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5.19 17:03 / 기사수정 2008.05.19 17:03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90년대 중반 NBA 달라스 매버릭스에 '3J' 제이슨 키드-짐 잭슨-자말 매쉬번이 있었다면 2008년 K-리그 포항 스틸러스에는 '3황' 황재원-황지수-황진성이 있다. (전북의 '3J'는 세 사람이 아니므로 무효다!)
시즌 초만 하더라도 브라질로 돌아간 지난 시즌 K-리그 MVP 따바레즈의 공백과 중원의 사령관 김기동의 부상, 수비진의 불안으로 AFC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에서 졸전을 거듭하고 리그에서도 하위권으로 쳐졌던 포항이었지만, '3황'은 공격-중원-수비에서 포항의 문제점에 해법을 제시하며 팀이 '디펜딩 챔피언'으로서의 위용을 되찾게 해주었다.
이들의 활약과 함께 포항은 지난 리그 6라운드 대구전의 승리를 시작으로 부활, 어느새 정규리그 5연승을 기록하며 리그 3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의 놀라웠던 기세와 다르지 않다.
물론 포항에서는 가장 주목받는 선수들은 2경기 연속 2골을 기록하고 있는 이적생 데닐손과 박원재-최효진의 좌우날개지만, 이들 '3황'의 숨은 공로가 없다면 올해 포항의 2연패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 만큼 그들은 포항 전력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황재원(DF, 27)
많은 축구팬에게 축구외적으로 먼저 알려지고 인식되었지만, 사실 황재원은 지난 시즌 포항 우승의 핵심이었던, 축구만을 놓고 본다면 훌륭한 수비수임이 틀림없다. 사생활 문제와 부상으로 인해 동계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컨디션 난조를 보인 그는 시즌 초반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고, 그가 없던 포항의 수비진은 중량감이 떨어졌다.
포항은 황재원이 없던 4경기에서 7실점을 했던 반면, 그가 수비진에 돌아온 뒤에는 6경기에서 5실점만을 기록 중이다. 팀 성적도 1승 1무 2패에서 5승 1무로 급변했다. 황재원이 복귀한 뒤 포항의 성적이 좋아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경기 중에는 중앙수비수로서 경험이 부족한 수비진을 이끌었고, 복귀 후 곧바로 2경기 연속 골을 기록할 만큼 세트 피스에서는 적극적인 공격가담으로 상대 수비진을 위협했다. 황재원의 가세로 수비는 물론이고 공격까지 위력을 더한 포항이 승승장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황재원은 볼키핑력과 집중력, 대인마크 능력, 제공권 등을 모두 갖추고 뛰어난 공격가담 능력까지 보유한 리그 최정상급 수비수이다. 스캔들과 구단 자체 징계, 부상 등으로 경기를 뛰지 못하면서 그는 "다시 경기장에 서고 싶다"는 열망을 강하게 품었고, 복귀 후에는 전보다 더욱 높은 열정과 집중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가 복귀전이던 AFC 챔스리그 창춘 야타이와의 경기에서 골을 기록한 것도 어쩌면 그가 위축되지 않고 더욱 자신감 있게 경기에 임할 수 있게 해줬을 것이다.
올 시즌 사생활 문제로 인해 언제라도 경기력이나 심리상태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은 불안요소지만, 사건이 원만히 해결되고 그가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는다면 포항의 수비진은 더욱 견고해 질 것이다. 지난 동아시아대회 때는 생애 처음 국가대표로 선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스캔들이 터지면서 대회 시작 전 하차하는 불운을 겪기도 했지만, 차후 국가대표의 중앙수비수로서도 얼마든지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재목이다.
황지수(MF, 27)
지난 2월 동아시아 대회를 앞두고 허정무 감독이 '이탈리아 대표팀의 가투소 같이 좀처럼 두드러지지 않지만 소금 같은 역할을 해주는 존재'란 평가를 내리면서 팬들 사이에선 '황투소'라 불린다. 터프한 외모와 플레이까지도 가투소를 빼닮았다.
