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1 06:38
스타일엑스

'뷰티 디렉터' 오민, 그가 본 '전쟁 같은' 서울패션위크 백스테이지 ①

기사입력 2017.04.25 11:44 / 기사수정 2017.04.25 11:44

서재경 기자

"나는 백스테이지가 전쟁터라고 생각한다." 서울패션위크 뷰티팀을 총괄한 오민 디렉터는 단호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한다.

백조의 우아한 몸짓 뒤엔 쉴 새 없이 헤엄치는 발이 있듯, 서울패션위크의 화려한 런웨이 뒤엔 전쟁 같은 백스테이지가 있다. 모든 상황이 라이브로 진행되는 패션쇼에서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될 수 없기 때문일 터. 

올해로 17주년을 맞은 서울패션위크 백스테이지를 진두지휘해 온 뷰티 총괄 디렉터 오민을 만났다. 그가 바라본 17 FW 서울패션위크와 백스테이지 뒷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서울패션위크 총괄 디렉터로 일한 지 얼마나 됐나?

"서울패션위크의 시작부터 함께했다. 총괄 디렉터 개념이 없을 때부터 서울패션위크 쇼의 80~90%를 도맡아서 했었다. 지금까지 4200개 정도의 쇼를 담당했다." 

Q. 보통 패션위크 준비는 언제부터 들어가나?

"총괄 디렉터를 맡았을 경우, 한 달 전부터 준비에 들어간다. 가장 먼저 하는 것은 5대 컬렉션 리서치다. 유명 포토그래퍼들에게 백스테이지 사진도 받고. 리서치가 끝나면 디자이너랑 만나기 전에 우리 것으로 재해석을 해놓는다. 이후에 디자이너랑 미팅을 한다. 다른 뷰티팀과 다른 것이 있다면 우린 먼저 옷을 본다. 디자이너들도 그걸 원하더라. 콘셉트를들은 후, 우리가 제안을 많이 하는 편이다."  

Q. 패션위크 뷰티 파트를 맡을 때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헤어, 메이크업이 너무 과해서 옷을 헤치면 안 되기 때문에 적절하게 조합이 돼야 한다. 과하면 서로가 망가지는 것이다. 예전에는 과하게 갔지만, 요즘엔 그렇지 않다." 


Q. 패션쇼 헤어메이크업은 하나의 작품이지 않나. 디자인할 때 힘든 부분도 많을 것 같은데? 

"오랜 세월 하다 보니 그런 게 있는 것 같다. 디자이너의 성향도 있고, 브랜드 고객의 니즈도 있기 때문에 무조건 쇼만을 위한 헤어, 메이크업만을 할 순 없다. 판매와 연결되지 않는 이벤트는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이 쇼로 인해 고객이 어떤 반응을 할지 고려하면서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Q. 예술의 영역이라 생각했는데, 고려해야 할 부분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다. 

"그렇다.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게 헤어 메이크업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체를 놓고 보고, 여러 가지를 고려한다."

Q. 이번 패션위크에서 의도했던 바와 잘 맞아떨어진 쇼를 꼽자면?

"빅팍과 자렛 쇼가 기억에 남는다. 특히, 자렛의 경우 드라마틱하게 보이게 하려 했다. U 핀에 헤어를 말아 자연스러운 핑거 웨이브를 만드는데 중점을 뒀다. 일반인들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스타일링이었다. 손으로 직접 웨이브를 내는 거라 일률적이지 않고, 10번 하면 10번 모두 다 다른 느낌이 났다. 패션위크 때 미장센 제품과 컬래버레이션 해서 제품 덕을 봤다."

Q. 이번 FW 헤어 트렌드는 어떻게 전망하나.

"자렛 쇼에서 선보인 스타일처럼 전반적으로 내추럴한 웨이브가 유행하지 않을까 싶다. 컬러도 라이트 브라운 계열로 밝게 가는 편이고. 전체적으로 인위적이지 않은 스타일이 유행할 것 같다." 
  

Q. 이번 서울패션위크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점점 정착화가 돼서 백스테이지가 정돈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백스테이지가 포화 상태라 누가 누구 쇼를 하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았다. 디자이너가 자기 모델도 못 찾고. (웃음) 7~8 팀이 동시에 들어와 있었고, 그야말로 전쟁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쇼를 하는 팀과 준비하는 팀 딱 두 팀 정도만 들어왔다. 지금은 정말 너무 좋다. 해당 쇼를 하기 위한 팀만 딱 모여 있는 느낌. 디자이너들도 만족해하더라." 

Q. 오랜 기간 백스테이지를 경험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정말 많다. 옛날에 모델이 캔을 밟아서 발을 다친 적이 있다. 응급처치를 하고 무대에 섰는데 런웨이에 핏자국이 찍힌 적도 있다. 또, 예전엔 드라이아이스를 많이 사용했는데 드라이아이스를 많이 사용하면 나중에 무대에 물기가 찬다. 그래서 모델들이 넘어지기도 하고. 한 번은 핀 조명 때문에 순간적으로 눈이 안 보인 모델이 무대 밑으로 떨어진 적도 있다. 

백스테이지에서 진짜 무수한 일이 일어난다. 나는 백스테이지가 전쟁터라 생각한다. 예전엔 컨베이어 벨트가 움직이듯 머리를 하기도 했다. 모델들은 줄 서있고, 다음 모델 계속 오고. (웃음) 요즘은 많이 나아진 편이다." 

Q. 전쟁터 같은 백스테이지를 함께 겪다 보면, 무대조명음향 등 다른 팀과도 친해질 것 같다. 

"다들 프리랜서지만, 워낙 오래 같이 일하다 보니 동료 같고 전우애도 있다."


Q. 서울패션위크에서 개선되었으면 하는 부분은?

"패션만큼 뷰티도 상생 발전했으면 좋겠다. 서울시에서 뷰티에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뷰티의 국가 경쟁력은 무시 못한다. 패션위크지만, 뷰티도 조화를 이뤄 함께 트렌드를 만들어갈 수 있었으면 한다. 

무대 뒤에선 아직도 열악한 부분이 많다. 헤어팀은 서울시에서 지원을 거의 못 받고 있다. 예전엔 메머드급 숍들에서 홍보 차 개런티도 받지 않고 무료 협찬을 하곤 했다. 나는 1~20년 전부터 협찬을 안 하기로 유명해서 '미용계의 이단아'로 불리기까지 했다. 서울패션위크에선 개런티를 받고 일하고 있지만, 아직도 몇몇 오프쇼에서는 협찬으로 헤어ㆍ메이크업을 진행하는 곳들이 많다. 이렇게 되면 어린 친구들은 돈도 받지 못하고 일하게 되는 거다. 미용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뺏는 일이다. 백스테이지 문화가 정당하게 개런티를 지급받는 쪽으로 정착돼야 한다." 

Q. 패션뷰티계 관행에 총대 메고 싸워주니, 후배들도 든든해 할 것 같다.

"나는 최고의 쇼는 다른게 아니라, 우리 스태프들을 존중해주는 쇼라고 생각한다. 어떤 디자이너는 예전에 우리 팀이 너무 고생한다고 다음날 떡을 맞춰줬더라. 세계적인 쇼들 안 해본 것 없지 다 해봤지만 나는 그런 쇼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우릴 존중해 주지 않는 쇼의 디자이너와는 언쟁도 서슴지 않는다. 내 별명이 진돗개다. 내 스태프 건드리면 가만있지 않는다. (웃음)

- 인터뷰 ②에서 계속 

에디터 = 서재경
사진 = 오민 제공
 

서재경 기자 inseoul@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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