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사랑해요 당신. 흔한 단어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자주 하지 못하는 말이 아닐까. 곁에 있는 가족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막상 살다 보면 무감각해진다. 항상 옆에 있을 것 같은 사람이 이젠 내 곁을 떠나려 할 때야 그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깨닫게 된다.
연극 ‘사랑해요 당신’은 당연한 거로 느꼈던 가족의 사랑과 의미를 다시 한번 곱씹게 하는 작품이다. 아내와 자식들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지만 마음과 다르게 항상 퉁명스러운 남편이 아내가 치매증상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변화하는 과정을 담아낸다.
아담한 집안을 배경으로, 45년째 결혼생활 중인 중년 부부의 일상적인 대화가 오고 간다. 한때 외교관이 꿈이었지만 평범한 주부로 살아온 아내는 남편에게 여행을 가자고 노래를 부른다. 하지만 남편은 이를 시큰둥하게 넘긴다. 오히려 짜증이 늘었다고 타박한다. 아내는 그런 남편에게 “무관심이 늘었다”며 섭섭해한다.
그러다가도 남편은 아내를 위해 예쁜 옷을 선물하고 아내는 작은 선물에도 소녀처럼 기뻐하는 등 여느 부부의 모습을 보인다.
건강할 것만 같은 아내에게 치매 증상이 온다. 틈만 나면 집을 나가고 아들도 몰라본다. 주위에서는 요양원에 보내라고 하지만 남편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아내의 손을 놓지 않는다.
말미에는 가족 간에 소통이 없어진 이유가 나온다. 원리원칙만 지키는 고집 센 우리네 아버지 세대의 전형을 보여주지만, 남편의 진심은 그렇지 않다. “언제나 건강한 모습으로 내 곁에 머물지 알았다”며 안타까워하는 남편, 그리고 감정표현에 인색했던 남편을 이해하는 아내의 모습은 담담해서 더 먹먹하고 가슴을 울린다.
많은 이들이 사랑하면서도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것에는 어색해한다. 이 극은 망설이지 말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도록 하는 작품이다. 연극을 보고 난 뒤 옆에 있는 이에게 한마디 건네는 건 어떨까. “사랑해요 당신”이라고.
베테랑 배우들을 브라운관이 아닌 연극 무대에서 생생하게 볼 수 있는 재미가 있다. 이순재, 장용, 정영숙, 오미연, 문용현, 김동규, 서상원, 김민채, 문고운 등이 무대에 올라 감동을 선사한다.
이순재는 무뚝뚝한 남편에서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담담히 고백하며 변화하는 한상우 역을 맡았다. 정영숙은 여행을 좋아하지만 이를 진지하게 듣지 않는 남편 때문에 속상해하고 자식들과 왕래가 부족해 외로워하는 주윤애를 연기한다. 감정 변화를 자연스럽게 보여주며 애잔한 부부 케미스트리를 발산한다.
28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그린씨어터에서 공연하며 6월에는 대구 공연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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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