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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in 칸:옥자] 소녀와 동물의 교감…감성과 메시지의 공존 (리뷰)

기사입력 2017.05.22 06:40 / 기사수정 2017.05.22 00:01


[엑스포츠뉴스 칸(프랑스), 김유진 기자]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는 제목부터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봉 감독에 말에 의하면 '가장 극한으로 촌스럽게 붙이고 싶었던' 주인공의 이름이었다. 베일을 벗은 옥자는 돼지와 하마를 합친 듯한, 수줍고 순한 눈망울을 가진 거대 동물이다.

옥자는 강원도 산골 소녀 미자와 함께 하며 돈독한 정을 나눈다. 소녀와 동물의 교감 속에이들의 사랑과 모험이 펼쳐지고, 봉 감독이 전하려 했던 메시지들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옥자'는 지난 17일 개막한 칸국제영화제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최초로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리며 19일 공식 상영회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됐다.

앞서 봉 감독이 '설국열차'(2013) 이후 차기작으로 '옥자'를 준비한다고 했을 때 '옥자'라는 제목의 뜻부터, 그 안에 담겨질 내용까지 모든 것이 화제의 중심이었다.

영화는 2007년 뉴욕, 글로벌 식품회사인 미란도의 최고경영자 루시 미란도(틸다 스윈튼 분)가 '슈퍼돼지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화려하게 프레젠테이션에 나선 모습으로 시작한다.

10년 뒤, 전 세계 26개 나라의 농부에게 분양된 슈퍼 돼지 중 한 마리가 강원도 어느 산골 소녀 미자(안서현), 또 미자의 할아버지 희봉(변희봉)과 하께 살고 있다. 이 돼지의 이름은 옥자. 이들은 눈만 바라봐도 서로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친구, 자매, 또는 엄마와 딸 같은 돈독함을 자랑한다.

물리적인 한계가 없을 것만 같은 씩씩함을 보여주는 미자는 옥자와 귓속말, 몇 번의 쓰다듬기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 벌떡 일어나 미자를 품 가득 안아주는가 하면 절벽에 떨어진 미자를 구하기 위해 주변을 살펴 기지를 발휘하는 모습까지, 사람이지만 동물 같은 면이 있는 미자와 동물이지만 사람 같은 면이 있는 옥자의 우정은 위기가 거듭될수록 뭉클함을 자아낸다.


이들에게 어느 날 미란도의 동물학자 죠니 윌콕스(제이크 질렌할)를 포함한 직원들이 다시 나타나 옥자를 뉴욕으로 데려간다. 미자는 옥자를 구하기 위해 뉴욕으로 떠나고, 이 과정에서 자신들의 작전 수행을 위해 옥자를 필요로 하는 비밀 동물 보호 단체 ALF까지 엮이며 긴장감을 더한다.

봉 감독은 "우리가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데, 살면서 느끼는 즐거움도 있지만 힘들고 피곤한 고통도 많다. 동물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동물도 자본주의 시대를 살고 있다"며 '옥자'를 통해 동물과 생명, 자본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다고 말한 바 있다. 미자에게는 소중한 인생의 동반자이지만, 미란도에게 옥자는 하나의 상품일 뿐이다. 또 ALF에게는 옥자의 구출이 자신들의 이상의 실현인, 각자 다른 관점들이 존재하고 있는 형태다.

봉 감독은 이런 상황들 속에서 동물에게 오는 피로와 고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생각을 깨운다. 후반부 극에 등장하는 도축장 장면 등은 편하게 다가오지 않지만, 이는 자본주의 사회의 현 모습을 여실히 드러내주며 메시지를 안긴다. 강원도 산골에서 출발해 뉴욕까지 누비게 된 어린 소녀 미자가 미란도 사람들과 만나 겪는 일들의 시간 흐름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는 칸국제영화제에서의 공개 후 다양한 평가를 받고 있다. 단순한 플롯이지만, 인간과 동물의 교감이라는 부분으로 감성적인 부분을 충분히 담아내면서 말하고 싶었던 메시지까지 어렵지 않게 담아냈다.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영화'라는 매개체의 장점을 십분 살린, 미자와 옥자 못지않은 봉 감독과 관객의 또 한 번의 교감이 기대를 모으는 부분이다. 러닝타임은 118분이며, 오는 6월 29일 넷플릭스를 통해 190개국에 공개된다. 국내에서도 같은 날 개봉한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넷플릭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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