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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박스] 박주영을 J리그로 보내선 안되는 이유

기사입력 2008.05.26 14:36 / 기사수정 2008.05.26 14:36

전성호 기자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지난 24일 언론에서는 J리그 제프 유나이티드 지바가 박주영의 영입을 고려한다는 기사가 등장하여 축구팬들, 특히 FC서울의 팬들에게 뜨거운 이슈가 되었다.

구단과 박주영의 에이전트는 즉각 영입설을 부인했지만, 어쨌든 박주영은 J리그가 관심을 가지기에 충분한 선수이기 때문에 가능성은 언제든지 열려있다.

물론 선수가 자신의 능력에 합당한 연봉를 제시해주고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에 맞는 리그로 가는 것은 전적으로 선수의 자유이다. 그들에게도 직업 선택의 자유권이 있기 때문이다.

박주영에겐 공격수가 과밀되어 있는 FC서울에서 왼쪽 미드필더로 기용되는 것보다는 제프 유나이티드의 스트라이커로서 뛰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개인기가 좋은 그의 플레이 스타일에도 공격수와 수비수의 간격이 엄청나게 좁고 타이트한 수비를 보여주는 K-리그보다는 좀 더 공격수에게 여유를 주는 J리그가 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K-리그의 입장에서 봤을 때, 그가 만약 지금 해외 진출을 한다면 유럽 3대 리그나 네덜란드 같은 이들보다는 조금 낮은 레벨의 리그로 간다면 모를까, J리그에는 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니, 가지 말아야 한다.

박주영은 대한민국 최고의 슈퍼스타 중 하나다. 

그는 얼마 전 K-리그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K-리그 최고 선수'라는 설문조사에서도 국내선수 중 1위에 올랐던 스타 플레이어다. 지금도 FC서울의 홈경기에서는 박주영에 대한 함성 소리가 가장 크고 허정무 감독과 박성화 감독이 A매치나 올림픽대표 스쿼드를 짤 때 빼놓지 않는 선수다. 언젠가는 해외 진출을 할 것이란 기대도 가장 확실하게 받고 있다.

이런 선수가 더 높은 레벨의 리그가 아닌 이웃나라 경쟁 리그로 빠져나간다는 것은 K-리그로선 큰 손실이다.

이건 비단 박주영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이미 올해 초에도 김남일의 J리그 이적은 K-리그 팬들에게 큰 아쉬움이었다. 김남일은 스타 플레이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대한민국 국가대표의 주장이란 상징성이 있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이는 베컴이나 지단, 칸나바로가 프리메라리가나 세리에A로 가는 것과는 다르다. 지단은 자국리그의 레벨이 3대 리그보다 뒤처졌었고 프리미어리그나 세리에A에는 베컴이나 칸나바로가 없어도 자국의 수많은 스타플레이어가 넘쳐났다. 그리고 그들이 간 팀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노리던 세계 최강 팀 중의 하나였다. 그들이 세계 최고의 리그의 최고의 팀에 가서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이며 자랑스러운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것은 자국 팬들에게 엄청난 자부심을 선사할 수 있다.

그러나 김남일이 간 곳은 J-리그의 중위권 팀인 빗셀 고베였다. 박주영을 원하는 제프 역시 J리그 최하위팀이다. 우리와 경쟁상대 리그에서도 별로 성적을 내지 못하는 팀들에게 우리의 가장 자랑스러운 선수들을 내주는 것이 우리에게 도대체 어떤 자부심을 줄 수 있을까?

더군다나 대한민국에서 축구를 제일 잘한다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절반쯤은 유럽에 나가 있다. 

그것도 모자라 왜 우리 스타 플레이어가 J리그로 간단 말인가?
 
