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5.26 10:06 / 기사수정 2008.05.26 10:06
[엑스포츠뉴스=김혜미 기자] 이 경기 이후로 K-리그는 한 달여 정도 휴식기를 갖습니다. 그 전에 치르는 마지막 경기, 다시 숨을 고르는 시간 전에 만난 FC서울과 성남은 담담하게 경기를 시작했습니다. 경기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당연하지만 아무도 몰랐습니다. 선수들도, 그리고 탄천을 찾은 12000여 명의 관중도 말이죠.
후반에도 서울의 골 불운은 계속되는 듯했습니다. 후반 8분 박주영의 슛마저 골대를 맞고 튀어나와 버리는 등 득점기회를 계속 놓치다가, 결국 후반 22분 박주영의 어시를 받은 이청용이 슛을 성공시키며 서울이 앞서나가게 됩니다.
- 후반 24분, 김학범 감독은 조동건과 손대호를 빼고 최성국과 김동현을 투입시켰습니다. 점점 난타전이 되어가는 두 팀의 경기는 경기 종료 시간이 다가올수록 분위기마저 급박해져 갔습니다.
헤딩마저 실패하고 난 후 그라운드에 쓰러져버린 모따. 정말 지켜보는 사람마저 안타깝게 만들 정도였지요.
전후반 90분이 모두 끝나고 추가시간 5분이 주어졌습니다. 성남은 마지막까지 한 골을 만들어내려 내달렸고, 서울 또한 필사적으로 막으면서 틈틈이 생기는 역습 기회를 노렸지만 두 팀 다 맘처럼 쉽게 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1분 1초가 흐를 때마다 성남 서포터즈들은 두 손을 모아 간절히 바랍니다. 제발 한 골이라도 나오길 요.
그렇게 시간이 거의 흘러 추가시간도 30초 정도만 남겨진 상황이었을까요. 정성룡의 프리킥이 서울 쪽 골문에 떨어지며 혼전을 이루고 있을 때, 자신 앞에 굴러온 공을 서울의 골문 쪽으로 강하게 찬 모따가 보였습니다. 그 공은 서울 골키퍼의 손을 스쳐 골문으로 데굴데굴 굴러갔고, 모따는 유니폼을 벗어 던지며 관중석 쪽으로 뛰어갔습니다. 얼이 빠져 있는 서울 선수들을 뒤로 한 채.
- 불과 경기 종료 30초 전, 정말 흔한 말로 '드라마 같은' 골을 만들어 낸 모따.
다시 진열을 재정비하고 휘슬이 울리는 순간, 경기는 끝났습니다. 그러자 왠지, 그 30초 전의 상황이 꿈만 같이 느껴졌습니다. 패색이 짙어 있을 즈음에, 승부는 났다고 생각했을 즈음에 터진 성남의 동점골. 이런 상황을 소위 극적이라고 하지요.
몇몇 선수는 상의가 없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팬들에게 다 던져주었기 때문이지요. 이런 팬서비스가 참 보기 좋습니다.
바라면 이루어진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꿈 같은 말입니다. 하지만, 이날은 그 말이 사실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마법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서울의 골문을 뚫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던 성남, 하지만 골문은 쉽사리 열리지 않았고 지켜보는 팬들조차 절망에 빠지려고 했을 그 순간에 터졌던 모따의 골은 대단히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승부를 낸 것은 아니지만 팬들은 이긴 것처럼, 또는 이긴 것보다 더 많이 좋아하고 기뻐했습니다. 단순히 한 골을 넣어서였을까요? 아니면 적어도 지지 않았기 때문일까요?
물론 둘 다일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지지하는 선수들이 경기가 끝나기 전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기쁨은 아니었을까요. 경기 후 모따는 인터뷰에서 역시 경기가 끝나기 전까지는 모른다며 웃었습니다. 그의 말대로입니다. 공은 둥글고, 경기 종료의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는 누가 이길지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지고 있다고 그대로 포기해버리는 것. 그 포기라는 것이 머릿속에서 떠나느냐 떠나지 않느냐가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요. 그것이 적어도 경기장 안에서는 마음과 힘을 지배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골로 보여준 성남. 단순한 경기의 내용보다 그 골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선수들의 열정이 이날 경기장을 찾은 사람들에게 참 많이 아름다웠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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