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0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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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김연아의 팬 승냥이들, 그들은 누구인가?

기사입력 2008.05.22 10:02 / 기사수정 2008.05.22 10:02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김연아는 단지 스포츠 스타로서의 입지를 넘어서 한국 사회의 곳곳에 여러 가지 현상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지난 17일과 18일에 걸쳐서 진행된 '페스타 온 아이스'쇼는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친 피겨 스타들이 출전했지만 히로인은 김연아였고 쇼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한 선수도 바로 김연아였습니다.

피겨는 단순히 경쟁 스포츠로서가 아닌 이벤트 공연으로도 그 가치를 빛낼 수 있는 종목입니다. 은반 위에서 명 연기를 펼치는 선수들은 많은 관중의 박수를 한몸에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최고의 여자싱글 선수들에겐 갖은 찬사가 뒤따르며 많은 인기를 누릴 수 있습니다.

김연아의 출연으로 한국에서도 '피겨 여왕'에 대한 관심은 여러 사회 현상을 만들어냈습니다. 스포츠 선수로서 어느 연예인들보다 더욱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아이돌 스포츠스타'가 탄생했으며 남자 선수가 아닌 여성 선수가 이처럼 많은 인기를 누린 적은 드물었습니다.

그런데 김연아로 인해 탄생한 재미있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승냥이'란 단어인데 이 말을 아느냐 모르느냐에 따라서 김연아의 열성 팬인지 아니면 그냥 일반적인 팬인지가 가려진다고 합니다. 늑대와 비슷한 개과의 동물로만 알려져 있는 ‘승냥이’는 바로 김연아의 열혈 팬들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어느 스포츠팬들보다 뜨거운 열정, 그리고 피겨의 전문적인 지식으로 무장 

김연아가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면서 김연아의 미니 홈피에 새로운 사진들이 올라와 있으면 그 사진들을 보려고 우후죽순 몰려드는 팬들을 가리켜 '승냥이 떼'란 말이 탄생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단어에서 나오는 음흉한 이미지 대신에 이들은 어느 스포츠팬들보다 순수하고 열정적이며 단결력도 뛰어납니다.

또한, 아직도 한국에서 피겨는 낯선 종목입니다. 점프의 여러 가지 용어와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의 차이점, 그리고 연기 구성요소에 따라 주어지는 가산점과 배점 방식은 일반 팬들에게는 아직도 생소한 부분입니다.
 
김연아와 피겨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파고들고 싶다면 승냥이들에게는 입문서가 필요합니다. 바로 피겨에 대한 기초 지식들입니다. 현재 김연아의 팬들이 가장 많이 활동하는 곳은 디시인사이드의 김연아 갤러리와 피겨 갤러리입니다. 이 게시판의 공지사항엔 전문가들이 정리했을 법한 피겨에 대한 입문서들이 알차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초보자들의 질문에 답해주는 '고정닉'들은 매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비단 초보자들에게 김연아와 피겨에 관련한 정보를 알려주는 것을 넘어서 김연아와 한국 피겨에 대한 문제점이 발생하면 이것을 가지고 서로 고민을 털어놓고 함께 위안을 나누는 모습은 다른 스포츠 게시판이나 사이트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이었습니다.

힘든 일이 있으면 함께 아파하고 한국 피겨를 걱정하는 열의가 돋보임

몇 몇 스포츠 게시판들의 심각한 문제점은 악의성 가득 찬 '악플'들이 넘친다는 것입니다. 정확한 사실과 근거를 뒤로한 채, 무조건 특정 스포츠 스타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 줄기차게 이어지는 악플들은 팬들의 잘못된 애정을 보여주는 극단적인 사례입니다.

그러나 김연아가 다른 스포츠 스타들과는 다르게 안티 팬들이 극히 드물게 존재하면서 ‘국민 여동생’처럼 사랑받을 수 있는 큰 요인 중 하나는 바로 ‘승냥이’들의 단결된 애정에 있었습니다.

디시인사이드에 존재하는 많은 게시판을 찾아다녀 봐도 그 갤러리의 주인공에 대한 악플을 도저히 찾아 볼 수 없는 곳이 바로 김연아 갤러리와 피겨 갤러리였습니다. 지난 세계선수권에서 김연아가 부상으로 고생했을 때도 이들은 금메달의 획득보다는 김연아의 부상 완쾌에 더욱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피겨에 대한 지식의 부족으로 인해 이와 관련된 오류 기사가 뜨면 가장 빨리 지적하는 이들은 바로 김연아의 팬들입니다. 여기에 더욱 놀라운 것은 김연아의 라이벌인 아사다 마오에 대한 비난 글도 좀처럼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김연아와 마오에 대한 객관적인 비교 분석과 일본에서 행해지고 있는 그릇된 두 선수의 비교에 대해서도 승냥이들은 극단적이지 않았습니다. 기본기가 더욱 착실하고 점프의 정확성과 연기의 표현 능력이 뛰어난 김연아가 정석적이지 못한 점프를 구사하는 마오보다 여로 모로 낫다는 의견에는 일치하고 있지만 결코 마오에 대해 폄하하거나 비난을 일삼지 않습니다.

그리고 김연아에 대한 관심을 넘어서 한국 피겨 계의 열악한 환경에 대한 고민도 이들이 꾸준하게 제기하는 주제입니다. 피겨전문 링크의 부재, 그리고 척박한 훈련 환경 속에서 성장한 김연아의 어려움을 다른 유망주들에게 물려주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들은 ‘승냥이’들의 공통된 바램이기도 합니다.



스포츠 스타들에 대한 새로운 팬들의 등장을 알려 줌

물론 김연아 팬들이라고 해서 모두가 긍정적인 모습만을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지나친 열의와 관심은 오히려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가 부진하거나 어려운 상황에 있을 때 지나친 욕설과 비난보다는 애정으로 감싸주는 분위기는 너무나 훈훈합니다. 여기에 김연아와 다른 선수들이 연기한 세계 각국의 방송들을 가져오고 혀를 내두를 만큼 세세한 자료까지 입수해오는 부분은 기존에 존재한 한국 스포츠팬들에겐 생소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무엇보다 단결심이 강하고 열정이 뜨거운 것만큼이나 다른 스포츠팬들에 비해 순수합니다. '김연아에게 뜨거운 응원을 보내주되 결코 그녀가 부담이 가지 말도록 하자.'가 기본 모토인 ‘승냥이’들은 이번 아이스쇼에서도 그들의 열정을 마음껏 보여주었습니다.

필자가 이들을 접해보며 몇 가지 깨진 편견들이 있습니다. 남자들이 대다수일 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승냥이'들의 상당수는 여성들이었습니다. 또한, 연령대도 비교적 다양했던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김연아와 피겨의 열정적인 팬들인 '승냥이 떼'들이 스포츠팬들의 모범적인 답안이라고 말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김연아를 가장 뜨겁게 응원하되 다른 선수들의 가치를 인정해주고 진정으로 피겨 자체를 즐기는 모습은 다른 종목에서도 귀감이 될만한 부분입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지금까지 힘들게 걸어왔지만 가장 뜨겁고 마음을 모아주는 팬들이 있기에 김연아는 여전히 ‘행복한 스케이터’일 것입니다.

[사진 = 지난 페스타 온 아이스에서의 김연아 (C) 엑스포츠뉴스 전현진, 남궁경상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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