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주애 기자] 대한민국 대표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웃음을 잃었다. 연 이은 논란에 몸살을 앓고 있는 것.
우리나라 코미디 프로그램은 약 반백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텔레비전의 보급이 확산되던 1969년 MBC '웃으면 복이와요'를 시작으로, '유머 일번지', '쇼 비디오 쟈키', '오늘은 좋은날', '한바탕 웃음으로', '웃으면 좋아요' 등 다양한 코미디 프로그램이 국민의 곁을 지키며 웃음을 전달해왔다.
시청자에게 건강한 웃음을 제공하는 건 지상파 방송국의 의무 중 하나처럼 여겨졌고, 방송국들은 자사 소속 개그맨을 공개 채용으로 뽑으며 이 명맥을 유지하려했다.
그러던 중 1999년 KBS 2TV '개그콘서트'의 등장으로 코미디 프로그램은 꽁트 형식에서 스탠딩 형식으로 변화를 도모한다. 이에 MBC와 SBS도 스탠딩 형식으로의 변화에동참했고, MBC는 '개그야'를 SBS는 '웃음을 찾는 사람들'을 출범시킨다. 이후 세 프로그램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발전해왔다.
그렇게 '개그콘서트'가 900회를 맞이하며, 대한민국 최장수 코미디프로그램이 된 지금. 코미디 프로그램이 전반적인 위기를 겪고 있다. 사실 위기는 이전부터 지속되어 왔다. 이제서야 상처가 드러난 것 뿐.
'개그콘서트'는 900회를 특집을 기념하는 기자간담회에서 '개그콘서트의 과거'를 자랑하기보다 '개그콘서트의 미래'를 걱정했다. 한때 30%를 육박하던 '개그콘서트'의 시청률은 한자릿수까지 추락한지 오래다. '개그콘서트' 제작진 및 개그맨들 역시 이를 인지하고 있었고, 이들은 900회를 기점으로 완전히 변화하는 '개그콘서트'가 될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그 900회 특집은 누구를 초대하고 누구를 초대하지 않았냐로 엉뚱한 논란을 불러 일으켰고, 결국 900회 특집의 의미는 퇴색된 채 모두에게 상처를 안겨주게 됐다.
그런가하면 '웃찾사'는 지난 3월 '웃찾사-레전드 매치'로의 변화를 통해 재미없는 코너는 잘라버리는 강수를 뒀다. 매주 우승 코너를 꼽아 시즌 종영 후 왕중왕전을 통해 가장 재미있는 레전드 코너를 가린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마저도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3%대를 시청률을 유지하며 쓸쓸한 종영을 기다리고 있다.
코미디 프로그램은 몰락하고 있지만, 이는 시청자들이 웃음을 외면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더욱 다양한 창구를 통해 새로운 유머 자원들을 발굴하고 거기서 재미를 얻곤 한다. '개그콘서트'가 꽁트형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스탠딩 코미디로 새로운 방향성을 찾아낸 것처럼, 현재 코미디 프로그램에도 새로운 혁신이 필요하다.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싶다"는 아름다운 꿈은 어떤 형태로든 이어져야 한다. 그렇기에 '웃기지 못하니 사라져라'는 질책보다, '다시 한 번 웃겨달라'는 격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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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애 기자 savannah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