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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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화호, 그들을 가로막는 '세개의 탑'

기사입력 2008.04.22 10:21 / 기사수정 2008.04.22 10:21

장지영 기자



[엑스포츠뉴스=장지영 기자] 올림픽 조 편성이 결정됐다. 그런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한국, 일본은 물론 개최국인 중국마저 낙관하기 힘든 구성이다. 세 나라 모두 8강까지는 노려볼만 하지만 메달권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당장 한국은 한 조에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포함되는 사태는 피했지만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당시 우승을 기록했던 카메룬과 지난 아테네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기록한 유럽의 강호 이탈리아, 그리고 북중미를 대표하는 팀 중 하나인 온두라스와  함께 포함됐다.

제일 부담없는 조라는 평가를 받는 C조의 중국은 뉴질랜드, 벨기에 그리고 가장 피하고 싶은 팀 1순위에 오르내리는 브라질과 한 조에 편성됐고 일본도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을 피한 건 반갑지만 네덜란드, 나이지리아, 미국과 함께 편성되면서 최악의 조추첨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 어차피 각 대륙별로 치열한 조 예선을 치른 나라들끼리 맞붙는 터라 어느 조에 들어가든 쉬운 상대는 없다지만 메달권을 노리기에는 갈 길이 멀다.

K-리그 최고의 화두

한국 역시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아테네 올림픽 때에도 아시안 게임에서도 월드컵에서도 반드시 빠지지 않던 한국 축구 최고의 난제, 병역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남자 운동선수들이라면 누구나 짊어져야 하며 특히 한국 프로스포츠계를 심심하면 들썩이도록 만드는 문제가 바로 병역 문제다. 현재 병역법 시행령 49조는 '예술 체육요원의 특례대상'을 규정, 올림픽 3위 이내 입상,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에 대해 병역면제 특혜를 부여한다. 특히 축구의 경우 2002 한일 월드컵대회 이후부터는 월드컵 16강 이내 입상자도 여기에 포함된다. 특히 타 종목에 비해 유난히 선수로서의 기간이 짧은 편인 축구의 경우 이런 정당한 기회는 더더욱 놓칠 수 없다.

문제는 지난 2006년 독일 월드컵과 카타르 도하 아시안 게임을 마치고 한국 대표팀이 받았던 수많은 질타 중 하나가 '염불은 뒷전이고 잿밥에만 눈이 멀었다'는 것이었다는 점. 이런 질타는 야구나 농구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축구와 야구의 경우 월드컵과 WBC 특혜가 주어지면서 타 종목에 비해 면제 혜택의 폭이 넓은 편이다 보니 가장 많은 쓴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순수하게 경기 자체에 목적을 둔 것이 아니라 승리 뒤에 받게 될 성과보수에만 치중을 한 결과가 'No메달'의 수모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이번 올림픽 대표팀 역시 국가적 자존심은 물론 이런 의도와 부담을 함께 어깨에 짊어진 상황이다. 이미 월드컵은 물론 아테네 올림픽과 도하 아시안 게임을 통해 이미 3번의 탈락 고배를 마신 터라 이번 베이징 올림픽만큼은 메달권에 들겠다는 생각이지만 여전히 낙관하기 힘들기도 마찬가지. 적어도 슬금슬금 들러붙기 시작한 '우물안 개구리' 꼬리표를 뗄 수만 있다면 좋으련만, 이번에도 아시아 최강으로 그친다면 한국 축구는 총체적인 리셋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와일드 카드, 경험인가 구색인가

한편, 와일드카드 역시 벌써 예상명단이 나오고 있는 상황. 가장 유력하다고 나온 명단이 박지성, 김동진, 조재진인데 이게 또 팬들 사이에서는 시끄럽다. 아무리 선수 선발이 감독 고유의 권한이라고는 하지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것.

지금 현재 구설에 오르고 있는 부분은 이번 시즌 전북 현대로 적을 옮긴 조재진. 물론 예비 명단에 이름을 올린 다른 선수들 역시 문제시하려면 안 걸릴 선수가 없긴 하지만 적어도 공격수 부분에서는 함께 이름을 올렸던 염기훈이 부상으로 시즌 전체를 이탈하게 됨에 따라 사실상 유력한 공격수 와일드 카드로 올라선 상황이다.

