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4.13 15:30 / 기사수정 2008.04.13 15:30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2007~2008프로배구 여자부 경기는 이미 막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국내 프로리그는 끝났지만 가장 중요한 베이징 올림픽예선은 5월 17일에 일본에서 개막됩니다. 훈련과정을 살펴본다면 겨우 1달의 여유밖에 없고 장장 5개월 가까이 소속 팀에서 뛴 선수들은 쉴 틈도 없이 다시 새로운 선수 구성을 가진 채 조직력을 만들어야 합니다.
참으로 힘든 과정이 아닐 수 없는데 여자대표팀 국가대표 소집을 앞두고 가장 필요한 두 선수가 끝내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습니다. 바로 한국 여자배구 최고의 거포이자 전천후 플레이어인 김연경(흥국생명)과 올 시즌 챔피언 결정전의 MVP인 정대영(GS 칼텍스)이 그들입니다.
이유는 부상으로 인한 수술 때문입니다. 이미 시즌을 뛰면서부터 안 좋은 몸을 가지고 뛴 정대영은 발목 수술을 받기로 하고 이전부터 거부해온 국가대표 소집을 끝내 관철했습니다. 정대영의 국가대표 거부로 인해 찬반양론이 일어났지만 사실, 정대영은 아테네올림픽 예선전 때부터 어느 선수보다 꾸준하게 대표팀 멤버로 활약해 준 선수입니다.
하지만, 정대영보다 많은 논란과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선수는 바로 김연경입니다. 김연경은 현재 한국무대에서 뛰고 있는 여자배구 선수들 가운데 가장 국제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춘 선수입니다. 또한, 이미 지난 3년 동안 국내리그에서 독보적인 선수로 군림해온 만큼, 더 넓은 경험의 장인 국제 대회를 통해 자신의 실력을 더욱 발전시킬 필요도 있습니다.
그러나 올림픽 출전에 대한 열망이 강했던 김연경의 꿈은 이루어지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이번 시즌 막판에 또다시 엄습해온 무릎 부상이 김연경의 발목을 잡은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에게 이런 일이 생긴 것은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닙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김연경은 이로써 무릎에만 3번째 칼을 댄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배구선수들이 가장 많이 부상을 당하는 부위인 무릎은 점프와 착지를 반복하는 경기의 특성 때문에 피해가기 힘든 부상 부위입니다. 그러나 이제 만으로 20세에 불과한 김연경이 프로에 들어와서 매번 시즌이 끝나면 수술대에 오르는 것은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김연경의 혹사 여부에 대해 흥국생명 구단 측과 황현주 감독은 항상 그렇지 않다고 거듭 답변하고 있습니다. 김연경은 흥국생명이란 팀에서 반드시 필요한 선수이지만 활약도가 워낙 많아 보이니 그렇게 보이는 것일 뿐이며, 선수 생명과 체력 안배를 위해서 적절하게 쉬게 해준다는 것이 구단 측과 황감독의 입장입니다.
그러나 연속적으로 시즌을 치르고 나서 계속 수술대에 오르게 한 결과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는 부분입니다.
김연경은 프로데뷔 해부터 혹사의 길에 접어들고 있었습니다. 당시 2005~2006시즌에는 여자배구에 2점 백어택 제도가 신설되었습니다. 지금과 같이 한 세트에 두 번만 허용되는 백어택 2점제가 아닌 제한 없이 허용했던 당시엔 한꺼번에 많은 득점을 얻기 위해 김연경은 무리한 백어택을 지속적으로 시도했습니다.
김연경이 프로무대에 데뷔한 첫해, 흥국생명은 프로출범 이후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고 김연경은 앞으로 당분간 깨지기 힘든 공격 7개 부분에서 1위에 올랐습니다. 또한 한 시즌 최다득점인 756점을 기록했습니다. 이렇게 엄청난 기록을 세우고선 곧바로 수술대에 올랐고 당시 재활이 더 필요한 시점에서 2006 세계선수권과 도하아시안게임에도 참가했습니다.
또한, 2006~2007시즌을 마치고 난 후에도 김연경은 수술대를 피해가지 못했습니다. 비록 첫해에 비해 당시 외국인 용병인 케이티 윌킨스와 라이트 공격수인 황연주와 공격분담을 나눴다고는 하지만 김연경은 또 하나의 힘든 시즌을 치렀습니다. 그 결과 무릎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으며 여름과 가을 동안은 내내 재활에 전념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악순환은 이번에 또 이어졌습니다. 사실 올해는 세계배구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대회인 올림픽이 열리는 해입니다. 한 국가의 배구 발전을 위해서라도 올림픽 진출 여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이것은 올림픽 진출 여부와 관계없이 그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의 책임론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리그와 국제무대에서 줄기차게 혹사당해온 김연경은 만 20세의 나이에 벌써 세 번이나 무릎 수술을 받았습니다.
사실, 선수에게 있어 수술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결코 선수를 올바르게 진행시켜주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특히 무릎뼈에 대한 수술과 연골 수술은 한번 손을 대면 재활을 하고 회복된다 하더라도 예전에 가졌던 최상의 기량을 발휘하는데 적신호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김연경은 아직도 만 20세에 불과한 어린 선수이며 발전 가능성을 크고 본다면 무엇보다도 부상의 방지가 첫 번째로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김연경에게 쉴 수 있는 기회와 교체 타이밍을 줬다고 하더라도 세 시즌을 치르면서 세 번이나 수술대에 오르게 한 것은 합리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선수의 몸 상태가 완전하게 회복되어서 경기를 뛰는데 무리가 없는 상태까지 유지시켜 주는 것입니다. 당장 눈앞에 있는 승부를 위해 부상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 출전시키는 것은 그 선수의 생명을 단축하기만 합니다.
프로이기 때문에 승리로 결과를 증명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보다 넓은 관점에서 생각하면 유망한 선수에게 앞으로 더 뛸 기회를 많이 주고 좀 더 넓은 무대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도 배려해야 할 것입니다.
진정한 프로는 단지 승부에만 연연하는 것이 아닙니다. 코트에서 뛰는 선수들과 경기장을 찾고 배구에 관심을 가지는 팬들의 시선에도 유념할 줄 알아야 진정한 프로라고 불릴 수 있습니다.
김연경과 정대영이 합류해 최상의 전력으로 나가도 한치 앞을 바라볼 수 없는 올림픽 예선전에 결국, 현재 한국에 11연패를 안겨준 영원한 라이벌 일본이 가장 두려워했던 선수인 김연경은 끝내 참여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김연경은 단지 국내무대에서만 활약하기엔 여러모로 아까운 점이 많은 선수입니다. 국제무대를 통해 세계 유수의 선수들과의 경쟁을 하면서 더욱 기량의 발전을 가져오는 것이 지금의 김연경에게 필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아무쪼록 이번의 수술이 김연경에겐 마지막이 됐으면 하며 재활을 통해 건강한 몸을 되찾길 기원합니다.
[사진(C) 대한배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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