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박소현 기자] 유연석이 청춘을 담으면 성공했다. tvN '응답하라 1994'로 자신의 존재감을 만천하에 알린 그는 SBS '낭만닥터 김사부'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지난 1월 SBS 드라마 중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낭만닥터 김사부'가 막을 내렸다. 유연석은 '응답하라 1994'의 칠봉이에 이어 김사부(한석규 분)와 만나 차근차근 성장하는 강동주를 맡아 더욱 성숙해진 연기력으로 안방을 사로잡았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여러 의미를 던진 작품이다. 시청률과 작품성, 화제성 모두 거머쥐었다. 돌아온 한석규는 이 작품으로 연기대상을 수상했고 유연석과 서현진은 매 회 5분도 채 되지 않는 '멜로'분량으로 베스트커플상까지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돌담병원이라는 공간에 축소해서 담아낸 강은경 작가의 맛깔난 대본 아래 한석규와 서현진 그리고 유연석은 마음껏 뛰어놀며 극을 완성했다.
'종합병원2'로 한 차례 의학드라마에 도전해본 경험이 있는 유연석은 당시 썼던 노트를 다시 끄집어 냈다. 당시 4일 가량 의국에서 같이 생활하며 준비했던 당시의 노트는 이번 연기에 큰 자산이 돼다. 유연석은 "그때했던 대로 연습하고 실습하면서 조금 더 빨리 습득할 수 있었다. 원래 손으로 하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직접 해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유연석의 손 끝은 여전히 강동주 선생 답게 뭉툭하고 손톱 끝이 무척 짧았다.
그는 대기시간에도 수술 장면의 꿰매는 장면을 수없이 연습했고 '낭만닥터 김사부' 후반에는 대역 없이 자신이 해낼 수 있었다. 심지어 한석규의 대역을 해주기로 한 이가 일정 상 오지 못한다고 하자 대역으로 한석규의 손이 됐을 정도다.
유연석은 "진짜로 집중해서 꿰매다보니 이게 그대로 리얼하게 나갔다. 카메라가 끊어가지 않으면서 시간도 많이 단축됐고, 다른 신에 더 집중할 시간도 벌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유연석은 다른 스태프들에게 다른 의학드라마에 손 대역이 필요하면 자신에게 연기하라고 우스갯소리를 했을 정도로 제법 자신감이 붙었다. 시청률이 워낙 좋으니 이를 의식할 법도 했지만 어느 수치를 넘어서자 시청률 수치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더 공감하고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집착하지 않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애를 썼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그런 그의 노력 덕분일까. 실제 유연석의 지인 중 유독 의사들이 드라마를 재밌게 봤다고 연락이 왔다. 의료진이 의학드라마에 공감하면서 보기는 쉽지 않다. 공감대를 사기 힘든 상황이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유연석과 '낭만닥터 김사부'는 이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유연석은 "의사들 또한 시청자로 몰입도가 떨어지지 않도록 작품을 만들자는 의지가 강했다. 의사들이 재밌게 보고 있고 자신들의 인턴과정, 레지던트 시절이 떠오른다고 해주더라"며 "본인들이 현실에 맞닿아 있는 상황에서 의사로서의 사명감과 이상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부분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고맙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많은 의료진의 칭찬은 유연석과 '낭만닥터 김사부'팀을 춤추게 한 원동력이기도 하다.
좋은 사람들과 만난 거도 '낭만닥터 김사부'가 유연석에게 준 큰 선물이다. '절친' 손호준이 강력 추천한 유인식 감독과의 만남은 예상대로 훌륭했고, '구가의 서'로 이미 대본의 맛깔남을 경험했던 강은경 작가는 '옥고(玉稿)'를 건넸다. 이길복 촬영감독과도 과거 인연이 있었다. 유연석은 "선배들이 현장에서 긴장하게 만들지 않고 편하게 해주시더라. 변우민 선배도 유쾌했고 한석규도 그렇다. 배우들도 성격이 좋고 유인식 감독도 얼굴 한 번 붉힌 적이 없는 분이었다"며 쾌활했던 촬영장 분위기를 떠올렸다.
김사부 한석규는 강동주의 사부이자 유연석의 사부였다. 유연석은 "촬영하다보면 내가 하는 신이 뜻대로 되지 않고 그럴 때가 있다. 조용히 어깨동무를 하고 구석으로 가서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신다"며 "'나라면 이럴 거 같아',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지금도 좋은데 이런쪽으로 해볼까' 하는 식으로 조언을 하신다. 잠깐 숨을 돌리게 해주신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한석규가 '잘하고 있다'고 어깨를 두드려주며 건넨 격려는 유연석에 어떠한 말보다 큰 힘이 되었다.
