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주애 기자] 친구끼리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20년 지기 정준하와 권상우의 여행이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지난 28일 20년 지기 정준하와 권상우의 가출이라는 신선한 포맷으로 주목받았던 MBC '가출선언-사십춘기'가 베일을 벗었다.
평소 방송에서도 절친 사이임을 과시해 온 정준하와 권상우이기에, 이렇게 다른 줄은 몰랐다. 먼저 여행에 임하는 태도부터 달랐다. 권상우는 오랜만에 생긴 자유시간에 평소에 못해본 것들을 하고 싶어했다. 그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차 "가지 못한 곳에 가보자"고 결심했다.
하지만 정준하는 정 반대로, 자유시간이 생긴만큼 충분한 휴식을 원했다. 그는 익숙한 제주도로 가서 바다낚시를 하거나 혹은 국내 다른 곳에서 조용히 이번 여행을 마치기를 바랐다.
치열한 탁구대결 끝에 결국 정준하의 뜻대로 제주도에 간 두 사람. 정준하는 권상우의 속도 모르고 즐겁게 바다낚시를 했지만 권상우의 표정은 내내 시무룩했다. 그날 오후 식사자리에서야 권상우는 "우리 20년 전에 함께 노천 온천에서 눈 맞으면서 온천 하기로 했던 거 기억하냐"며 '블라디보스토크'에 가고 싶은 이유를 밝혔다. 추억에 젖은 정준하도 그제서야 권상우의 마음을 이해하고 블라디보스토크로 급하게 향했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여행에서 두 사람의 차이는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다. 뭐든지 빨리 해야하는 퀵상우와 느릿느릿한 슬로우정의 대비되는 모습은 둘 사이의 간격을 더욱 벌어지게했다. 권상우는 가고싶은 곳이 생기면 앞장서서 걸었고, 정준하는 주변을 다 돌아보며 느리게 뒤를 좇아갔다.
블라디보스토크의 심장인 중앙광장에서도 둘은 너무나 다른 감상을 내놨다. 황량한 광장에 선 권상우는 '러시아 혁명'을 떠올리며 "멋지다"는 감탄사를 내뱉았고, 정준하는 그런 권상우를 이해하지 못했다.
광장 관광을 마친 후 루스키 섬에 꽂힌 권상우. 루스키 섬은 자연환경이 아름다운 곳으로 트래킹을 즐길 수 있는 관광명소였다. 하지만 권상우가 보고 반한 루스키섬은 여름의 모습이었고, 정준하는 겨울 루스키섬을 피하려 노력했지만 권상우를 이길 수 없었다.
그런데 그때 정준하의 블라디보스토크 지인으로부터 '반야'라는 러시아 식 사우나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고 권상우 역시 이에 흥미를 보이며 두 사람은 처음으로 같은 관심사를 갖게 됐다.
우여곡절 끝에 반야에 도착한 두 사람. 사우나에 들어가기 위해 옷을 모두 벗은 드사람의 몸매는 또 상반됐지만, 모든걸 벗고난 후에야 두 사람의 우정이 빛을 발했다. 그들은 둘만 남은 반야 안에서 20대 철 없을 때의 이야기와, 30대 전성기 때 이야기. 그리고 40대가 되어 한 가정의 가장이 되고난 후의 이야기까지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또 둘은 발가벗은 채로 반야 밖으로 나가 블라디보스토크의 눈밭을 뒹굴며 세상에서 가장 유치한 40대가 되기도 했다. 다섯 살의 나이 차이도 유치함 대결에서는 무색해졌다. 맞는게 하나도 없어보였지만 둘은 그래도 친구였다. 함께 있을 때 두려울 것이 하나도 없고, 부끄러울 것도 없는 존재였다.
차가운 러시아 눈 밭에서 의지할 게 서로의 체온밖에 없어도, 함께있다는 것 만으로도 즐거울 수 있는 존재 친구. 일, 가정 등 다른 소중한 것들이 많이 생겨서 소홀해 질수는 있어도 한 번 친해진 친구는 영원히 친구라는 걸 느낄 수 있는 방송이었다.
무계획, 무대책, 무근본으로 삐걱거리며 시작한 가출이지만, 또 잘 맞물려가는 두 사람의 여행기가 어떻게 전개될까. 남은 방송도 기대해본다.
savannah14@xportsnews.com / 사진 = MBC 방송화면
김주애 기자 savannah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