황지수는 중원 장악력이 좋고 포항의 수비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지난 시즌 미드필더 후방에서 김기동의 뒤를 받쳐주며 굳은 일을 도맡아 했고, 플레이오프에서는 울산의 오장은, 수원의 이관우, 성남의 김두현 등 상대방의 플레이메이커들을 왕성한 활동량과 뛰어난 체력으로 집중 마크해 상대팀의 공격을 원천 봉쇄해냈다. 그 덕분에 따바레즈-김기동은 공격에 치중할 수 있었고 포항의 공격은 더욱 위력적이었다.
올 시즌에는 황진성과 함께 좋은 조합을 보여주며 김기동의 부상 공백을 느끼지 못하게 할 정도로 좋은 경기 조율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상대의 길목을 차단하고 거친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는 강력한 수비력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미드필더 조합에 따라 공격과 수비를 연결하는 역할까지도 훌륭하게 소화하면서 포항 미드필더진의 무게를 더해주기 때문이다. 광주와의 리그 9라운드 경기에서는 데닐손의 역전골을 이끌어내는 날카로운 패스를 보여주기도 했다. 만약 김기동이 돌아온다면 그와 함께 리그 최강의 중원을 구축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동아시아대회에서도 국가대표로 발탁되며 김남일, 조용형 등과 좋은 조합을 보여주었던 그가 소속팀은 물론이고 대표팀에서도 '차세대 진공청소기'로서 맹활약하기를 기대해본다.
황진성(MF, 24)
황진성의 성장세는 파리아스 감독에겐 큰 기쁨이다. 사실 황진성은 2003년에 K-리그에 데뷔했지만 따바레즈의 그늘에 가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대부분 '조커'로 교체 투입되던 처지였다. 파리아스 감독은 시즌을 앞두고 따바레즈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황진성, 파비아노, 김재성, 권집 등을 상황에 맞게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하는 '플래툰 시스템'을 가동하려 했다.
하지만, 권집은 시즌 초반 부상으로 빠졌고 파비아노는 K-리그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한 상태였다. 황진성 역시 동계 훈련 중 손가락 부상을 당해 몸을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이 때문에 김재성이 선발로 출전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결국 서서히 몸 상태를 끌어올린 황진성에게 기회가 돌아갔다.
그러나 불운하게도 그는 3월 29일 인천 유나이티드 전에서 코뼈가 골절되는 부상을 당했다. 하지만, 팀의 부진 앞에서 부상은 그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회복이 덜 된 상태였음에도 대구전에서 안면 보호대를 착용하고 뛰는 투혼을 보여줬고,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된 이후로 점점 좋은 활약을 보여주면서 이제는 따바레즈의 확실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성남과 경남과의 경기에서 2경기 연속 도움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황진성의 장점은 드러나는 기록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창조적인 공격 전개능력과 간결하고 감각적인 개인기를 갖춘 그의 움직임에 따라 결정적인 공격기회가 창출된다는 점에서 플레이메이커로서 팀에 공헌하는 점이 지대하다.
알고 보면 황진성도 브라질 유학파다. 포철공고 1학년 시절이던 2000년에 포항의 지원으로 오범석, 김동현(성남) 등과 함께 브라질로 축구유학을 다녀왔다. 그의 충실한 기본기와 출중한 개인기는 이 시절에 익힌 것이다. 덕분(?)에 국내선수 중 파리아스 감독의 경기 중 지시를 바로 알아들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수이기도 하다.
오범석, 김동현 등이 모두 국가대표를 경험해봤던 것에 비교할 때 그는 아직 A매치 경험이 없다. 그러나 최근 리그에서 보여주는 활약을 봤을 때 조만간 허정무 감독의 부름을 받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수원이 끝 모를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성남, 서울, 울산 등은 안정적인 전력을 보여주며 올 시즌 K-리그 우승을 향한 행보가 그 어느 때보다 쉽지 않아 보이지만, 포항의 2연패가 가능하다면 그것은 '3황'의 발끝에서 시작되고 끝나게 될 것임이 틀림없다. 그들이 리그와 A매치에서 종횡무진 활약할 것을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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