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5.20 09:55 / 기사수정 2008.05.20 09:55
[엑스포츠뉴스=박형규 기자] '주말의 사나이' 봉중근.
16승 28패로 최하위로 달리고 있는 '위기'의 LG 트윈스. 터지지 않는 타선도 문제지만 더욱더 김재박 감독을 고달프게 하는 것은 바로 무너진 선발진이다. 에이스 역할을 해야 할 박명환은 이미 한 달 전부터 개점휴업 상태고, 지난해 삼성에서 무난한 활약을 했던 브라운은 타자들이 치기 좋은 '배팅볼'을 던지며 퇴출당하였다. 그나마 옥스프링과 봉중근이 제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이 LG로서는 다행일 뿐. 특히, 어려울 때마다 등판하여 역투한 봉중근의 활약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전직 메이저리거 봉중근은 큰 기대를 한몸에 받고 지난해 LG에 입단하였지만, 몸값에 맞지 않는 미미한 활약을 펼치며 팬들을 실망시켰다. 24경기에 출전하여 6승7패 평균자책점 5.32. 전성기 때의 직구 스피드가 전혀 나오지 않아 그의 주특기인 각도 큰 커브와 체인지업이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그리하여 올 시즌 전 선발자리조차 보장받지 못한 처지가 되었다. 박명환-옥스프링-브라운의 1,2,3선발 체제에 최원호, 이승호, 정재복, 심수창과 4,5선발 자리를 두고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올 시즌 LG의 무너진 선발진에 옥스프링과 버팀목 역할을 수행하며 대변신을 이룩했다. 겨우내 꾸준한 웨이트와 체력훈련을 통해 하체 힘을 길렀고 그에 기인하여 직구 스피드가 148km/h까지 나오면서 그의 주무기인 떨어지는 변화구에 타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되었다. 현재 봉중근은 10경기에 선발등판하여 4승5패 평균자책점 3.31을 기록하고 있다. 표면적인 성적표상으로는 그리 뛰어나 보이지 않지만 LG가 힘들 때마다 '활력소' 역할을 하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10게임에 등판하여 6번의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으며, 8개 구단 투수들 가운데 가장 많은 이닝인 68이닝을 소화하며 '이닝이터'로서의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해했다. 그리고 호투를 했던, 점수를 많이 허용했던 무조건 5이닝 이상을 책임지는 면모를 보이며 LG의 불펜진의 과부하를 막는 역할 또한 수행했다.
그러한 봉중근에게 올 시즌 특이한 점이 발견되었다. 바로 '대인배'다운 기질이다. 현재까지 10번을 선발로 출전한 봉중근은 주말에 5번, 평일에 5번을 등판하였는데, 그 기록이 매우 상호 대조적이라는 것이다. 주말에 5번을 선발등판하여 38이닝 동안 23안타만을 맞으며 6실점만을 허용하여 4승1패 평균자책점 1.42로 최고의 투구를 했다. 그 1패 또한 8이닝 동안 3안타 1실점으로 호투했으나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해 패전이 된 경우다. 평일엔 그와는 대조적으로 5번 선발등판하여 30이닝 동안 34안타로 25실점 하여 7.5의 최악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평일에 열렸던 5월1일과 6일의 롯데와 SK와의 경기에서는 각각 5,7실점을 하며 무너졌으나, 5월11일 일요일에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서 류현진과 맞대결을 벌여 8.1이닝 동안 4안타만을 허용하는 짠물 피칭으로 1실점만을 내주며 팀의 연패를 끊었다. 이날의 승리는 '지옥의 9연전'에서 8연패를 당하고 있던 위기의 LG를 구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고, 팀이 지난해 7월부터 한화전 12연패를 달리고 있었으며, 선발 맞대결을 벌였던 류현진은 지난 시즌 4월부터 LG전 7연승을 구가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승리의 기쁨이 배가 되었다. 5월 17일 토요일에 벌어진 KIA와의 광주 원정경기에선 7.1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KIA 타선을 잠재우며, 한 달 만에 팀이 연승을 거두는데 일조를 하였다.
역시나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봉중근인 것일까? 주말 휴일에 가족단위의 관중과 주말 나들이객 관중으로 가득 찬 야구장에서는 최고의 구위로 관중을 사로잡으며 '에이스'로서의 진면모를 보였고, 상대적으로 주말보다는 텅텅 빈 관중석이 눈에 띄는 평일 경기에서는 다소 부진한 모습을 선보이며 무너졌다.
선발투수는 철저하고 체계적인 선발 로테이션에 의거하여 최적의 몸이 만들어질 때 등판하게 된다. 주말에 잘 던진다고 주말에만 나올 수 있는 투수는 세계 그 어느 곳에도 없다. 봉중근의 컨디션에 따라 목요일 삼성과의 원정경기 혹은 금요일 KIA와의 홈경기에 등판일자가 잡힐 것으로 보인다. 이때까지의 데이터가 우연이든 필연이든 봉중근은 현재의 LG에서 '에이스' 역할을 수행해야 할 선수다. 새로운 용병 로베르토 페타지니의 합류로 지난 주말에 기분 좋은 2연승을 거두며 상승곡선을 타고 있는 LG이기에 봉중근은 주말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에이스'로서 활약하여 탈꼴찌를 위한 발판을 마련해야만 한다.
[사진=봉중근 (LG 트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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