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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승환, 그래서 오승환

기사입력 2017.03.10 04:22


[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끝판대장'의 이름값을 했다. 오승환(36)은 자신이 왜 최고의 소방수인 지를 증명했다.

김인식 감독이 이끈 한국 대표팀은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서울라운드 대만과의 경기에서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11-8로 승리했다. 앞선 이스라엘전과 네덜란드전에서 패한 뒤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한국은 3전 1승2패를 기록, A조 3위로 도쿄라운드 진출에는 실패했다.

오승환은 이번 대회에서 단연 인상적인 선수였다. 첫 등장부터 남달랐다. 오승환은 대회 첫 경기 가장 위태로운 순간 마운드에 올랐다. 이스라엘과 1-1로 팽팽하게 맞서있는 8회초 2사 만루의 위기 등판한 오승환은 공 네 개로 이닝을 끝냈다. 첫 공부터 149km/h의 빠른 공으로 타자 스콧 버챔의 헛스윙을 이끌어 낸 오승환은 다음 공으로 150km/h을 마크했고, 묵직한 구위로 상대를 윽박지르며 삼진 아웃 시켰다. 9회에도 올라온 그는 선두에게 안타를 허용했지만 이후 연속 삼진과 유격수 땅볼로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대만전에서 역시 오승환이 마운드에 오른 것은 한국이 벼랑 끝에 몰린 때였다. 8-8 동점이던 9회말 무사 2루, 오승환은 이현승에게 마운드를 넘겨 받았다. 아웃카운트는 세 개가 남아있고, 깊숙한 안타 한 방이면 경기가 끝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환호 속에 등장한 오승환은 대만의 4번타자 린즈셩에게 삼진을 솎아냈고, 린이취엔 고의4구 후 가오궈후이 역시 삼진, 천용지 우익수 뜬공으로 승부를 연장전까지 이끌었다. 한국은 연장전에서 점수를 추가하며 승리를 챙겼다.

오승환이 위기를 진화시키지 않았다면 경기 내용과 결과가 어떻게 달라졌을 지 모른다. 오승환이 한국의 3연패를 막은 셈이다. 경기 후 대만의 우푸롄 코치가 "마무리 투수가 잘 막았다. 훌륭한 투구를 했다"고 콕 집어 이야기 할 정도였다. 김인식 감독은 "당초 예상했던 20구보다 많이 던지게 해 미안하지만 승리를 가져다줘서 고맙게 생각한다"며 감독으로서 승리의 발판을 마련해 준 오승환에게 진심 어린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서 이스라엘전 1⅓이닝, 대만전 2이닝을 소화한 오승환은 총 3⅓이닝 동안 고의4구로 인한 투구수 제외 46개의 공을 던져 1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1볼넷 마저 고의4구였다. 대회 내내 답답했던 타선과 불안한 마운드 속 오승환 홀로 빛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수가 나올 수밖에 없는 압도적인 투구였다.

사실 오승환의 대표팀 합류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예비 엔트리에조차 오승환의 이름은 없었다. 지난해 11월 WBC 대표팀 감독 선임이 확정된 뒤 김인식 감독은 오승환에 대해 "꼭 필요한 선수"라고 하면서도 "문제가 좀 있지 않나"라며 징계를 의식하는 말을 했다. 이후 오승환은 예비 엔트리와 최종 엔트리까지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원정도박으로 물의를 일으켜 KBO의 징계를 받은 바 있는 오승환을 발탁하기엔 따가웠던 여론을 다분히 의식한 처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인식 감독은 오승환을 뽑았다. 부상 등 선수들의 연이은 이탈로 고심하던 김인식 감독은 결국 오승환을 대표팀으로 발탁했고, 논란을 뒤로 한 채 오승환은 미국에서 시범경기 한 경기를 마친 뒤 정확히 대회 일주일 전인 2월 27일 대표팀에 합류했다. 이후 오승환이 어떤 활약을 했는 지는 기록지가 말해준다.

여전히 오승환을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은 엇갈린다. 이번 대회를 통해 그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얼마나 달라졌을 지도 모른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번 WBC를 통해 오승환이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자신의 기량을 다시 한 번, 충분히 증명했다는 것이다.

eunhwe@xportsnews.com / 사진=엑스포츠뉴스DB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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