다.
실제 공개된 '클레어의 카메라'에서 만희는 영화 세일즈사 직원으로 등장한다. 만희는 회사의 대표 양혜(장미희)에게 "정직하지 않다"는 이유로 해고당한다. 양혜는 완수(정진영)과 연인 관계였고, 우연히 완수와 하룻밤을 보내게 된 만희를 질투해 해고시킨 것이었다.
파리에 사는 클레어는 칸을 찾았다가 만희, 양혜, 완수 모두와 마주치게 된다. 클레어는 이들의 사진을 찍었고, 세 사람과 각각 이야기를 나누다 이들이 서로 얽혀 있는 관계임을 알게 된다.
영화는 시종일관 나른한 듯 잔잔하게 이어진다. 전작의 홍상수식 영화의 흐름들과 궤를 같이 한다. 러닝타임이 비교적 짧은 것으로 유명한 홍상수의 작품 중에서도 69분이라는 유독 짧은 시간을 보인다.
김민희는 영화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며 담담한 얼굴을 다시 내비쳤다. 클레어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 등 대부분의 대사를 영어로 소화했다. 이자벨 위페르는 해고당한 만희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클레어를 신비로운 느낌으로 스크린에 그려냈다.
틈틈이 이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들, 유머러스하게 흘러가지만 의미심장한 대사들에서는 객석에 자리한 해외 취재진들이 소리내는 웃음소리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양혜에게 일방적으로 해고를 통보받은 만희가 "이별 기념으로 사진 한 장 찍어요. 짤린 기념으로 한 장 찍어도 좋을 것 같아요"라며 휴대전화 카메라를 들이대는 장면, 완수가 양혜에게 만희와의 밤을 얘기하며 "인생의 95% 실수는 술 때문이지"라고 말하는 장면서는 크게 웃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카페에서 우연히 만나 자리에 함께 하게 된 완수와 클레어가 어색하게 나란히 앉은 가운데, 자신을 영화감독이라고 소개하는 완수를 ''구글'에서 검색할 수 있냐'고 묻는 클레어의 대사에서도 웃음이 연발했다.
여기에 완수가 숏팬츠를 입은 만희를 향해 "남자들의 눈요깃감이 되고 싶냐. 스스로를 눈요깃감으로 전락시키고 싸구려 호기심의 대상이 되고 싶냐"면서 "너 정말 예뻐, 넌 정말 예쁜 영혼을 가졌어. 잘났든 못났든 네가 가진 그대로 살아. 뭘 홀리려고 하지 말고"라며 화를 내는 완수의 대사도 다시 한 번 뇌리에 각인된다.
"정직은 아주 귀한 것이다"라고 말하는 양혜, "있는 그대로 살라"는 만수, 또 "제가 부정직하다고 생각하냐"고 되묻는 만희 세 사람의 미묘한 관계가 시선을 붙든다.
프레스 스크리닝에 앞서 공식 포토콜을 가진 홍상수와 김민희는 이날 오후 7시 30분 살 브뉘엘 극장에서 열리는 공식 상영회를 통해 레드카펫에 모습을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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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