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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뭐하세요?] 이글파이브→솔로→제작자, '리치'가 걸어온 길

기사입력 2017.02.23 10:30 / 기사수정 2017.02.22 15:11


[엑스포츠뉴스 전아람 기자] 2001년 '사랑해, 이 말 밖엔'을 발표한 뒤 지금까지 회자될 정도로 큰 사랑을 받은 리치(본명 이대용). 사실 그는 솔로 활동을 하기 전, 13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이글파이브로 데뷔한 아이돌 출신이다. 정확히 1998년 데뷔한 그는 팀이 해체된 이후에도 홀로 활동하며 음악의 끈을 놓지 않았다.

특히 리치는 지난해 3월 MBC '복면가왕'에 '내 마음의 보석상자'라는 닉네임으로 깜짝 출연해 많은 대중의 반가움을 샀다. 하지만 그 후 또 다시 방송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유는 자신의 이름을 딴 기획사 '리치월드'의 대표로서 후배 가수들을 양성하는데 전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성기 시절은 추억으로 남긴 채, 실력파 후배들을 제작하는데 온 힘을 쏟고 있는 리치와 최근 만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눴다.

- 요즘 근황이 궁금해요.
"'리치월드'라고 이름을 딴 레이블 회사를 운영 중이에요. 경영도 하고 있지만 그보다 프로듀싱 쪽에 가까워요. 음반 제작을 하고 있어요. 제작은 어릴 때부터 꿈이 있었어요. 나이가 들면 음악 관련해서 무엇을 할까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러면서 작곡가로 활동해야 겠다고 생각하고 더 발전해서 프로듀서, 더 발전해서 음반 제작까지 하게 됐죠."

- 현재 리치월드에는 누가 소속돼 있나요.
"언페어, 서바울, 신나라 등 세 명이 있어요. 세 명 모두 솔로 아티스트예요. 리치월드에서 처음 나온 친구는 서바울이라는 친구인데 랩을 하고 있어요. 딥(Deep)한 랩보다 대중적이고 감성적인 것에 가까워요. 두 번째는 신나라라는 여성 R&B 보컬리스트예요. 우리 레이블은 흑인 음악 소울이 강해요. 보컬리스트들도 대부분 R&B 소울이 기반이에요. 언페어라는 친구는 싱어송라이터 겸 보컬리스트예요. 자기 혼자 앨범 1부터 10까지 다 만드는 재주를 가지고 있어요. 그렇게 세 팀이 있어요. 또 데뷔를 준비 중인 다른 아티스트도 있어요. 이들은 현재 조합을 맞추고 있는 중이에요."

- 리치월드에서 주로 하는 역할이 뭔가요.
"제가 음반 프로듀싱을 시작할 때 길을 잡아주긴 하지만 일일이 신경 쓰면 다른 일에 신경 쓰지 못해요. 주로 아티스트들이 방황 하거나 갈피를 못 잡을 때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죠."

- 오랫동안 방송에서 못 본 것 같아요.
"방송활동을 활발하게 했던 것이 6~7년 된 것 같아요. 약 7년 전에 에이블이라는 4인조 그룹을 제가 프로듀싱 했었어요. 그게 리치월드의 시작점이 됐어요. 제작을 하다 보니 제 활동이 뜸하지 않았나 싶어요."

- 왜 그 동안 방송활동은 하지 않았나요.
"결혼도 하느라 틈이 없었어요. 중간에 앨범을 내려고 시도해 봤지만 잘 안 맞았던 것 같아요. 지난해 4~5월까지만 해도 MBC '복면가왕'에 출연해서 앨범을 내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것보다 활동을 잠정적으로 중단할까 생각해요. 지금은 제 앨범보다 제작자로서 더 마음이 가 있는 상태예요. 이제 플레이어의 마음이 많이 없어졌어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마지막 앨범 정도까지는 생각하고 있어요. 그 이후로는 여기에 더 매진하려고 해요."

- 무대에 대한 갈증이 컸을 것 같아요.
"10대와 20대를 가수 생활에 바쳤어요. 아직까지 무대에 서면 욕심인 것 같아요. 갈증도 물론 있었지만 제가 제작하고 있는 친구들이 풀어주고 있기 때문에 덜 한 것 같아요."

- 가장 일하고 싶을 때는 언제였나요.
"제가 마지막으로 낸 앨범이 싱글까지 다 포함해서 열 몇 번째 앨범이에요. 가수가 5~6개 앨범을 내면 다음부터 창작의 고통도 있지만, 즐거움도 있어요. 그 정도 내면 약간 무뎌져요. 반대로 부담으로 돌아오기도 해요. 부담이 절 너무 힘들게 해요. 새로운 앨범 내서 사람들에게 박수를 받고 관심 받으면 다행이지만 화살이 되어 돌아오면 마음의 준비가 돼 있어야 해요. 앨범에 대한 갈증보다 두려움이 더 컸기 때문에 그걸 피하려다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갈증에 대한 것이 전혀 없으면 거짓말이죠. 하지만 그것보다 두려움이 더 커요. 이제 몸 사리는 것 같아요."

