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안중근이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대한독립만세’를 세 번 외치자 객석에서 박수가 터진다. 한국인의 심장을 관통하는 저릿한 정서가 이 ‘영웅’에 녹아있다. 영웅이 부재한 요즘, 어수선한 시국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보편적인 호소력을 발휘한다.
2009년 처음 막을 올린 창작극 ‘영웅'이 일곱 번째 시즌을 맞았다. 안중근 의사의 의거를 다룬 뮤지컬이다. 자작나무 숲에서 독립운동의 결의를 다지는 안중근부터 조국 독립, 동양 평화를 위해 목숨을 바친 독립투사로서의 안중근까지의 삶을 담아냈다. 안중근과 안중근의 가족, 동지, 친구 등 주변 인물을 통해 당시의 시대 상황을 극적으로 그렸다.
안중근 의사를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역사책을 비롯해 각종 작품을 통해 익숙하다. 식상하거나 지루할 수 있지만, 안중근의 마지막 1년, 단지동맹부터 하얼빈 거사와 재판 후 사형집행까지로 집중해 몰입도를 높였다.
조국을 위해 희생도 마다치 않은 당당한 영웅으로 알려진 안중근이다. ‘영웅’은 그런 안중근의 내면에 있는 진솔한 고민과 두려움을 내포하면서 인간 안중근의 모습도 조명했다.
명성황후 시해사건 때 살아남은 마지막 궁녀이자 이토에 복수를 꾸미는 비극적 인물 설희와 안중근을 돕다 죽음을 맞는 왕웨이와 링링, 동지 우덕순, 조도선, 유동하 등 주변 캐릭터들도 적절히 배치해 극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배우들의 열연이 무대를 꽉 채운다. ‘영웅’으로 뮤지컬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정성화는 안중근의 결의에 찬 모습, 죽음 앞에서도 기개를 잃지 않은 모습 등을 카리스마 있게 소화해낸다. 절정으로 치달은 ‘누가 죄인인가’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살인한 15가지 이유를 읊는 장면에서는 흡인력 있는 연기로 여운을 남긴다. 전반적으로 감정선을 살리면서도 풍부한 성량으로 정성화만의 매력을 드러낸다.
뮤지컬 넘버는 오케스트라와 함께 웅장하고 장엄해 극의 분위기와 일치한다. ‘단지 동맹’, ‘그날을 기약하며’, ‘누가 죄인인가’, ‘영웅’, ‘오늘의 이 함성이’ 등이 감동을 고취한다. 가슴 벅찬 표정으로 넘버를 부르는 배우들의 모습이 인상 깊다.
무대 연출도 눈여겨 볼만하다. 하얼빈 역에서의 기차 장면, 철근 구조물로 표현한 박진감 있는 추격신 등이 볼거리다. 단순한 철근 구조물로도 지루하지 않은 입체적인 추격신을 만들어냈다. 일본 측은 붉은색, 독립투사들은 푸른색으로 나눈 조명도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2월 26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 160분. 만 7세 이상.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 에이콤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