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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인터뷰②] 이병헌 "국내 영화 시상식, 더 즐기는 분위기 됐으면"

기사입력 2017.03.04 06:50 / 기사수정 2017.03.04 04:32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이병헌은 지난 해 열린 영화 시상식의 단골손님이었다. 멀리 해외로 눈을 돌리면 지난 해 2월 열린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내 배우 최초 시상자로 자리했고, 이후 연말까지 청룡영화상을 비롯한 국내 영화 시상식에서도 이견 없이 남우주연상을 싹쓸이했다.

기억에 남는 순간들도 여럿 있었다. 한 해의 끝자락, 우여곡절 끝에 열렸던 제53회 대종상 시상식에서 '내부자들'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이병헌은 당시 논란의 중심에 섰던 대종상 시상식에 대해 뼈 있는 소감을 전하며 화제를 모았다.

당시 이병헌은 "53년이라는 긴 시간을 지나면서 명예를 이전처럼 다시 찾는 것이 단시간에 해결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또 53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명맥을 유지하고 명예로웠던 시상식이 불명예스럽게 이대로 없어지는 것은 더더욱 아니라고 본다"고 짚으며 "어떤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고 해결책인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변화라는 것은 개인의 의지나 노력보다는 모두가 한마음이 돼 조금씩 고민하고 조금씩 노력하는 순간에 시작되는 게 아닐까"라는 이야기를 남긴 바 있다.

이병헌은 당시의 발언을 떠올리며 "제가 선배 배우라서 (어떤 책임감 때문에)그랬던 것은 아니다"라고 말문을 열며 "나이가 어려도 자기가 느끼는 게 있지 않을까요. 높은 선배님들이 '우리도 아무 말 안하는데 왜 쟤가 나와서 저런 말을 해' 이럴 수도 있겠지만, 그날은 그냥 제 생각을 말하고 싶었어요"라고 회상했다.

"어떤 정치적인 생각이 깔려있던 것은 아니었다"라고 강조한 이병헌은 "정말 역사가 긴 시상식인데 우리 손으로 없애려고 하는, 거부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있어서 정치적이거나 하는 그런 모든 것 없이, 정말 순수하게 다가갔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어요"라고 설명을 이었다.


이병헌은 시상식에 참석한다는 그 자체의 분위기가 너무나 좋다고 얘기했다. 해외 시상식에서는 수상여부와 관계없이 시상식 참석 자체를 즐기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돼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의 분위기는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조금은 자리하고 있다.

"제가 주변에 끊임없이 한 얘기가, 시상식에서 노미네이트 된 후보들이 다섯 명이라고 하면, 그 사람들 (모두 참석해서) 얼굴이 화면에 이렇게 전부 뜨는 게 전 너무나 멋있어 보이는 거예요. 진짜 기분이 좋더라고요. 심지어 저는 제 자랑 같지만,(웃음) 예전에 후보에도 없었지만 시상식에 간 적이 있어요. 더 아이러니한 건, '다들 왜 왔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거예요. 배우 시작한 지 10년 쯤 됐을 때였을까요. 심지어 제 작품도 없는데 시상식에 갔던 것이었거든요. 이상한 눈총을 받으니 약간 창피하긴 했지만, '다들 즐겼으면 좋겠는데' 이런 생각은 계속 들더라고요."

국내외의 다양한 시상식을 두루 경험한 그인 만큼, 세계에서 인정받는 한국 배우들에 대한 칭찬과 그에 덧붙여지는 아쉬운 마음도 함께 전했다.

지난 달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김민희의 이야기가 한창 화제가 됐을 무렵, 이병헌은 "일단 기본적인 것은 김민희 씨와 강수연 씨, 전도연 씨처럼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상을 탈만큼 훌륭한 연기를 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죠"라고 박수를 보냈다.

"이것도 아이러니하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전한 이병헌은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의 여배우들이 칸, 베를린, 베니스 영화제에서 모두 최고의 상을 수상했는데 정작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여배우 기근 현상을 보인다고 하고, 캐스팅을 할 때면 여배우가, 또 여배우가 할 영화가 없다고 말하는 것이요. 우리나라에 좋은 여배우들이 정말 많잖아요. 남배우도 마찬가지고요. 모두들 정말 기가 막히게 연기를 하고 있으니, 조만간 또 어디에서든 좋은 소식이 들리지 않을까요. 세계적으로도 한국영화들에 대한 좋은 얘기들을 꾸준히 하고 있고요"라면서 계속해서 한국 영화에 대한 좋은 소식들이 연이어 들리기를 소망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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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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