그렇지 않아도 드래프트 제도의 폐단으로 인해 각급 유망주들이 J2리그 등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대한민국 국가대표의 주장이나 최고 유망주인 스타 플레이어가 자꾸만 J리그로 빠져나간다면 우리 선수들이 J리그로 이적하는 현상은 더욱 자주 일어날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이동국도 만약 유럽 잔류에 실패한다면 반드시 K-리그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도 노정윤, 유상철, 황선홍, 홍명보, 윤정환 등 90년대 한국 최고의 선수들의 전성기 시절이 K-리그의 역사로 남아있지 못하다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물론 그때 당시는 출범 초기였던 J리그가 인기몰이를 위해 외국 용병들을 국제 시장가격과 비교하여 비정상적으로 높은 연봉을 주며 데려오던 시절이었고, 따라서 이 선수들 역시 K-리그에서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후 J-리그가 90년대 후반부터 선수 몸값 거품을 걷어내기 시작했고 요즘은 사실 해외 생활의 어려움이나 물가 등을 고려한다면 J리그의 연봉이 엄청나게 높은 것도 아니다. 유럽진출이 더 쉬울 수 있기 때문이란 지적도 있는데 J리그를 거쳐 유럽에 진출한 선수는 박지성, 오범석뿐이며 K-리그에서 유럽으로 바로 간 선수는 안정환, 이영표, 김동현, 이천수, 김동진, 이호, 이동국, 김두현이다. 조재진, 김정우 등은 모두 K-리그로 돌아왔다. 이것이 무엇을 말해주는가?

K-리그는 분명 달라지고 있고, AFC 챔피언스리그의 개편 등으로 인해 우리나라에도 축구 산업화의 분위기가 서서히 조성되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다. 이럴 때일수록 K-리그는 팬들에게 가장 좋은 상품(축구 경기)을 제공해 줄 수 있고 기쁨을 줄 수 있는 스타 플레이어들을 놓쳐서는 안 된다.

성남일화의 레전드 플레이어 신태용은 한국 최고의 선수들이 J리그에서 뛰던 시절 J리그에서 끊임없는 구애를 받았지만 'K리그 선수가 왜 J리그에서 뛰느냐?'고 오히려 반문했다고 한다. 이런 그의 태도는 K-리그와 성남일화의 팬들로 하여금 자부심을 심어줄 수 있었고 그 또한 팀의 레전드로 선수 생활을 마칠 수 있었다.

물론 선수의 자세만을 바래서도 안 된다. 

K-리그 팀들에게 가장 부족한 점 중 하나는 바로 선수에 대한 존중이다. 팀을 위해 헌신하는 선수들에게 합당한 대가를 지불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연봉 문제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앞에서 말했던 신태용은 일화-천안일화-성남일화에서 6번의 우승을 차지하고 유일무이한 '60-60클럽' 가입 등 K-리그에서 그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는 커리어를 쌓은 선수다. 이런 선수에게 성남일화는 그의 은퇴 경기조차 치뤄주지 않았다.

그나마 최용수는 FC서울과 FC도쿄의 친선전에 은퇴경기란 이름을 가져다 붙여서 치르게 해줬고 최진철은 올 시즌 홈 개막전 하프타임을 이용해서 은퇴식 정도를 치뤄 줄 뿐이었다. 그러나 왜 우리가 얼마 전 보았던 베르캄프의 은퇴경기, 8월에 곧 치러질 솔샤르의 은퇴경기와 같이 K-리그와 국가대표의 모든 스타플레이어들이 함께 뛰며 레전드를 기리는 그런 멋진 세리머니를 선사하지 못하는 것일까?

이런 아주 작은 예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K-리그 구단들은 선수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해주고 그들의 발전적인 모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사실 드래프트제도 역시 장점만큼이나 많은 단점으로 선수들에게 피해를 주는 부분이 많다. 해외진출, 특히 유럽진출 문제에 있어서도 더 이상 보내주느냐 마느냐로 옥신각신할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배려하고 서로를 존중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선수들에게 종종 동업자 의식을 강조하는데, 구단들과 선수들이 서로 동업자 의식을 가지고 팀과 K-리그 전체를 위해 노력해주어야 한다.

한동안 침체하여 있던 K-리그가 서서히 일어서고 있는 이 시점에서, 더 이상 엉뚱한 곳으로 선수들을 내보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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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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