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7.20 00:39 / 기사수정 2008.07.20 00:39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19일 오후에 벌어진 ‘현대카드 슈퍼매치 Ⅶ - 슈퍼스타즈 온 아이스’ 공연은 한국 피겨의 상징인 김연아(18, 군포 수리고)가 출전하지 않은 대회였습니다. 그리고 아사다 마오와 안도 미키 등의 외국 선수들이 메인을 장식하는 점 때문에 적지 않은 피겨 팬들에게 외면을 받은 듯 했지만 현장에서 느낀 열기는 김연아가 메인선수로 출전한 ‘페스타 온 아이스’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아사다 마오와 안도 미키 등이 참가해서 일본에서 건너온 열성적인 피겨 팬들도 상당수 존재했지만, 잠실학생체육관을 가득 메운 6000여명의 피겨 팬들의 열기는 뜨거웠습니다.
이번 ‘슈퍼스타즈 온 아이스’ 공연의 성공은 2002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알렉세이 야구딘(러시아)과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챔피언인 예브게니 플루센코(러시아), 그리고 현역 남자 싱글 최고의 인기 선수들인 제프리 버틀(캐나다)과 스테판 랑비엘(스위스), 그리고 이반 라이사책(미국) 등의 남자 피겨 선수들의 명연이 가장 큰 공헌을 했습니다.
김연아로 일기 시작한 ‘피겨의 대중화’는 피겨 팬들에게 다른 선수들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으며 다이내믹하고 경쾌함이 넘치는 남자 피겨선수들의 인기도 급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김연아의 뒤를 잇는 유망주들에 대한 관심도 깊어져가고 있습니다. 이번 아이스쇼에 참가한 곽민정(14, 평촌중)은 한층 성장한 기량을 선보여 많은 팬들을 흡족하게 만들었습니다.
김연아를 제외한 공연이라는 점에서 많은 우려가 나타났지만 결과는 ‘페스타 온 아이스’에 버금가는 열광적인 환호를 얻어냈습니다. 간단하게 생각해보면, 이제 피겨스케이팅은 한국에서 더 이상 ‘변방’있는 종목이 아닙니다. 이러한 ‘피겨 열풍’을 발판삼아 일본에 버금가는 ‘피겨 강국’이 되기 위해선 지금부터 ‘체계적인 행정’과 ‘실천’이 뒤따라야 합니다.
우수한 인재들을 육성해 국내피겨대회의 경쟁력을 높여나가야 된다.
‘슈퍼스타즈 온 아이스’공연의 오프닝은 한국피겨스케이팅의 유망주들의 합동공연으로 막이 올랐습니다. 한국에서 피겨스케이팅이 폭발적인 관심을 얻어온 과정은 김연아의 전폭적인 가치와 인기 때문이고 ‘페스타 온 아이스’와 ‘현대카드 슈퍼매치’같은 아이스쇼를 통해서 팬들에게 열렬한 호응을 얻어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팬들의 관심을 증폭시키고 가능성을 확인했다면 남은 것은 한국피겨의 근간을 이룰 ‘밑바탕’부터 철저하게 다져나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제2의 김연아’ 프로젝트를 통해서 많은 유망주들을 발굴하고 있지만 이 선수들이 훈련하는 시스템과 환경은 좀처럼 발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대대적인 피겨의 행정을 수행해나갈 전문 인력들의 양성입니다. 이러한 인력을 키우기 위해선 정부차원에서 발 벗고 나서야 합니다. 또한 한국스포츠 종목들 중, 가능성이 보이는 종목을 찾는다면 ‘피겨스케이팅’은 앞으로도 충분히 비전이 보이는 종목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행정적인 역량을 수행하기에 앞서 한국스포츠 전반에 걸쳐 퍼져있는 ‘피겨에 대한 인식의 무지’를 벗어나야 하는 점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아직도 김연아와 왜 ‘점프의 교과서’로 불리고 있으며 한국의 언론들보다 해외의 외신들이 김연아의 가치와 기량을 더욱 명확하게 평가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할 것입니다.
