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4.04 11:10 / 기사수정 2008.04.04 11:10
[엑스포츠뉴스=문용성] 지난 2일 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K-리그 '최대의 라이벌'인 FC서울과 수원삼성의 시즌 첫 맞대결로 인해 뜨거웠다.
더군다나 양팀의 열혈 서포터즈인 '수호신'과 '그랑블루'는 경기시작부터 종료될 때까지 경기장을 가득 메우는 함성과 열정으로 경기의 분위기와 흥을 한껏 고조시켰다.
그러던 후반전 말미, 양팀 선수들이 후반 종료가 가까워지면서 이성을 잃고 감정적인 플레이가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경기종료를 몇 분 남기지 않고 양팀의 전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정점에 달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경기는 원정팀 수원의 2-0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경기가 끝나자, 서울 응원단이 자리 잡았던 N석에서 물병과 오물이 그라운드를 향해 날아들었다. 경기 결과에 대한 불만이 결국 투척행위로 이어진 것이었다. 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히 눈살이 찌푸려지는 올바르지 못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팀의 패배에 대한 분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경기장 밖으로까지 이어지고 말았다.
바로 서울 응원단의 이모(26)씨가 수원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을 찾아온 대학생 이모(22)씨를 폭행한 것. 이는 지지하는 대상만 다를 뿐 리그의 대한 애정과 그 표현의 방식이 다르지 않은 동업자와도 같은 축구팬에 대한 폭행이기에 축구와 K-리그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더욱 가슴 아프게 느껴진다.
그러한 행위는 당사자 간의 단순한 폭력문제 이상의 의미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는 분명 외부에 비추어질 때 K-리그 전체에 대한 비난 내지는 비판으로 다루어질 것이고, 시즌 초반 심판의 매끄러운 경기운영과 강팀들의 연이은 대결로 리그 분위기가 상승곡선을 타고 있는 시점에서 리그 부흥의 불씨를 스스로 밟아서 꺼버린 것과 다를 바 없다.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을 아끼고 사랑한다는 것만으로 모든 것을 정당화시킬 수는 없다. 만약 그 표현과 실천의 방식이 올바르지 못하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며, 스토킹이다. 리그에 대한 사랑도 올바른 방향으로 행해져야 한다. 그래야, 더 많은 사람이 K-리그를 찾고 사랑하고 즐길 수 있게 되지 않겠는가?
혹자는 유럽리그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폭력사태를 인용하면서 폭력에 대한 정당화 내지는 그 위험성을 가벼운 문제로 치부할지도 모르겠으나 이는 정말로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가 없다.
아직 우리 리그의 현실은 유럽의 명문리그와 같은 오랜 역사도, 튼튼한 토대도 완벽하게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다가 연고의식이 지역에 정착된 경우는 일부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위와 같은 폭력 사건은 단순히 축구경기를 보러오는(팀에 대한 애정이나 리그에 대한 애정이 아닌) 일반팬('준'리그팬)들을 더욱 리그로부터 멀어지게 할 것이다. 자신의 팀에 대한 사랑의 잘못된 표현이 우리 리그의 발전을 저해하고 더욱 무너뜨린다는 것을 깨닫고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한때 K-리그를 두고 '그들만의 리그'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녔다. 지금은 누구도 그런 말을 붙이지 못할 정도로 리그는 성장해가고 있지만, 위와 같은 사태가 반복된다면 리그발전은 장담할 수 없다. 우선, 프로는 팬이 있고 관중이 있어야 존재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진정 리그를 사랑하는 서포터즈와 리그팬들의 냉철하면서도 현명한 축구사랑의 지혜가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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