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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인터뷰①] '갑순이' 유선 "문영남 대본, 막장이라고 생각한 적 없어"

기사입력 2017.04.15 08:30 / 기사수정 2017.04.15 01:37

김주애 기자

[엑스포츠뉴스 김주애 기자] 최근 종영한 드라마 '우리 갑순이'는 등장하는 모든 커플들의 행복한 모습을 그리며 '피눈물 나는 역사'의 마지막 페이지를 기록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피눈물을 많이 흘렸던 인물을 꼽자면 '우리 재순이'라는 소리를 들을만큼 안타까웠던 신재순(유선 분)을 들 수 있다.

삼남매 중 맏딸, 아들 한 명 딸린 이혼녀, 아이들과 남편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새 엄마. 우여곡절이 많은 재순의 삶에는 늘 눈물이 동반됐다. 방송 초반 시청자들은 재순이 나올 때마다 '고구마 백 만 개 먹는 기분'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각자 이혼의 아픔을 가지고 있는 커플이었고, 재혼 가정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해나가는지 보여줘야했다. 처음부터 눈물도 많이 흘릴 것이고, 아픈 상황이 많을 거라고 각오하고 들어갔다.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다. 초반 촬영은 대부분 밥하고, 청소하고, 기다리는게 대부분이었다. 대사도 별로 없었다. 재순이의 힘든 상황과 배우 유선의 상황이 일치하는 것 같았다."

아이들에게 외면받고, 재혼한 남편은 전 부인을 만나러 다니는 와중에 힘들게 집안 일만 하는 재순의 모습은 연기하는 유선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에게도 큰 답답함을 선사했다. 그러던 재순이 처음으로 자신의 심경을 토로하는 장면은 모두에게 시원한 '사이다' 한 병이 됐다.

"나도, 재순이도, 시청자분들도 다들 사이다를 기다렸던 것 같다. 처음 남편에게 재순의 마음을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대본 상으로 6~7페이지더라. 대사를 외우는 과정에서부터 눈물이 펑펑 나더니 촬영때는 NG 없이 한 번에 성공했다."

해당 장면은 시청자들에게도 크게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유선은 이러한 열연의 공을 모두 '우리 갑순이' 대본을 쓴 문영남 작가에게 돌렸다.

"문영남 선생님의 대본은 캐릭터의 감정과 배우의 감정이 일치하게 만들어준다. 재순이의 감정에 맞게 유선의 감정도 쌓여갔기 때문에 그렇게 한 번에 터뜨리는 것도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었다. 대본이 억지스럽지 않기 때문에 눈물을 흘리려 감정을 일부러 끌어올릴 필요가 없었다. 작가님 대본 덕분에 몰입해서 할 수 있었다."

이렇게 초반엔 재순의 눈에서 눈물만 뽑아내는 금식(최대철)과의 러브라인. 아이러니하게도 둘이 이혼한 뒤부터 둘을 향한 응원이 줄을 이었다.

"이혼을 기점으로 서로 못보고 있던 좋은 점들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우리 커플을 응원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전 남편(정찬)이 등장하고나서는 사랑의 방해꾼이 생기니까 응원이 더 커져갔다."

이러한 응원의 바탕에는 배우 유선과 최대철의 끊임없는 캐릭터 연구와 토론이 있었다. 두 사람은 이혼 후 달라지는 관계를 표현하기 위해 캐릭터에 갇히지 말고 새로운 멜로를만들어가자고 약속했다고. 그 이후 둘의 호흡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며 호평을 받았다.

최대철과의 연인케미만큼 돋보였던 건 바로 극 중 엄마로 등장한 고두심과의 모녀케미다. 삼남매 중 첫째딸과 그들을 키워낸 엄마로 만난 두 사람은 애틋하면서도 공감가는 모녀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고두심 선생님은 꼭 한 번 뵙고 싶었다. 최근에 '디어 마이 프렌즈'를 보며 연기 어벤저스라는 느낌을 받으며, 나도 저런 배우가 되고 싶다고 동경하는 모습으로 봤다. 그 뒤 고두심 선생님이 내 엄마 역이라는 말을 듣고 너무 설랬다. 처음에는 좋아하는 존경심에 어려웠다. 하지만 '엄마, 엄마'하고 친숙하게 다가서자 금세 친해졌다."

고두심은 현장의 모두를 챙기며, 엄마처럼 따스한 마음을 보였다고. 제주도 특산품인 귤, 한라봉, 오메기떡부터 수제비, 김밥 등의 음식들을 자식들을 돌보는 엄마의 마음으로 챙겨줬다고 한다.

"고두심 선생님은 물론 이미영 선생님, 이보희 선생님 등 함께 작품한 선생님들을 보며 연기는 기본이지만 인품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다들 인품이 뛰어나시고, 정이 많아서 같이 일하면 너무 편안하고 좋다. 다른 스태프들도 그런 마음에 계속 그분들과 일을 하고 싶어한다."

유선은 '우리 갑순이'의 타이틀롤을 맡았던 김소은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소은이가 나이도 어리고, 주말드라마가 계속 안되던 시간대에 타이틀롤로 들어가서 부담이 많았다. 우리 모두들 책임감을 가지고 일했지만, 소은이가 가지는 부담감은 몇배나 됐을 것이다. 드라마가 시간대를 옮기고 시청률이 오를 때 가진 회식 자리에서 소은이가 눈물을 흘리는데 그간 고통이 전해지면서 안쓰러웠다."

'우리 갑순이'는 이처럼 유선에게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준 드라마지만, 막장 논란을 피할수는 없었다. 특히 재순에게 발생하는 수많은 사건들과, 그로 인해 재순이 갖게되는 울분은 감정에 극에 치닫는 막장드라마에 전형적인 요소들이기도 했다.

"막장이다 싶은 드라마를 해 본적이 있다. 너무 극단적인 상황이 개연성 없이 펼쳐지더라. 배우로서 막장드라마의 기준을 감정 몰입이 억지스러운지 아닌지에 두고 있다. '우리 갑순이'는 재순이의 감정선을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었기 때문에 막장드라마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런 유선에게 '우리 갑순이'는 어떤 드라마일까. 정확한 정의를 부탁했다.

"연기와 인기에 대한 갈증이 있을 때 만나 작품이다. 출산 후 선택한 작품들이 성적이 안 좋으면서, 흥행과 대중의 관심에 갈증이 있었다. 그때 문영남 선생님이라는 스타 작간미을 만나서 너무 좋았다. 연기도 재미있었고, 흥행까지 선물로 받은 느낌이다. 그래서 오래도록 잊을 수 없는 작품이 될 것 같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savannah14@xportsnews.com / 사진 = 모션미디어

김주애 기자 savannah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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