'키스장인'들의 만남으로 관심을 끈 서현진에 대해서도 "보통 의학드라마에서 멜로를 왜 하냐고 하는데 우리는 이상하게 멜로를 더 늘려달라는 말들을 하더라(웃음)"며 "한 회 많지 않은 멜로신들을 공들여 찍으려고 했다. 서현진이 전작에서도 굉장히 인상깊은 키스신을 남기지 않아나. 첫 키스신도 인상깊지만 마지막에 찍은 게 더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마치 액션신의 합과 같다는 '키스신'에 대해 "신이 예쁘게 나오기 쉽지 않은데 합이 좋아서 더 감정적으로 집중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낭만닥터 김사부'를 통해 강동주라는 인물이 의사로, 인간으로 한 단계씩 성장하는 모습을 담아낸 유연석은 그에게서 많은 부분, 자신을 봤다. 미성숙한 캐릭터가 성장하는 모습이 끌려 작품을 선택했다는 그는 "의사가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려 전문의가 되는데 그 과정에서 얼마나 우여곡절이 많았겠냐"며 "강동주도 그와중에 성공하기 위해서 집착하고 그런 적도 있었고 김사부를 만나 의사로서의 의미를 다시금 느끼고 성장하게 된다"고 나지막히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강동주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이다. 같이 들이받는 청춘들의 모습이 있어 흥미로웠다. 드라마 속 동주가 점점 성숙해져가고 성장해가는 모습들이 재밌었다. 나도 '올드보이'로 데뷔해서 '응답하라 1994'로 많은 분들에게 이름을 알리기까지 꼬박 10년이 걸렸다"며 "그 와중에 좋았던 적, 아쉬웠던 적도 많고 좋은 작품과 선배들을 만나면서 성장도 했다. 강동주와 많이 닮아있었던 것 같다"고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동주가 울 때는 자신도 같이 울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유연석은 '응답하라 1994'로 새로운 '대세'스타로 주목을 받은 뒤 종횡무진했다. '응답하라 1994' 이후 유연석은 쉼없이 작품 활동에 나서 다양한 캐릭터로 스크린과 안방을 오갔다. 하지만 '응답하라' 시리즈 출연진들에게는 이른바 '응답의 저주'라는 예기치 못한 꼬릿표가 달렸다. 일종의 징크스마냥 매 시리즈의 출연진들에게 달라붙은 말은 배우들을 곤혹스럽게 했다. 유연석은 "'응답하라'시리즈는 좋은 자질을 가지고 있으나 빛을 보지 못한 배우들을 발굴하고 사랑받게 해주는 좋은 작품인데 그런 수식어가 붙는게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넘치는 사랑을 받기에 그 이후 그만큼의 기대치를 못 받았던 적도 있다. 하지만 '올드보이'로 데뷔 후 10년을 큰 성과를 못내고 있었던 시절도 있었다. 넘치는 사랑을 받으면 부족할 때도 있지 않겠냐"고 털어놨다. 그는 "'응답하라'로 각인이 되고 그 이미지대로 하기 보다는 계속 나를 찾아가는 과정 속에 다른 시도들을 했다"며 "성적이 좋았던 때도, 좋지 않았던 때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배울 수 있었던 것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런 시간이 밑거름이 돼 '낭만닥터 김사부'까지 이어졌음을 강조했다.
유연석은 "뮤지컬을 끝내고 몇 달간의 공백기가 있었는데 여태 쉰 적이 없어 그 몇 달의 휴식이 어색했다"며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 맞는 지 내게 계속 질문해보는 시간이었다. 어릴 때는 좋아했지만 이제는 '업'이 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고 질문도 던져봤다"고 고백했다. 그는 "그런데 빨리 작품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지더라. '낭만닥터 김사부'를 만나니 촬영하면서 즐거웠다. 내가 연기하고 있는 자체를 즐기고 있었다"고 털어놨다.갈증을 안고 시작한 작품이기에 그에게는 더 소중하고 의미있었던 것.
그는 "계속 꿈을 향해 들이받고 있다"며 "강동주도 처음에는 어색했다. '선배'라고 부르는 설정도 어색했고, 그 미성숙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 자체도 조금 어색했었다. 어느 샌가 점점 맞아가더라. 그 미성숙함과 어색함이 맞는 거더라"고 진지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캐릭터가 성장함에 있어서 저 또한 캐릭터에 따라서 성장해 나갔던 것 같다. 그래서 후반부에는 크게 불편하고 어색하지 않게 연기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유연석은 "'낭만'이 두 가지 의미가 있더라"며 "우리가 생각하는 로망, 이상적인 그리고 또 로맨틱한 인간미에서 나오는 낭만이 있더라. 사람냄새 나는 한 해를 보내면서 내가 꿈꾸는 이상을 하나하나 이뤄가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고 올 한 해 목표를 전했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좋은 사람들과 작업해서 다음 작품할 때는 어떤 사람들과 하게 될 지가 중요한 기준 중의 하나가 될 것 같다. 의학드라마를 해보니 건강이 너무 중요하단 생각도 절실히 든다"고 강조했다.
또 "이순재 선생님처럼, '꽃할배들'처럼 배우의 삶을 살았으면 한다. 그 연세에도 뜨거운 열정을 갖고 계신다. 20대 강동주의 열정을 갖고 계시는 분들이다. 그렇게 돼야겠단 생각을 한다"고 긴시간 이어진 인터뷰를 끝맺음 했다. 유연석의 다짐에는 그가 앞으로 선택할 이야기가 무엇이건 벌써부터 기다려지게 만드는 '열정'이 묻어났다.
유연석은 '낭만닥터 김사부' 종영 후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공간에서 자신의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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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현 기자 sohyunpark@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