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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커포커스] 박지성, 아스날전서 '약팀 전용-긱스 백업' 떨쳐내다

기사입력 2008.04.14 10:29 / 기사수정 2008.04.14 10:29

이상규 기자

[엑스포츠뉴스=이상규 기자] '박지성은 약팀 경기에만 나오는 긱스의 백업 선수!'

그동안 박지성(27,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을 폄하한 일부 국내 팬들의 반응이었습니다.  

박지성의 출전 경기가 대부분 중위권 혹은 약팀 경기인데다, 강팀 경기에서는 라이언 긱스에 밀려 출전 기회가 쉽지 않았던 것을 두고 '약팀 전용-긱스 백업'이라는 불명예스런 꼬리표가 그를 따라다녔습니다.

박지성이 출전을 거듭하는 최근에도 댓글을 살펴보면 즉흥적인(?) 반응들이 쏟아졌습니다. 

"어차피 나니 부상 때문에 땜질로 출전하지 않느냐" "최근에도 골을 못 넣었는데 뭐가 대단하냐" "한국 선수라고 너무 띄워주는 것 같다" "나카타가 박지성보다 더 낫다." 등등의 여론도 있었지요. 

그랬던 팬들이 박지성의 아스날전 선발 출전 모습에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그들에게 '약팀용 카드'라는 인식이 굳어졌던 박지성이 지난 13일 자정(이하 한국시간) 아스날과의 프리미어리그 34라운드에서 긱스를 제치고 당당히 선발 출전했습니다. 비록 55분 출전에 그쳤지만, 그는 평소와 다름없이 공수 양면에 걸쳐 적극적인 활약을 펼쳤으며 종종 원톱에 올라서거나 아스날 중앙 수비진과의 헤딩 경합에서 승리하는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박지성은 지난 2일과 9일에 열린 AS로마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1~2차전에서 풀타임 출전하여 팀의 승리를 견인하며 알렉스 퍼거슨 감독에게 '맨유의 또 다른 빅3'라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2일과 6일 미들즈브러전에 걸쳐 포기하지 않는 집념으로 웨인 루니의 골을 만들어내며 자신에 대한 안 좋은 평가를 불식시켰습니다.

특히 아스날전 출전은 박지성의 팀 입지에 큰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가 최근에 겨뤘던 로마와 아스날은 각각 이탈리아와 잉글랜드 클럽의 강팀입니다. 두 팀과의 경기에서 모두 주전으로 투입돼 자신이 '약팀용 카드'가 아니라는 인식을 한국팬들에게 심어줬습니다. 최근 체력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아스날전을 포함 4경기 연속 출전한 것은 팀 내에서의 위상이 탄탄하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더구나, 아스날전은 긱스를 제치고 선발 출전한 경기였습니다. 올 시즌 내내 부진했던 긱스는 최근 연속 출전중인 박지성의 활약에 밀리며 내림세를 거듭 중입니다. 그가 아스날전서 팀이 2-1로 앞서가던 후반 45분에 투입된 장면을 미루어 볼 때(흔히 이 장면을 두고 해당 선수에게 부정적인 용어를 붙이긴 합니다만) 박지성은 더 이상 '긱스 백업'이라는 소리를 들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동안 박지성을 폄하한 팬들은 분명 그의 부상 복귀 후 몇몇 경기만 보고 성급한 판단을 하지 않았나 조심스럽게 생각을 해봅니다. 그가 복귀 초반 '긱스-나니(심지어 플래처까지)' 밀리는 듯한 인상을 보이면서 한때 국내 여론에서는 그를 둘러싼 부정적인 시각이 강했습니다. (물론 그의 부활을 바라는 팬들이 더 많았지만.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박지성이 부상 공백으로 9개월 동안 오랫동안 그라운드를 떠나있던 선수였음을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합니다. 원래의 활약을 되찾기 위한 시간이 더 필요할 법이지만, 일각에서는 그에게 '약팀 전용'이라는 압박을 줬습니다. 불과 한 달 전에는 결장을 거듭하면서 중위권-중하위권 팀으로 이적해서 맨유에서의 실패를 만회해야 한다는 식의 비현실적인 반응까지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박지성은 강했습니다. 지난 시즌과 올 시즌을 통틀어 처음으로 4경기 연속 출전해 어느 정도 자신의 활약과 몸상태가 정상으로 도달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개인 능력은 떨어진다"고 말했던 박지성이었지만 자신의 장점인 이타적인 활약을 최대화하며 팀 전력 강화를 위해 많이 뛰는 활약을 펼쳤습니다. 자신의 재능을 살려 팀 전술에 녹아드는 박지성의 경기력은 박수받아야 마땅합니다.

그동안 박지성의 결장이 아쉬웠던 요인은 팀에 필요한 역할을 해줄 가치가 있음에도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근 4경기에서 자신의 진가를 퍼거슨 감독 앞에 증명하면서 팀 내 입지를 바꿔 놓는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물론 박지성의 포지션 경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일주일 뒤에 열릴 블랙번전에서 부상 회복중인 나니가 돌아올 예정이기 때문이죠. 최근 맹활약으로 자신이 '약팀 전용-긱스 백업'이라는 선입견을 불식시킨 박지성이 나니와의 치열한 경쟁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기대됩니다.

   



이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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