그러나 조재진의 경우 7경기 6골1도움의 기록이 있다고는 하지만 컵대회를 제외하면 6경기 4골 1도움에 그중 1골은 PK 득점이다. 컵 대회는 단 한 경기에만 출장해 역시 PK를 포함해 2골을 기록하면서 7경기 6득점에 일조한 터라 꾸준히 K-리그를 지켜본 팬들 사이에서 납득하기 힘들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

게다가 팀의 성적도 시즌 전 예상을 무색하게 할 만큼 하위권에서 맴돌고 있고, 그나마 상위권인 컵대회에서의 출전 기록은 단 한 경기에 그쳤다. 꼭 K리거를 기용할 생각이라면 모를까 오히려 예비명단에는 포함도 되지 않은 김두현이나 이천수가 더 설득력을 얻는 상황이다.

사실 와일드카드에 요구하는 것은 득점력만이 아니라 노련한 경기력도 포함된다. 경기 중 선수 개개인이 가지는 경험의 무게는 남다르다. 그동안은 젊은 선수들의 득점력이 문제가 돼서 3명 중 적어도 한 사람은 공격수로 구성했던 게 사실.

그러나 이근호, 신영록, 조동건, 신영록 등 젊은 선수들의 득점력이 눈에 띄는 향상을 보이고 있는 올 시즌의 K-리그를 생각해보면 이번 올림픽이야말로 오히려 그런 공격력을 충실히 살려 줄 수 있는 노련한 후방 지원이 필요하지 않을까. 와일드카드야말로 23세 이하라는 지극히 제한적인 선택을 요구하는 올림픽 대표팀의 구성이 가진 최대의 변화 요인이 아닐까?

D조, 넘어야 할 산들

한국은 8월 7일 카메룬 전을 시작으로 올림픽 본선 일정에 돌입 이탈리아와 온두라스의 순서로 조 예선을 치를 예정이다. 그러나 이 3팀 중 한국(50위)보다 순위가 낮은 팀은 단 한팀도 없는 상황. 그나마 제일 순위가 낮은 팀이 온두라스지만 이 역시 38위로 한국보다 12계단을 앞서있다.

온두라스의 경우 가장 최근 치러진 미국과의 대결을 직접 관전하면서 상당한 전력을 파악해 이 팀만큼은 반드시 잡겠다고는 하지만 박성화 감독 스스로도 "쉬운 팀은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다른 팀에 비해 가장 인지도가 낮은 팀이다 보니 정보전 문제도 복잡하다. 특히 중남미의 경우 다혈질적인 기질은 비슷하지만 당장 나란히 붙어 있는 나라들이라 해도 확연히 다른 색채를 선보이는 편이라 비슷한 팀과 마주하는 것만으로는 준비라 보기 힘들다. 특히 공격진의 가변성이 높은 편이라고 하니 다양한 상황을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다. 게다가 조별 예선에서 마지막으로 만날 상대이니 당장 경기 직전에 발생할 다양한 변수들도 감안을 해야 할 팀.

한국 대표팀이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먼저 넘어야 할 산은 아프리카의 카메룬.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기록했으며 이미 FC바르셀로나 소속의 에투가 와일드카드 출전이 유력시되고 있다. 또 소속 선수들 대부분이 어린 시절부터 유럽의 여러 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팀이다. 또 국제 랭킹면에서도 17위에 자리 잡아 한국보다 상당히 앞서 있는 팀이기도 하다. 온두라스와 더불어 반드시 잡아야 할 팀에 꼽히는 카메룬을 대비하기 위해 축구협회에서 나이지리아 등 여러 아프리카팀과의 평가전을 준비하고 있다지만 유럽이나 중남미와 같은 다른 대륙에 비해 유난히 전력이 파악되지 않은 곳이 아프리카 대륙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역시 D조 최고의 팀은 이탈리아일 것이다. 이탈리아는 지난 1996 아틀란타 올림픽 당시 본선에서 와일드카드였던 마르코 브랑카에게 2골을 내주며 1-2로 패했던 팀이기도 하다. 특히 이탈리아 대표팀의 경우 한국과 마찬가지로 자국 리그에서 함께 발을 맞춘 선수들이 주축이라 조직력 면에서는 D조 중에서도 1,2위를 다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행히 전력 면에서는 가장 많이 노출이 된 팀이고 선수 개개인의 기량에 대해서도 다양한 분석이 나온 터라 정보전 면에서는 오히려 유리하다는 것이 약점이라면 약점.

문제는 제일 만만한 온두라스마저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8강행을 당연시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게다가 조 1위가 아니면 경우의 수에 따라 8강전에서 브라질과 대결을 해야할 상황이라 한국 대표팀의 행보는 긴장의 연속이다.

'이번에는 과연'이라는 기대가 '그럼 그렇지'로 결론지어 질지, '이 정도면 해볼 만하다'로 마무리 지어질지는 지금부터 지켜봐야 할 것이다.



장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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