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4 10:21
스포츠

자본 앞에 무너진 아스날의 '아름다운' 꿈

기사입력 2008.04.16 14:51 / 기사수정 2008.04.16 14:51

박형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형진 기자]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지만, 지금 추세가 계속된다고 가정해서 올 시즌 유럽축구를 정리하면 어떻게 될까?

우선 각 리그별로 강팀다운 강팀이 효과적인 선수 보강으로 성공을 거두었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라 리가의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는 막대한 이적료로 여러 선수를 보강했고, 각각 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 주목할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분데스리가에서는 리베리, 루카 토니, 클로제를 영입한 바이에른 뮌헨이 '부활'을 선언했고, 세리에A에서는 탄탄한 스쿼드의 인터밀란이 시즌 초반의 독주를 끝까지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챔피언스리그 4강에 3팀을 올린 프리미어리그는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쓴 덕을 보며 리그 2연패를 노린 맨유의 차지가 될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 팀이 2007/08 시즌 역사에 아무런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는 것은 아쉽다. 아스날. 그것도 '킹 앙리'가 떠난 아스날이 거둔 성과가 아무런 결실을 맺지 못했다는 것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제 아무도 아르센 웽거 감독의 실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J리그 나고야의 감독이었던 그가 아스날 감독으로 임명되었을 때만 해도 지금과 같은 성공을 예측한 사람은 드물었다. 웽거 감독은 탁월한 안목으로 진흙 속의 진주 같은 선수들을 찾아냈고, 그들을 다듬어 세계 최고의 선수로 만들었다.

물론, 웽거 감독이 아스날에 있으면서 대형 영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티에리 앙리를 데려오기 위해 들인 1050만 파운드는 당시로서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 시즌 그가 중요한 수비수 콜로 투레의 이적료는 단돈 15만 파운드, 맨유 퍼디난드의 일주일 주급과 엇비슷한 금액이었다!

또한, 웽거 감독은 300만 파운드에 어떤 공격수를 영입할 수 있는지 아데바요르를 통해 보여주었다. 아스날의 키플레이어 파브레가스의 이적료가 0파운드였다는 점을 생각한다면(그는 바르셀로나 유스 소속이었고 이적료가 발생하지 않았다), 프리미어리그 정상급 왼쪽 윙백인 클리쉬의 이적료가 25만 파운드에 불과했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웽거 감독의 안목이 얼마나 탁월했는가를 알 수 있다.

'미완의 대기'인 젊은 선수들을 성공으로 이끈 것은 웽거 감독의 전술이었다. 웽거 감독은 킥 앤 러시의 투박한 축구가 성행하는 잉글랜드 무대에서 정교하고 빠른 패스를 무기로 하는 섬세한 축구를 구사했다. 한창 성장하는 젊은 선수들은 웽거 감독의 전술을 잘 흡수했고, 감독이 원하는 축구를 성공적으로 구사했다. 웽거 감독의 지도하에 아스날이 세 번의 리그 우승, 네 번의 FA컵 우승을 이루었다는 것만으로도 '웽거 축구'의 가능성은 충분히 입증된 셈이다.

그러나 대형 선수를 영입하지 않고 한정된 선수를 이용하는 웽거 감독의 '알뜰 축구'는 자본의 위력이라는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유럽 정상급 팀은 40경기에 달하는 리그 일정 외에도 FA컵, 리그컵, 챔피언스리그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그러나 1년에 60경기를 쉬지 않고 출장하는 것은 체력적으로 불가능하며, 유럽 강호들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더블 스쿼드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 첼시와 같은 부자구단은 정상급 주전 선수로 더블 스쿼드를 운용할 정도다.

하지만, 아스날은 이번 시즌 충분한 후보진을 갖추지 못했다.

앙리가 바르셀로나로 떠난 타격 외에도 아스날은 기회를 얻지 못한 '늙은' (?) 유망주를 떠나보내야 했다. 알리아데르(미들즈브러), 루폴리(피오렌티나)와 같은 공격수 외에도 세바스티안 라르손(버밍엄), 무암바(버밍엄), 라사나 디아라(포츠머스)까지 주전 확보를 위해 아스날을 떠났다. 아스날은 베스트 11 이외 변변한 후보진이 없는 채로 시즌을 시작한 셈이다.

탄탄한 백업진도, 걸출한 대형 선수도, 경험 많은 노장도 없는 스쿼드였지만 꾸준한 출장기회를 얻은 젊은 선수들은 최고의 조직력을 과시했다. 이들의 시즌 초반 기세는 그야말로 '놀라움' 그 자체였고, 아스날을 떠난 앙리조차 '내가 빠진 아스날이 더 강하다'며 젊은 아스날의 진용에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아스날은 부상에 울고, 체력의 한계에 울었다. 에두아르도의 부상은 그 장면 자체로도 끔찍했지만, 아스날의 상승세가 꺾이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아스날 선수들은 버밍엄전을 계기로 체력적으로 부딪히기 시작했고, 특히 파브레가스의 체력적 한계는 경기력에 큰 영향을 주었다. 아스날은 그 사이에 FA컵과 챔피언스리그에서 맨유와 리버풀에 패하며 우승의 꿈을 접어야 했고, 리그에서도 첼시와 맨유에 연달아 패하며 우승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번 시즌 유럽축구무대에서 가장 인상적인 축구를 구사했던 아스날. 아스날의 이번 시즌 꿈은 결국 자본력이 막강한 강팀의 두터운 스쿼드 앞에서 무너지고 말았다. 혹자는 말한다. 아스날이 우승컵을 거머쥐기 위해서는 다른 팀처럼 목돈을 써서 대형선수를 영입하고, 때로는 첼시처럼 재미없는 경기로 승리를 거둘 줄도 알아야 한다고. (영국 텔레그라프지 헨리 윈터 기자의 주장이다.)

그러나 아스날처럼 자본의 힘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스타일을 구사하는 팀이 있기에 프리미어리그와 유럽축구는 더욱 매력을 갖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박형진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