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4.05 20:36 / 기사수정 2008.04.05 20:36
이번 주 라리가역시 감독들의 역량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라운드였다. 슈스터는 그동안의 비난을 만회하며 완벽한 선수기용으로 난적 세비야를 격파했으며 페예그리니는 모든 공격자원을 그들의 한계를 최대로 끌어낼 수 있는 전략과 알맞은 로테이션전술로 비야레알을 라 리가 2위에 올려놓았다. 하나 바르셀로나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루이즈 데 로페라에서 2:0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베티스에게 역전패를 당해버렸고, 바르셀로나의 호나우딩요의 방출 소문과 함께 레이카르트의 경질루머에까지 휩싸이고 있다. 또한, 지난주 베르나베우에서 레알 마드리드를 꺾으며 팀을 정상궤도를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은 쿠만은 그를 칭찬한 언론에 마치 약을 올려주듯이 마요르카에 대패. 리가의 평준화? 아니, 감독의 평준화라고 평할 수 있겠다.
선수진에 비하여 좋지 못한 경기력, 대체로 이런 팀들은 자신들이 들인 돈에 비해 큰 성적을 거두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예를 들면 프리미어리그의 뉴캐슬과 토트넘, 세리에A의 AC밀란, 분데스리가의 뉘른베르크 등이 좋은 예이다.
물론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도 그런 경우가 있다. 아니, 많다. 모두들이 예상하듯이 발렌시아, 레알 마드리드, 그리고 바르셀로나-우승후보 3팀-인데, 이 3팀은 빅클럽인만큼 언론의 큰 관심을 받고 있는데, 이 3팀의 부진에 대하여 수많은 언론은 그 이유로 하나로 묶고 있는데, 바로 감독의 역량부족이다.
믿고 데려왔지만 팀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버린 감독, 빅클럽에서의 감독경험이 전무한 감독, 카리스마와 장악력을 잃은 감독. 쿠만, 슈스터, 그리고 레이카르트. 바로 이 3명의 감독이 언론의 집중포화를 받는 그 감독들이고 이 3명의 감독 모두 자신들의 미래가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다.
먼저, 레알 마드리드부터 시작하자. 이번 주 세비야와의 경기는 힘겨운 경기라 생각한 다수의 사람을 비웃듯이 3:1 승리를 거뒀다. 특히 경기내용 면에서 세비야를 완벽히 제압하며 레알 마드리드 리가테이블 맨 꼭대기에 있는 이유를 다시 한번 각인시켜주었다.
레알 마드리드가 세비야로 상대로 승리한 것에는 두 가지의 이유가 있는데, 첫 번째는 시즌 초반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던 스네이더와 구티가 다시 한번 완벽한 호흡으로 부활, 그리고 두 번째는 라울의 파트너로서 이과인을 택하면서 공격진에 시너지효과를 창출해낸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 두 가지에서 느낄 수 있는 건 슈스터가 스네이더와 부진과 부상으로 인하여 클라시코데르비이후 준 주전으로 도약한 밥티스타를 과감히 벤치에 앉히고 최근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레알 마드리드의 새로운 스타로 도약하려는 ‘이과토비치’(헤어스타일이 미야토비치같다고 팬들이 지어준 닉네임) 곤잘로 이과인을 선발 기용한 것이다.
밥티스타는 어떤 상황에서든 골을 결정지어줄 수 있는 능력은 있으나, 시야가 좁은 편이고 현재 라울을 스트라이커로 놓는 전술상, 미드필더진 영에서부터 우겨 들어오는 밥티스타같은 스타일의 선수는 경기를 바꾸는 한방에 의존할 순 있어도 결국엔 라울이 고립되고 말기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허나, 골을 결정지어주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평가받으나, 골을 만들어내는 능력은 탁월하다 평가받는 이과인은 라울의 파트너로서 제격이었다. 이과인은 예상대로 세비야전에서도 탁월한 테크닉을 이용한 돌파로 세비야의 수비진을 분쇄시키는데엔 성공하였지만 결정력 부족으로 팔롭이 지키는 세비야의 골문을 흔들기에는 약간 부족한 듯이 보였다.
그러나 라울, 구티, 스네이더라는 환상적인 선수들의 도움 속에 이과인은 결국 골을 기록, 아르헨티나 올림픽 대표 공격수로서의, 레알 마드리드라는 엄청난 클럽이 보유한 유망한 공격수로서의 그의 모습과 자신감을 한껏 드러낼 수 있었고, 이는 선수진 활용을 제대로 못한다는 평을 받던 슈스터 감독 전략의 승리였다.
잇따른 패배로 ‘거대한 팀의 감독을 처음으로 맡아보는 슈스터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 아니냐’는 언론의 비판을 받아온 슈스터는 이로써 다시 한번 언론이 그를 재평가할 시간을 얻게 되었고 그는 이 시간을 놓치지 말고 그가 어째서 레알 마드리드라는 팀의 감독인지 증명 해보여야 할 것이다.
‘레알 마드리드와 반대되는 팀’ 바르셀로나는 반대로 상황이 악화되어가고 있다. 한때 ‘드림팀’이라 불리며 스페인, 세계축구를 주도하던 팀의 모습은 어느샌가 사라져버리고 현재는 구단과 선수의 불화와 팀의 부진등 여러 문제에 쌓여있다.
