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2-02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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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호랑이와 이빨빠진 사자가 15회까지 연장혈투를 벌이다

기사입력 2008.07.07 13:26 / 기사수정 2008.07.07 13:26

김도광 기자

5시간이 넘도록 계속된 혈투. 늙은 호랑이와 이빨빠진 사자는 그렇게 오래도록 서로를 물고 물었다. 비록 중원의 패권은 용과 ,곰 그리고 거인과 독수리에게로 넘어갔다지만 지난날 중원을 호령했던 자존심마저 버린 것은 아니었다. 건재함을 과시하기에는 노쇄함이 너무 뚜렷해 보이지만 아직 타격을 입힐만큼의 힘이 남아 있었고 비록 이빨은 빠졌어도 발톱은 남아 있었다. 그렇게 그 둘은 오래도록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있었다.

늙은 호랑이는 그동안 뒷방신세가 서러웠다. 오랜기간 밀림을 호령했었지만 그건 이미 지난일. 힘한번 못써보고 번번히 무시만 당하기 일쑤였다. 그런 이유로 지난해 호랑이는 완전히 잊혀진 존재였었다. 모두를 벌벌 떨게 만들었던 맹수의 위용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고 오히려 웃움거리로 전락해 있었다. 하지만 올들어 조금씩 기운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는 있었다. 예전만 못한건 사실이지만 점차 힘이 돌아오고 있는듯 보였다. 하지만 중원으로 다시 나가기에는 다소 힘이 부쳐보였지만 어쨋든 그곳으로 가려면 반드시 사자와의 일전은 불가피했다. 피할 수 없는 승부였다.

오랫동안 초원을 호령했던 사자도 마찮가지였다. 호랑이 아니면 사자라는 권력의 공식은 무너진지 이미 오래였다. 늙은 호랑이 만큼이나 이빨빠진 사자도 더 이상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지난해까지 호랑이보다는 힘이 남아있었다. 포효하면 제법 맹수의 위용까지도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더 이상 사자의 포효를 무서워 하는 상대는 없었다. 오히려 용한테 물리고 쌍둥이한테도 얻어터졌다. 엊그제는 애송이 호랑이 새끼한테도 놀림을 당해야 했다. 치욕적이었지만 그 치욕을 되갚을만한 이빨이 없었다. 물어도 물어도 상대에게는 아무런 위협이 되질 못했다. 그리고 이제 자신이 중원으로 뛰어들지 못하고 오히려 호랑이에게 길을 내줘야할 판이 되어버렸다. 놓칠 수 없는 일전이었다.

결국 세번 모두 사자가 호랑이 앞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그리고 그로인해 사자와 호랑이는 자리를 바꾸게될지도 모르는 운명에 놓였다. 호랑이로서는 명예회복을 위한 여정이 되겠지만 사자로서는 헤어나오기 힘든 깊은 늪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아직 가야할 길은 멀고 그 앞에는 결코 쉽지않은 상대들이 기다리고 있다.

과연 늙은 호랑이는 기운을 회복하고 남은 여정을 힘차게 달려갈 수 있을 것인가. 이빨빠진 사자 또한 발톱을 곧추 세우고 지난날의 용맹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여름으로 접어들며 두 맹수의 행보를 유심히 지켜보고픈 이유다.



김도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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