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7.06 17:05 / 기사수정 2008.07.06 17:05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2008 FIVB 월드리그 국제남자배구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한국남자배구 국가대표팀은 6일 새벽(한국 시각)에 이탈리아 트리에스테에서 벌어진 이탈리아와의 4차전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1-3(25-23 20-25 22-25 22-25)으로 역전패당했습니다.
이번 월드리그에서 8전 8패의 부진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팀이지만 경기내용과 선수들의 투지는 지난 올림픽예선전보다 한층 발전해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이 속한 B조는 남자배구의 강호들인 러시아, 이탈리아, 쿠바 등이 포진된 ‘죽음의 조’입니다. 최악의 조에 속한 한국팀은 비록 단 한 번의 1승도 건져내지 못하고 있지만 경기내용은 점점 발전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한국팀이 발전된 부분은 주전 세터인 최태웅(삼성화재)의 빨라진 토스에 따라 움직이는 스피드입니다. 이미 올림픽 예선전을 통해 국제배구의 몇 박자 빠른 스피드를 몸소 체험한 한국팀은 공격하나를 성공시키더라도 모든 공격수들이 기민하게 움직이며 상대방의 높은 블로킹을 따돌리는 방법을 터득해 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다른 국가들의 세터들과 비교해 보면 최태웅과 권영민(현대캐피탈)에게 드는 아쉬움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또한, 한국팀의 미들 블로커들은 블로킹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팀이 러시아와 이탈리아 등에게 근소하게 접근하면서도 끝내 2~3포인트 차로 지는 이유는 바로 블로킹의 열세에 큰 원인이 있습니다. 5일 날 벌어진 이탈리아와의 3차전에서 두 팀 간의 블로킹 차이는 무려 11개에 달했습니다. 그리고 6일에 벌어진 4차전에서는 14-4로 이탈리아가 한국보다 10개 이상의 블로킹을 성공시켰습니다.
상대방의 공격의 흐름을 차단하고 무력화시키는 블로킹에서 이렇게 압도적인 차이를 보인다면 경기에서 쉽게 승리하기 어렵습니다. 국제대회에서 한국팀이 블로킹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은 바로 국내리그에서의 경기보다 몇 박자 빠른 배구를 추구하고 있는 국제배구의 스피드를 이겨내지 못해서입니다.
물론, 유럽과 남미 선수들은 파워와 높이에서 한국보다 우위에 있습니다. 힘과 높이를 앞세운 공격력은 더욱 위력적이지만 여기에 빠른 스피드까지 가미되었으니 강한 서브리시브로 상대팀의 리시브를 흔들어 놓지 못한다면 강력한 공격을 차단할 방법이 없는 셈입니다.
실제로 한국팀이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1세트를 이기고 2세트 중반까지 앞서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한국팀의 강한 서브가 이탈리아의 리시브를 흔들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경기가 진행될수록 한국팀의 서브는 위력이 떨어져 가고 한결 편안한 서브를 상대하는 이탈리아는 그들의 높고 스피드가 가미된 공격을 2세트 중후반부터 유감없이 발휘하기 시작했습니다.
20점대를 넘어서서 나타나는 한국팀의 범실과 뒷심 부족이 승패의 향방을 가린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러나 이탈리아와 쿠바, 러시아와의 경기를 세밀하게 분석해 보면 블로킹의 열세와 위력적이지 못한 서브, 그리고 리시브 불안이 한국의 패인을 야기한 가장 큰 원인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월드리그 경기를 총 8경기 치르면서 각종 기록의 순위에 오른 한국 선수들을 살펴보면 가장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는 선수는 팀의 주공격수인 문성민(경기대)과 여오현(삼성화재)입니다.
문성민의 기록은 독보적입니다. 총 172득점을 올려 득점 순위 2위에 올라있는 문성민은 서브부분에서는 총 14개의 에이스를 기록해 단독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문성민의 공격성공률은 48.56으로 50%에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올 월드리그에 참가하고 있는 선수들 중, 가장 많은 공격을 시도해서 얻은 결과입니다. 이제 22세에 불과한 문성민은 가히 이번 월드리그를 통해서 세계적인 공격수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계무대에서도 인정받는 리베로인 여오현(삼성화재)은 지금까지 총 49개의 디그를 성공시켜 이 부분 7위를 달리고 있고, 리시브 성공률 53.87로 15위에 랭크되어 있습니다.
작년 월드컵대회에서도 그랬지만 한국 남자배구선수들 중, 국제무대에 나가서 가장 경쟁력이 통하는 선수들은 문성민과 여오현입니다. 이 두 선수 외에 모든 부분에서 고르게 올라있는 선수는 바로 신영수(대한항공)입니다.
신영수는 한국 공격수들 중, 가장 성공률이 높은 53.76으로 공격부분 6위에 올라있습니다. 그리고 총 93득점을 올려 득점 부분 7위에 랭크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서브리시브와 블로킹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한국팀에서 가장 리시브가 좋은 선수는 여오현의 53%이고 그 다음으로 좋은 리시브 성공률이 신영수의 31.36%입니다. 그리고 블로킹에서는 한국 선수들의 이름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렇게 서브리시브와 블로킹에서 경쟁력이 안 되는 점은 한국배구 발전을 위해 반드시 시정되어야 할 부분입니다. 또한, 세터 부분에서도 한국 최고의 세터로 불리는 최태웅은 세터 순위에서 20위에 머물고 있습니다.
최태웅은 올림픽 예선전보다 토스의 스피드가 한층 빨라졌지만 아직도 광속처럼 날아가는 다른 국가들의 세터들에 비해 느리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리고 최태웅은 한동안 대표팀을 쉬다가 발탁된 상태라서 중요한 순간에 공격수들과 호흡이 맞지 않는 약점도 노출하고 있습니다.
문성민이라는 세계정상급의 공격수와 여오현이란 최고의 리베로를 가졌어도 블로킹, 서브, 리시브, 그리고 세터의 문제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한국팀은 앞으로 이러한 약점 보완에 더욱 신경을 써야합니다.
D조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중국은 리시브 5위권 안에 무려 세 명의 선수가 포함되었고 세터 부분에서는 주전 세터인 지아오 슈아이가 당당히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록은 앞으로 한국팀이 가져야 할 점이며 탄탄한 리시브와 강한 서브를 가져야만 블로킹에서도 저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김요한(LIG 손해보험)과 신영수, 그리고 문성민과 박준범(한양대)등에게 모두 철저한 기본기 훈련을 가르치겠다고 밝힌 신치용 대표팀 감독의 의지가 많은 국제대회 경험과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서 이룩된다면 지금과 같은 뒷심부족과 어이없는 범실은 점차 사라질 것입니다.
[사진 = 문성민 (C) 김금석 기자]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엑's 이슈
주간 인기 기사
화보
통합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