- 활발하게 활동하는 동료들을 보면 부러웠을 것 같아요.
"저는 제작에 더 적성이 맞아요. 그런 에너지를 여기에 쏟고 싶어요. 제가 제작한 친구들이 무대에 올라가고 노래할 때 제가 올라갔을 때보다 더 희열을 느끼는 게 커요. 기쁨이 더 커요. 그때 내가 이 길이 맞구나 생각해요. 제가 부지런한 스타일이 아니에요. 제꺼 할 때는 게으른데 이 친구들과 할 때는 부지런해져요. 못 끝내면 불안해요. 내 일은 미루고 천천히 해도 되는 마음인데 이 친구들 꺼를 안 하면 그날 잠을 못 자는 스타일이에요. 돌이켜 보면 제가 13살에 데뷔했는데 에너지가 많고, 펼치고 싶은게 많은데 환경적으로 개선해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청춘의 날들이 지나가지 않았나 싶어요. 제가 프로듀서 입장이 돼 보니 이 친구들의 꿈을 펼쳐주도록 도와주는 게 제 역할인 것 같아요."

- '복면가왕'에 나왔을 때 벅찼을 것 같아요.
"지난 2015년에 JTBC '슈가맨'에 나갔는데 그 이후로 활동을 안 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계속 섭외 요청이 왔고, 녹화가 끝나니 기분이 정말 좋더라고요. 하지만 자꾸 무대에 서면 마음의 갈등이 생기기 때문에 최대한 안 하려고 하고 있어요. 사실 그게 지금도 딜레마예요. 제가 선배니까 같이 움직여주고 활동하면 제작한 아이들에게 더 쉬운 길이 될 수도 있는데 그럼에도 고민인 것이 한편으로는 그게 해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이 친구들이 가는 자리를 내가 차지할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고 눈치가 보여요. 잘 판단하려고 해요. 아무때나 나서면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지 않나 싶어요."

- '사랑해 이말 밖엔'이라는 노래를 아직도 많은 남성들이 부르는데 뿌듯하겠어요.
"행운아라고 생각해요. 저는 아이돌로서 대표곡도 있고, 솔로로서 대표곡도 있기 때문에 행운아인 것 같아요. 인생에서 대표곡이 한 곡 나오기도 힘들잖아요. 제 인생의 역사 같아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프로듀싱 하고, 음반을 제작 하면서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끼고 해요."

- 한편으로 이 노래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을 것 같아요.
"많았죠. 결국 명곡은 뛰어넘을 수가 없어요. 하늘이 정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넘으려고 해도 어쩔 수 없더라고요. 노력은 했지만, 최선을 다했으니 됐다고 생각해요. 명곡이 하나만 있으면 됐지 2~3개 있으면 욕심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아이돌 할 때도, 솔로일 때도 사랑 받았기 때문에 럭키한 사람인 것 같아요."

- 바쁘게 활동할 당시 슬럼프가 있었나요.
"매번 슬럼프였어요. 잘 해도 슬럼프였고, 못 해도 슬럼프였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소화가 안 됐던 음식이 소화가 되는 느낌이에요. 그 전에는 너무 꽉 잡고 있었어요. 안 떨어지려고 벼랑 끝에서 잡고 있었어요. 놓으니 편해요."

- 1997년 데뷔해 벌써 20년차인데, 돌아보면 어떤가요.
"미쳐서 산 것 같아요. 지금도 미쳐있는데 그때는 정말 미쳐있었어요. 지금은 조금 정신 차린 편이에요. 하나만 보고 살았어요. 그땐 명예를 쫓았던 것 같아요. 저는 조기교육을 그렇게 받았는데 제가 데뷔할 때 '최연소'라는 말을 하더라고요. 그런 말을 듣다보니 상업보다 명예 쪽으로 생각이 간 것 같아요."

- 이글파이브 멤버들과 연락하면서 지내나요.
"연락을 못하고 지낸지 꽤 됐어요. 심재원은 SM엔터테인먼트에서 안무 디렉터로 있는데 같은 업계 있으면서 정작 연락은 못하고 지내고 있네요. 소식만 듣고 있어요. 그래도 각자 자리에서 중요한 일을 맡고 있는 걸 보면 자랑스러워요."

- 결혼생활은 어떤가요.
"아내가 고생을 많이 하죠. 될 수 있으면 집에서 아이와 시간을 보내려고 하지만 바빠서 늦게 들어갈 때가 많아요. 그래도 아내가 전적으로 믿어주고 밀어주고 기다려주고 응원해주고 있어요. 아들도 이제 아는 것 같아요. 눈빛을 보고 이야기를 나눠보면 아빠는 음악 하니까 바쁜 것 다 알아라고 말하는 것 같아요."

- 어떤 가수로 기억되고 싶나요.
"대한민국의 K팝, 음악계를 크게 발전 시키는 프로듀서가 되고 싶어요. 아티스트들이 사랑하는 리치월드를 만들고 싶어요. 우리회사 슬로건이 음악 테마 파크예요. 항상 오픈 돼 있고, 놀이공원에서 놀이기구 타듯이 음악하고, 즐기는 리치월드를 만드는 게 꿈이에요. 나중에는 강남에 편하게 와서 쉬고, 음악 하고, 밥도 먹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 프로듀서로서의 철칙이 있나요.
"오너가 아닌 친구 같은 프로듀서가 되고 싶어요. 오너는 경영인이고, 프로듀서는 경영인이 아니잖아요. 친구처럼, 형처럼 소통하고 싶어요. 프로듀서의 첫 철학은 소통이에요. 편하게 들어갔다 나올 수 있는 그런 공간이 있어야 더 좋은 보석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어딘가 좋은 원석이 있을 수 있는데 벽이 높으면 발견을 못할테니 그 벽을 허물고 싶어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음악 놀이공원, 리치월드로 꼭 놀러오세요."

kindbelle@xportsnews.com / 사진=리치월드

전아람 기자 kindbell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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