김연아가 가장 정석적이고 군더더기 없는 점프를 구사하고 있는 것은 익히 알려졌던 점이지만 아직도 일부 국내의 언론들은 ‘트리플 악셀’이란 기술을 잣대로 일본의 아사다 마오가 김연아보다 점프를 더 잘하는 선수로 여기고 있습니다.
또한 피겨스케이팅의 거센 물결은 김연아란 선수가 사라진다면 일시에 없어질 것이라는 잘못된 편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김연아는 지금보다 더욱 장기적으로 활동할 선수이며 그 뒤를 잇는 윤예지(14, 과천중)와 곽민정, 그리고 김현정(16, 군포수리고)같은 유망주들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점을 감안해야 한국 피겨의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부분은 핸드볼과 양궁, 태권도 등과 마찬가지로 ‘피겨스케이팅’은 한국선수들이 국제적으로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종목이라는 것입니다. 게다가 피겨와 관련된 여러 가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선 피겨스케이팅의 인기가 날로 치솟고 있습니다.
이렇게 가능성이 드러나면 집중적인 관심과 투자가 뒤따라야 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한국의 피겨스케이팅은 체계적인 행정력과 마인드를 가지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저 아이스쇼로 일시적인 흥행과 관심에만 재미를 보고 넘어간다면 현재 불고 있는 ‘피겨 열풍은’ 순식간에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피겨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팬들은 다음달 초에 벌어지는 주니어 국가대표 선발전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여자 싱글 주니어부의 라이벌인 윤예지와 곽민정, 그리고 김현정의 경쟁이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국내에서 유망주와 라이벌들이 많이 생기게 된다면 자연적으로 국내 피겨대회에도 팬들의 관심이 따르게 됩니다.
그저 잘하는 선수들만 챙기려고 하지 말고, 조금이라도 재능이 있으며 피겨에 대한 열의가 가득한 선수들이 있다면 이들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후원해주고 많은 경쟁자들이 참여해서 국내대회의 질을 높여나갈 수 있는 길을 열어나가야 합니다.
기회는 자주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지금 찾아온 기회를 놓치면 평생 후회할지도 모른다.
유망주들이 많이 배출되었다면 그 선수들이 훈련에 집중할 수 있는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뒤따라야합니다. 쇼트트랙 선수들과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함께 훈련하며 이른 아침과 밤늦은 시각에 링크장을 대여해서 훈련하는 악습은 하루빨리 사라져야합니다.
그러려면 피겨전용링크의 건립이 우선적으로 필요합니다. 또한 늘 경제적인 어려움을 감안하면서 피겨에 매달리는 선수들과 가정에 대한 지원도 지금보다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번 아이스쇼에 참가한 일본의 아사다 마오는 한해 들어오는 지원금이 무려 25억을 초과하고 있습니다. 아사다 마오가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러한 지원과 관심 속에서 세계랭킹 1위에 오르지 못한다면 그것도 이상할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김연아의 작년 한해 지원금은 7,000만원 정도였습니다. 마오와는 도저히 비교조차 되지 못하는 것이며 지금의 위치에 오기까지 갖은 어려움을 안고 걸어온 김연아를 생각한다면 세인들의 말 그대로 ‘기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제2의 김연아’만을 바라며 선수들의 재능에만 초점을 맞춰서도 안 됩니다. 선수들의 기량과 이것을 지탱해 줄 환경은 비례관계에 있습니다. 다른 프로종목들이 투자를 하면 성적이 좋아지듯 피겨선수들도 관심과 든든한 지원으로 뒷받침해줘야 비로소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작년과 올해로 접어들면서 최고조에 달한 ‘피겨열풍’ 유지해나가려면 이제부터 부지런히 움직여야 합니다. 모처럼 찾아온 기회는 다시 찾아오기 힘듭니다. 야구딘과 플루센코, 그리고 버틀과 랑비엘 등이 보여준 환상적인 연기에 넋만 잃지 말고 그 빼어난 연기가 보여주는 교훈을 되새길 줄 알아야합니다. ‘저들이 할 수 있는 것을 김연아가 했듯이 한국의 다른 선수들도 충분히 할 수 있다.’라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한국 피겨의 저변을 넓혀나가야 할 것입니다.
[사진 = 제프리 버틀, 김나영, 아사다 마오 (C) 남궁경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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