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아영 기자] '사십춘기'가 40대가 된 '무한도전' 멤버들의 여행기였다면 어땠을까. '무한도전'의 공백을 채운다는 의미와 허전함을 모두 해결할 수 있지 않았을까. 권상우와 정준하의 매력도 있지만, 그러기엔 '무한도전'의 빈자리가 너무 크다.
28일은 MBC '무한도전'의 첫 번째 휴식이자 '가출선언 사십춘기'가 처음 방송되는 날이었다. 원래는 '무한도전'이 방영되어야 할 시간에 시청자를 만난 '사십춘기'는 40대에 찾아온 청춘이라는 열병에 동반 가출을 택한 20년 지기 권상우와 정준하의 찌릿한 가출일기다. 젊을 때부터 아빠가 된 지금까지 서로를 보아온 두 사람의 우정이 재미를 줬고, 40대 가장의 고민은 공감을 자아냈다.
하지만 '무한도전'의 그늘은 지우지 못했다. 11년 동안 같은 요일, 같은 시간대를 지켜왔기 때문에 이 시간에 찾아온 낯선 손님에 시청자들은 어색함을 느꼈다. 또 다른 문제는 '사십춘기'가 다른 여행 프로그램과 크게 다른 점이 없다는 것이다. 평소 친한 두 사람이 일상을 탈출해 여행을 떠난 뒤 생소한 풍광 속에서 속에 있는 이야기를 터놓는 것은 시청자들에게 이미 익숙한 구성이다. 왜 하필 사십대에 찾아온 사춘기를 대변하는 인물이 권상우와 정준하여야 하는지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짧게는 3~4일, 길게는 열흘 동안 촬영을 마친 뒤 편집을 거쳐 방송하는 여행 프로그램의 특성상, 차라리 '무한도전' 멤버들의 여행기를 다룬 스핀오프 형식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가 40대이고, 정형돈과 하하도 마흔을 바라보고 있다. '무한도전'에서도 속마음을 이야기하긴 하지만, 그들의 속 깊은 이야기를 듣기는 힘들었다. 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마음에 담아둔 말이 많을 수 있기 때문에 또 다른 그림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
만일 '사십춘기'가 정규 편성되거나, '무한도전'과 번갈아 시즌제로 제작이 된다면 다음 타자는 유재석과 박명수, 박명수나 하하 등이 되면 어떨까. '무한도전'의 큰 빈자리를 조금이나마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lyy@xportsnews.com / 사진 = MBC 방송화면
이아영 기자 ly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