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30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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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츠화보] 아름다운 열정을 보여준 성남

기사입력 2008.05.26 10:06 / 기사수정 2008.05.26 10:06

김혜미 기자

[엑스포츠뉴스=김혜미 기자] 이 경기 이후로 K-리그는 한 달여 정도 휴식기를 갖습니다. 그 전에 치르는 마지막 경기, 다시 숨을 고르는 시간 전에 만난 FC서울과 성남은 담담하게 경기를 시작했습니다. 경기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당연하지만 아무도 몰랐습니다. 선수들도, 그리고 탄천을 찾은 12000여 명의 관중도 말이죠.





- 경기시작 전 몸을 푸는 선수들의 등 뒤에 그려져 있는 천마 캐릭터가 보입니다. 성남일화의 캐릭터이기도 하지요. 왠지 귀여운 느낌입니다.







- 경기 초반에 몇 번의 아까운 기회를 놓쳤던 박주영.





- 전반 45분, 거의 끝나갈 때 즈음 서울에게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기성용이 페널티킥을 얻어냈기 때문입니다. 키커로 나선 데얀.



-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데얀이 찬 공은 골문 옆으로 비껴나가 버립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성남과, 맥이 빠져버린 서울의 모습이 대조적이었습니다.

후반에도 서울의 골 불운은 계속되는 듯했습니다. 후반 8분 박주영의 슛마저 골대를 맞고 튀어나와 버리는 등 득점기회를 계속 놓치다가, 결국 후반 22분 박주영의 어시를 받은 이청용이 슛을 성공시키며 서울이 앞서나가게 됩니다.







- 후반 24분, 김학범 감독은 조동건과 손대호를 빼고 최성국과 김동현을 투입시켰습니다. 점점 난타전이 되어가는 두 팀의 경기는 경기 종료 시간이 다가올수록 분위기마저 급박해져 갔습니다.



헤딩마저 실패하고 난 후 그라운드에 쓰러져버린 모따. 정말 지켜보는 사람마저 안타깝게 만들 정도였지요.

전후반 90분이 모두 끝나고 추가시간 5분이 주어졌습니다. 성남은 마지막까지 한 골을 만들어내려 내달렸고, 서울 또한 필사적으로 막으면서 틈틈이 생기는 역습 기회를 노렸지만 두 팀 다 맘처럼 쉽게 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1분 1초가 흐를 때마다 성남 서포터즈들은 두 손을 모아 간절히 바랍니다. 제발 한 골이라도 나오길 요.

그렇게 시간이 거의 흘러 추가시간도 30초 정도만 남겨진 상황이었을까요. 정성룡의 프리킥이 서울 쪽 골문에 떨어지며 혼전을 이루고 있을 때, 자신 앞에 굴러온 공을 서울의 골문 쪽으로 강하게 찬 모따가 보였습니다. 그 공은 서울 골키퍼의 손을 스쳐 골문으로 데굴데굴 굴러갔고, 모따는 유니폼을 벗어 던지며 관중석 쪽으로 뛰어갔습니다. 얼이 빠져 있는 서울 선수들을 뒤로 한 채.




- 불과 경기 종료 30초 전, 정말 흔한 말로 '드라마 같은' 골을 만들어 낸 모따. 

다시 진열을 재정비하고 휘슬이 울리는 순간, 경기는 끝났습니다. 그러자 왠지, 그 30초 전의 상황이 꿈만 같이 느껴졌습니다. 패색이 짙어 있을 즈음에, 승부는 났다고 생각했을 즈음에 터진 성남의 동점골. 이런 상황을 소위 극적이라고 하지요.







몇몇 선수는 상의가 없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팬들에게 다 던져주었기 때문이지요. 이런 팬서비스가 참 보기 좋습니다.

바라면 이루어진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꿈 같은 말입니다. 하지만, 이날은 그 말이 사실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마법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서울의 골문을 뚫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던 성남, 하지만 골문은 쉽사리 열리지 않았고 지켜보는 팬들조차 절망에 빠지려고 했을 그 순간에 터졌던 모따의 골은 대단히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승부를 낸 것은 아니지만 팬들은 이긴 것처럼, 또는 이긴 것보다 더 많이 좋아하고 기뻐했습니다. 단순히 한 골을 넣어서였을까요? 아니면 적어도 지지 않았기 때문일까요?

물론 둘 다일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지지하는 선수들이 경기가 끝나기 전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기쁨은 아니었을까요. 경기 후 모따는 인터뷰에서 역시 경기가 끝나기 전까지는 모른다며 웃었습니다. 그의 말대로입니다. 공은 둥글고, 경기 종료의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는 누가 이길지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지고 있다고 그대로 포기해버리는 것. 그 포기라는 것이 머릿속에서 떠나느냐 떠나지 않느냐가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요. 그것이 적어도 경기장 안에서는 마음과 힘을 지배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골로 보여준 성남. 단순한 경기의 내용보다 그 골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선수들의 열정이 이날 경기장을 찾은 사람들에게 참 많이 아름다웠기를 바랍니다.



김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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