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3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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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용선의 싸커튜드] 경기지연행위, 리그발전의 '악성 세포'

기사입력 2008.07.03 05:05 / 기사수정 2008.07.03 05:05

문용선 기자

[엑스포츠뉴스=문용선 기자] K-리그 최대 라이벌 매치였던 수원삼성과 FC서울의 하우젠 컵 7라운드 경기는 '수요일 경기'와 '가랑비'라는 두 악재에도 2만여 팬들의 경기장을 찾았습니다. 

전반전은 "역시 라이벌간의 대결이군"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박진감이 넘쳤습니다. 양 팀은 분주하게 움직이며 서로에게 치명타를 가하려 애를 썼고, 순도 높은 양 팀의 공격 중심의 경기에 2만여 관중은 큰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후반전은 전반과는 달랐습니다. 

전반 종료 직전에 골을 터트린 서울은 후반이 되자 경기 속도를 늦추는 전략으로 경기에 임했습니다. 반칙으로 경기의 흐름을 차단하고, 수비 진영에서 여유를 가지고 볼을 돌리면서 수원 공격의 연속된 흐름을 끊어놓았습니다. 거기까지는 좋았습니다.

눕고, 벌떡 일어나고, 다시 눕고…

서울 선수들의 부상을 이유로 한 그라운드에 눕는 행위는 팬들을 크게 실망케 했습니다.

서울의 여러 선수가 몸싸움을 치르고 나서 부상을 이유로 경기장에 누웠다 실려 나가고서, 다시 '벌떡' 일어나 경기장 안으로 들어오는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와 같은 행위가 여러 차례 반복되자 연속되던 경기의 흐름은 주기적으로 끊어졌습니다. 그라운드에 볼이 멈추어 있는 시간이 늘어났고, 전반의 박진감 넘치던 경기 분위기는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높은 경기 수준 또한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경기 막판 수원의 공격수 서동현이 누워있는 상대선수를 억지로 일으키려 하는 장면이 연출되기까지 했습니다. 언뜻 재미있어 보였으나 뒷맛이 개운치 못했던 것은 왜일까요?

그렇게 경기는 1-0 서울의 승리로 끝이 났지만, 후반전만 놓고 본다면 리그 최고의 주목을 받는 경기라고 하기엔 너무나 부족한 경기였습니다.

빗속의 관중, 누워 있는 모습 보러 축구장에 왔나

이날 수원월드컵 경기장을 찾은 2만여 팬들은 우산과 우비를 동원해 쏟아지는 비를 참아가며 경기를 관전했습니다. 대부분 자신의 일터에서 고된 하루를 마친 뒤, 만사를 제쳐놓고 축구장으로 온 소중한 K-리그의 팬들이었습니다.
  
그러나 팬들이 비를 참아가며 후반전에 본 것은 멋진 골이 아니었습니다. 여기저기 경기장에 누워있는 선수들과 움직이지 않는 볼이었습니다. 또한, 수원과 서울의 맞대결은 평소 리그에 관심을 두지 않는 팬들도 흥미를 느끼고 자주 접하는 경기입니다. 이런 큰 경기는 쉽게 말해 K-리그의 현 수준을 직·간접적으로 외부에 드러내게 됩니다. 

선수들의 '프로의식'이 너무나 아쉬웠던 후반이었습니다.

경기 지연 행위, 리그 발전까지 지연시켜

이번 시즌부터 연맹은 경기의 속도를 빠르게 하고, 흐름이 끊어지는 것을 방지코자 심판들의 판정을 팬들의 입맛에 맞게 수정한 것입니다. 연맹의 노력은 경기 흐름이 끊기지 않고, 더욱 재미있는 경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경기를 뛰는 선수들이 승부에 집착한 나머지 팬들에게 프로답지 못한 모습을 자꾸 보인다면 리그발전과 흥행이라는 큰 상위 목표는 더더욱 멀어지고 말 것입니다.

팬들을 위한 경기, 리그발전의 만능열쇠

프로의 세계에서 승부와 성적은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한 가지는 바로 그 스포츠를 즐기고 함께하는 '팬'이라는 존재입니다. 팬이 없는 프로스포츠는 존재할 이유가 없습니다.

경기를 뛰는 선수들이 이 점을 명심하고, 최선을 다하는 경기로 팬들의 정성과 노력에 보답할 수 있다면 K-리그는 자연스레 한 단계 올라설 것입니다.
팬들과 선수들 모두 즐겁게 경기하고, 함께 울고 웃는 감동이 K-리그 경기장에 가득하기를 바라며, 

또한 이와 같은 논지의 글이 K-리그에서 자취를 감추기를 기원하며 글을 마칩니다.

[엑스포츠뉴스 브랜드테마] 문용선의 싸커튜드는 Soccer(축구)와 Attitude(태도)의 합성어입니다. 축구를 보는 좋은 태도, 즐거운 태도, 올바른 태도, 감동적인 태도로서 많은 축구팬 여러분과 함께하겠습니다.




문용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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