일단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보기엔 ‘호나우딩요’라는 존재가 엄청난 존재를 차지하는데, 문란한 사생활에서부터 오히려 동료에게 방해가 될 정도의 훈련태도, 틀어질 대로 틀어진 구단과의 관계 등 한때 세계를 축구계를 지배하던 이 선수가 바르셀로나의 모든 걸 망쳐버리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레이카르트는 이미 호나우딩요를 통제하기엔 너무 늦어버렸고, 어울려 다른 선수들도 어수선해지기 시작하였고, 이윽고 루이즈 데 로페라에선 2:0의 리드를 허무하게 날려버리고 패배하고 말았다. 그 후 쏟아지는 언론들의 폭격. ‘레이카르트가 선수들을 통제할 역량을 잃었다.’, ‘라포르타회장은 차기감독 후보를 찾고 있다.’등
한때 무링요와 함께 세계최고의 감독으로 손꼽히던 레이카르트는 더 이상 당시의 카리스마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당시의 전술에서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며 이미 모든 걸 간파한 라리가의 눈치 빠른 감독들에게 밀리고 있다. 시즌 초 ‘판타스틱4’라며 기대를 모았던 4명은 더 이상 이름값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수비진마저도 흔들리며 갑자기 좋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문제는 사실 시즌 내내 있었으나, 이번 베티스전 패배로 불거져나온 샘으로, 더 이상 샤비, 이니에스타, 에투, 메씨등 개개인의 힘으로 커버해 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무링요, 바르셀로나B팀의 감독인 과르디올라가 차기감독후보로 거론되는 상황에 레이카르트는 자신이 좀 더 바르셀로나에 있고자 한다면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 팬들이 만족할만한 성과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나 그 성과는 ‘승리’라는 것이 아니다. 선수들의 환상적인 플레이만이 아닌 경기력도 뛰어난 ‘완벽한 승리’라는 굉장히 어려운 조건이다.
발렌시아-올 시즌 라리가 돌풍(?)의 주역-는 홈에서 마요르카에 패배했는데, 사실상 이 경기는 쿠만의 발렌시아에서의 삶을 마치게 될 계기가 된 경기로 평가받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를 꺾어낸 건 그저 공격수들 개개인의 능력, 힐데브란트의 환상적인 선방일 뿐이었을까? 쿠만이 카니자레스, 알벨다, 앙굴로를 제외한 건 대체 무슨 꿍꿍이였을까?
이는 시즌이 끝나봐야 알 수 있을듯하다. 중요한 건 쿠만을 데려온 솔레르회장은 현재 회장직에서 내려왔고, 쿠만이 발렌시아를 지휘하는 건 아마 이번 시즌까지일 것이라는 것이다. 키케 플로레스를 해임하며 데려온 ‘네덜란드 특급’ 쿠만, 그는 ‘개혁’이라 부르며 발렌시아의 팀 전체를 새롭게 바꿔나 가려 했지만 결국 실패로 끝난 것처럼 보인다.
한편, 떨어지는 자가 있으면 오르는 자가 있는 법, 현재 리가 2위 비야레알의 마누엘 페예그리니감독은 쿠만, 레이카르트와는 다른 평가를 받고 있다. 좋은 공격수가 많다는 건 골을 넣을 수 있는 조합이 다양해진다는 것이고 페예그리니는 이 조합을 최대로 이용하며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로씨, 토마손, 니하트, 프랑코 이 네 명의 공격수들과 피레, 카솔라, 카니의 미드필더를 조합한 공격진형은 라리가에서 최고의 공격진으로 부상하고 있다.
바르셀로나를 넘어서 이젠 레알 마드리드와 승점 6점차. 베른트 슈스터와 마누엘 페예그리니의 대결.
비야레알은 레알 마드리드와 승점이 같아진다 하더라도 이번 시즌 레알 마드리드와의 대결에서 전부 패배하였기 때문에 반드시 승점에서 레알 마드리드를 넘어서야만 하는 상황. 아마도 이 대결은 이번 시즌 라리가 후반기 최대 볼거리 중 하나가 될 예산이 크다.
프리메라리가 호르나다31(31라운드)에서는 레알 마드리드가 마요르카로 원정을 간다. 마요르카는 최근 발렌시아를 꺾으며 상승세에 있기에 굉장히 재밌는 경기가 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양 팀의 스트라이커 구이사와 라울의 대결이 큰 볼거리.
또한,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바이에른 뮌헨에게 동점골을 넣으며 바바리안들을 절망시킨 헤타페는 이번에는 캄프 누로 떠나 이번에는 카탈루냐를 충격으로 몰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가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하여도 홈에다가 좋은 활약을 보여주는 선수가 몇 있기에 이 경기 역시 재밌게 흘러갈 것으로 예상된다.
마요르카와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와 헤타페의 경기가 전력차이는 나지만 재미있는 경기로 흘러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라싱과 데포르티보, 세비야와 비야레알은 전력도 비슷하기에 한 치를 알 수 없는 박빙의 경기로 흘러갈 것으로 예상된다. 알게 모르게 5위를 지키고 있는 라싱 산탄데르는 리가 최소 실점 팀의 위용을 떨치고 펼치고 있으며 데포르티보는 로티나 감독의 수비적인 전술이 그대로 먹혀들며 강등권에서 15위권까지 순위를 올리고 있다.
간단히 말해서 ‘방패와 방패의 대결’이라 평할 수 있겠다. 이와는 반대로 세비야와 비야레알의 경기는 ‘창과 창의 대결’이라 평할 수 있겠는데, 굉장한 골 잔치가 벌어질 것으로 여겨진다.
모든 스포츠에서 감독은 엄청난 위치를 차지한다. 축구 역시 그렇고, 라리가 역시 그렇다. 후안데 라모스감독이 토트넘으로 가버린뒤 세비야가 전력을 추스르기까지 굉장한 추락의 시간을 보냈었고, 아우아테와 무누아의 싸움등 데포르티보가 강등의 위기에 놓여있을 때, 팀을 추스르고 새로운 전술을 선보인 로티나감독은 데포르티보 라 코루냐를 최근 라리가 최고 상승기의 팀 중 하나로 올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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