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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환의 '쑥스러운' 8년 만의 복귀골

기사입력 2008.05.18 17:00 / 기사수정 2008.05.18 17:00

박형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형진 기자] 무려 8년 만의 골. 유럽무대에서 화려한 비상과 추락을 경험하고, 무적 신세와 2군 신세를 겪으며 '레전드'답지 않은 설움을 겪었던 안정환이 넣은 8년 만의 정규리그 골이었다. 그러나 이 감격스런 골에도 안정환은 아무런 세레머니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자신의 진영으로 돌아올 뿐이었다.

상황은 이러했다. 부산의 한 선수가 쓰러지면서 부산 선수들은 일부러 공을 사이드라인 밖으로 차 냈다. 성남은 드로인으로 부산 진영에 공을 넘겨주었다. 여기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드로인된 공을 부산 수비수가 제대로 잡기도 전에 성남의 두두가 그 공을 가로챈 것이 문제였다. 미처 대비가 되지 않은 부산 수비진은 두두의 역습(?)에 무방비 상태였고, 두두가 올린 크로스를 최성국이 논스톱 슛으로 멋지게 차넣으며 성남이 골을 성공시켰다.

부산 선수들은 거칠게 항의했으나 주심은 이미 골을 선언한 상태였다. 규칙상 하자가 없는 슛이었지만 축구에서 통용되는 '매너'에 어긋난 골이었기에 부산 선수들은 거칠게 항의했다. 킥오프 상황에서도 부산 선수들은 공을 잡지 않으며 성남의 '비매너'에 항의의 의사를 전달했다.

주심은 선심과 대기심으로부터 상황을 전달받았고, 성남의 김학범 감독 역시 재빨리 상황을 판단했다. 최성국의 골 상황이 축구 매너와 맞지 않다고 판단한 성남은 부산에 한 골을 내주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그 골을 넣은 선수는 다름 아닌 안정환이었다.

심재원이 내준 공을 천천히 몰고간 안정환은 가볍게 공을 찼고, 성남의 정성룡 골키퍼는 일부러 자리를 피하며 공이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안정환이 2007년 수원에 입단하며 K리그로 복귀한 지 1년 2개월만의 골, K리그에서 마지막으로 골을 넣었던 2000년 7월 5일 부천대 부산의 경기로부터는 무려 8년 만의 골이었다.

그토록 기다리던 안정환의 복귀골이었지만, 본인은 상황이 상황이었던 만큼 기쁜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8년 만의 복귀 골이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나와서인지 얼굴에는 씁쓸한 표정이 역력했다. 멋진 복귀 골로 자신의 건재함을 알리고 싶었던 안정환으로서는 약간의 '굴욕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그러나 축구 매너에 맞지 않은 골에 대해서 수긍하고 골을 내어준 성남, 상황을 빨리 정리하고 경기에 들어간 부산의 '신사적인 모습'은 팬들의 박수를 받을 만했다. 그렇기에 안정환의 골은 쑥스럽기는 하지만 아름다운 골이기도 했다.

부산은 안정환의 골에도 불구하고 후반 19분 두두, 후반 40분 김동현에게 연속골을 허용하며 1-3으로 패배했다. 부산은 K리그에서 1승 3무 6패로 부진한 모습을 이어갔고, 대구에 4-1로 승리한 제주에까지 밀리며 최하위 14위로 추락했다. 한편, 성남은 부산전 승리로 광주에 5-2 대승을 거둔 수원과의 승점 차를 유지하며 2위에 복귀했다.

사진 : 엑스포츠뉴스 전현진 기자



박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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