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신태성 기자] 카림 벤제마(레알 마드리드)가 부진하다. 현지 언론에서도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지단의 결단이 필요할 때다.
레알은 30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소재의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펼쳐진 2016/2017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20라운드에서 레알 소시에다드에 3-0 완승을 거뒀다. 팀의 최전방에서 경기를 시작한 벤제마는 선발 공격진 중 유일하게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하고 경기장을 내려왔다.
최근 스페인 현지에서는 벤제마의 폼에 대해 언론의 비판이 쏟아졌다. 부진에도 벤제마를 고집하는 지네딘 지단 감독에게도 비난의 화살이 향했다. 소시에다드전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단 감독은 벤제마 선발 기용 문제를 두고 "벤제마에게 어떠한 호의도 베풀지 않는다"며 "나는 모든 선수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도 지지하고 벤제마 역시 마찬가지"라고 답변했다.
지단 감독에게 벤제마를 옹호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에는 둘 간의 '공통분모'가 있다. 같은 프랑스 국적을 가진 벤제마에게 지단이 관대한 잣대를 들이댄다는 의심이다. 여기에 두 사람의 혈통이 알제리계라는 점도 동일하다. 이러한 의심은 지단도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다. 기자회견에서 직접 이 점을 부인하기 위해 "벤제마와 나 사이의 공통점은 프랑스어를 사용한다는 것뿐"이라고 발언했을 정도다.
벤제마의 활약만 좋다면 이 같은 논란은 문제될 게 없다. 실제로 벤제마의 문제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나타나고 있다. 올시즌 모든 대회를 통틀어 27경기 12골로 간간이 득점포를 가동하고는 있지만, 라리가에서는 15경기 5골에 그치고 있다. 이는 수비수인 세르히오 라모스(6골)보다 낮은 수치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저조한 득점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경기 내에서 벤제마가 보여주는 모습이다. 벤제마는 전방에 머무르며 수비 가담이 적은 선수다. 이번 시즌에는 특히 그 정도가 심하다. 상대에게 공을 뺏긴 뒤에도 압박을 펼치지 않는다. 시즌 첫 패배를 당하며 무패 기록을 40경기에서 마감한 라리가 18라운드 세비야전에서도 스테판 요베티치의 역전골 장면에서 원인을 제공한 것은 벤제마의 이러한 태도였다.
공격 시 전방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경기장 카메라에는 벤제마가 가만히 서서 공을 바라보거나 천천히 움직이는 모습이 가장 많이 잡힌다. 의욕 없는 플레이로 일관하는 벤제마에 변함 없는 신뢰를 보내는 지단 감독에게 스페인 언론이 의문을 던진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볼 수 있다.
대체자원이 없다면 벤제마가 계속 나오는 것도 어쩔 수 없겠지만 그렇지만도 않다. 이번 경기서 벤제마와 교체돼 들어온 모라타는 득점을 기록하며 14경기 6골로 라리가 득점 순위에서 벤제마를 제쳤다. 벤제마가 선발로 12경기, 모라타가 6경기를 소화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차이는 더 커진다
물론 꼭 개인적인 감정이 작용하지 않더라도 지단 감독이 끈질기게 벤제마를 선발 기용하는 이유는 있다. 벤제마는 세계 정상급 공격수로 군림하며 경기 내에서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했던 선수다. 벤제마 정도의 이름값이 있는 선수라면 폼이 좋지 않을 지라도 상대 수비수들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간혹 터지는 '한 방'을 기대할 수 있기도 하다.
그러나 레알의 주전 공격수가 최근 5경기 동안 공격 포인트가 없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꾸준히 잘해주지도, 뛰어난 경기력을 뽐내지도 못한다. 때마침 모라타가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지단 감독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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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