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축구명문으로 꼽히는 고교는 여럿 있다. 부평고, 안양공고, 대신고, 금호고 등을 비롯하여 강릉에는 강릉농고와 강릉제일고가 있다. 명문고를 통하여 한국 축구를 빛낸 선수들은, 부평고에는 이천수(누만시아) 최태욱(시미즈) 김정우(울산) 김승용(서울) 등을 배출했고, 안양공고에는 조윤환(전북 감독) 이영표(PSV 아인트호벤) 김동진(서울) 등을 배출했다. 그 외에도 여러 고교에서도 배출 되었다.
그중에서 부산에 소재하는 또 다른 축구명문 고교인 동래고는,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 최정상급 수비수들이 꾸준히 배출 되었다. 공격수 최용수(주빌로)와 미드필더 노병준(전남) 등도 동래고 출신이지만, 유독 한국 최정상급 수비수들이 동래고 출신에서 많이 배출 되었다. 선배들에 이어 한국 최정상급 수비수로 도약하는 현역 수비수들도 있다.
역대 동래고 출신 한국 최정상급 수비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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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 교수의 수원 감독 시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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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수원삼성 블루윙즈 |
K리그의 명문 수원의 원년 감독으로서 1996년부터 2003년까지 8시즌 동안 14번의 우승을 이끈 김호 숭실대 교수는 동래고 출신 수비수다. 1960년대에 김정남 울산 감독 등과 함께 한국 국가대표팀의 수비 라인을 튼튼히 지킨 김호 교수는, 몸싸움이 뛰어난 수비수 출신으로 알려졌다. 특히 상대팀 공격수를 마크하는 대인방어가 철저했다.
김호곤 전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김호 교수에 이어 1970년대에 한국 국가대표팀의 수비 라인을 지킨 동래고 출신 수비수다. 1971년부터 1979년까지 국가대표팀의 수비수를 맡았고, 1975년 이후에는 화랑팀(국가대표팀 1진)의 주장까지 맡았다. 지능적인 수비력을 과시하여, 한국 수비진을 지켰다.
동래고 출신 수비수이자 미드필더였던 박성화 청소년 대표팀(U-20) 감독은 1980년대에 한국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K리그가 출범한 1983년에 원년 MVP를 차지했으며, 할렐루야 소속 이었던 1983년과 1984년에 K리그 BEST DF 부문에 2회 연속 선정 되었다. 포항제철(현 포항)에서 활약한 1986년에 모범상을 수상했고, 1986년까지 K리그 통산 82경기에 출전하여 9골 4도움을 기록했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 국가대표팀과 K리그에서 뛰어난 수비력을 과시한 정용환 신흥고 감독도 동래고 출신 수비수다. 대우(현 부산)에서 활약한 1984년부터 1994년까지 K리그 BEST DF 부문에 3차례(1984, 1987, 1991년) 선정 되었고, 소속팀 대우가 정규리그에서 우승을 거둔 1991년에는 K리그 MVP까지 수상했다. 168경기 출전한 K리그에서는 9골 5도움을 기록했다.
월드컵에 출전한 경력도 있다. 한국이 1954년 이후 32년만에 월드컵 본선에 출전한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한국이 출전했던 3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는 1경기에 출전했다.
또 다른 동래고 출신 수비수 최영일 전 동아대 감독은 1990년대에 국가대표팀에서 투쟁심이 강한 수비력을 과시했다. 상대팀 공격수를 거칠과 끈질기게 마크한 스토퍼로서, 국내 축구팬들에게 익숙한 일본 최고의 공격수 미우라 가즈요시를 꽁꽁 마크하여, 공격력을 철저하게 봉쇄시킨 수비수로 명성을 높였다.
울산 등에서 활약한 최영일 전 감독은 1995년과 1996년에 K리그 BEST 11 DF 부문에 선정 되었고, 1989년부터 2000년까지 266경기에 출전하여 3골 6도움을 기록했다.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한국이 출전했던 3경기에 모두 출전했으며,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네덜란드전에 출전한 경력이 있다. A매치에서 55경기에 출전한 기록이 남아 있다.
김치곤과 박준홍도 동래고 출신 수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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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치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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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FC서울 |
동래고 출신의 한국 최정상급 수비수들이 있었다면, 현재 K리그에서는 선배들에 이어 한국 최정상급 수비수로 도약하려는 동래고 출신의 수비수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의 김치곤과 부산의 박준홍을 꼽을 수 있다.
그 중에 현 국가대표팀의 수비수 김치곤은 2003년 세계 청소년 대회(U-20)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본선에서 주전 수비수로 출전한 경력이 있다. A매치에서는 3경기에 출전했고, 꾸준히 국가대표팀 명단에 포함되고 있다. 서울의 붙박이 주전 수비수로 활약중인 김치곤은, 국가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에서 종종 불안한 수비력을 펼쳤다. 그러나 K리그 내에서는 대인방어를 통한 안정된 수비력을 과시했다.
김치곤은 상대팀 공격수를 끈질기고 악착같이 견제할 수 있는 강인한 수비력을 갖추었다. 상대팀 선수가 골을 넣을 수 있는 결정적인 슈팅을, 몸을 날려 막아내고자 하는 투지가 돋보이는 수비수다. 대담함이 돋보이고, 상대팀 선수에게 밀리지 않으려는 근성까지 돋보인다. 크로스는 예전보다 더 향상 되었고, 공중볼 다툼에서 상대팀 선수에게 잘 밀리지 않는다.
2002년부터 K리그에서 활약한 김치곤은 2004년까지 3시즌 동안 53경기에 출전하여 1골을 기록했다. 2002년 7월 28일 울산전(1:1)에서 헤딩 동점골을 멋지게 기록한 이후, 본격적으로 축구팬들에게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작년 12월 20일에 광주를 K리그 연고지로 하는 상무에서 제대한 수비수 박준홍도 대인방어에 능하다. 15경기에 출전한 2004년에는 김영철(현 성남), 서덕규와 함께 주전 3백 라인을 구축했다. 출전수가 적지만, 광주의 왼쪽 수비를 튼튼히 지켰다. 2003년에는 20경기에 출전했고, 2001년부터 지금까지 4시즌 동안 52경기에 출전했다. 김용희가 상무에 입대한 부산에서 주전 수비수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
K리그 내에서의 활약과 대표팀 내에서의 차출 빈도를 살펴보면, 박준홍 보다는 김치곤이 더 우세하다. 22세의 젊은 수비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K리그와 국가대표팀에서 맹활약 펼칠 수 있는 잠재력이 풍부하다고 볼 수 있다. 동래고 출신의 김호 숭실대 교수와 김호곤 전 올림픽 대표팀 등과 함께 한국 최정상급 수비수 대열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이상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