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채정연 기자] 지난해 800만 관중을 넘어서며 또 한번 새로운 국면을 맞은 프로야구가 시즌을 앞두고 여러 변화를 겪고 있다. '스트라이크 존 확대'가 뜨거운 이슈 중 하나다.
스트라이크 존 문제는 타고투저 현상이 심해지며 꾸준히 대두되어 왔다. 좁은 존이 투수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했고 따라서 타격에 거품을 유발했다는 이유였다. 변화의 기폭제는 3월 초 치렀던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었다. 해외리그보다 지나치게 좁은 존이 한국 대표팀의 부진 이유 중 하나로 꼽혔다. 투수와 타자 모두 해외 기준으로 넓어진 존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줄을 이었고, 좁은 존으로 인해 투타의 기량 발전이 정체됐다는 의견도 있었다.
KBO는 이를 받아들여 스트라이크 존 확대를 결정했고 정규시즌을 앞두고 열린 시범경기부터 적용됐다. 이번 시범경기에서 투수들의 평균자책점은 지난해 4.77보다 낮아진 4.40이었고 타자의 타율은 지난해 2할7푼에서 2할6푼6리로 낮아졌다. 존 변화가 수치상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평이다.
투수들은 스트라이크 존 변화를 반기는 분위기다. LG 트윈스의 선발투수 차우찬은 "높은 볼은 잘 잡아주는 것 같다. 바깥쪽은 크게 실감 안 난다"라면서도 "타자들이 예전에는 치지 않던 공을 치게 됐다. 공격적인 성향으로 변화하며 야구가 좀 더 재밌어 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신인왕을 탄 넥센 히어로즈의 신재영 역시 "제구만 잘 된다면 투수에게 유리하다"고 내다봤고, 롯데 자이언츠의 영건 박세웅은 "이제 높은 공에 스트라이크를 잡아준다. 잘 활용하면 유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LG 양상문 감독은 "존 확대보다는 숨겨진 존을 발견하는 개념"이라며 "공 한 개 정도 존이 넓어졌다는 느낌"이라고 밝혔다. 타자들 역시 볼이라고 생각한 공이 이제 스트라이크가 됐다며 변화를 실감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존 변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6년만에 롯데로 돌아온 타자 이대호는 "스트라이크 존이 심판마다 다르다. 일정하게 정해져야 하는데, 매 게임 심판이 바뀌기 때문에 맞춰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심판들 사이에 통일성이 필요하다.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존에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 타고투저 개선을 비롯해 한국 대표팀의 국제대회 성적이 달라질 수 있을지 역시 의문이다. kt wiz의 김진욱 감독은 "스트라이크 존 문제는 예전부터 있어왔다. 존 때문에 WBC에서 성적이 안 좋았다는 것은 오해"라고 소신을 밝혔다. 김 감독은 "감독, 선수, 심판, 팬들까지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 (존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 다 같이 존이 원래 자리를 찾는데 공감해야 한다"고 전했다.
허구연 해설위원은 존 변화를 위해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허 위원은 "심판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면, 많은 팬들이 존에서 조금 빠지는 공을 스트라이크 판정을 했을 때 격렬한 반응을 보인다"며 "존은 원래 정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심판들이 잘못하면 너무 큰 비난을 받는다. 종반으로 갈수록 치열해지고, (비난이 계속된다면) 존이 다시 좁아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팬들 역시 존 변화에 공감하고 이를 너그럽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이다.
기대와 우려 속에서 스트라이크 존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도 이 존의 변화가 무사히 '유지'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차명석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역시 변화된 스크라이크 존 유지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차 위원은 "경험이 적은 심판들의 존이 좁다는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이라며 "스트라이크존 변화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이다. 민감한 상황에서 선수들이 존에 대해 항의했을 때 심판들이 이를 고려할 것인지, 회귀할지도 봐야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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