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UFC 공식홈페이지의 토마스 저배시 기자는 생피에르의 종합격투기 7대 경기를 선정해 소개했다. 생피에르는 4월 19일, 캐나다 몬트리올의 벨 센터에서 열리는 UFC 84에서 챔피언 맷 세라(9승 4패)와 대결한다.
1. UFC 50 : 맷 휴스 / 2004년 10월 22일, 웰터급 챔피언결정전, 팔 관절 공격 패
2002년 종합격투기에 데뷔한 생피에르는 마이너 대회에서 이반 멘지바르(20승 7패)와 피트 스패럿(17승 11패) 등을 격파했고 UFC 입성 후에도 카로 파리샨(18승 4패, 아르메니아)과 제이 히에런(14승 4패)를 이기면서 기세를 올렸다. 이들 중 파리샨은 현재 체급 세계 10강에 꼽히는 선수다. 종합격투기 7전 7승 끝에 마침내 메이저대회 챔피언에 도전한 것이 바로 맷 휴스(41승 6패)와의 1차전이었다.
1973년생인 휴스는 지금도 웰터급 선수 중 힘이 가장 센 선수 중 한 명이며 메이저대회 경험이 두 경기에 불과했던 생피에르와 달리 UFC 웰터급 챔피언으로 5차 방어까지 해냈던 선수였다. 생피에르는 세계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지금도 스스럼없이 당시 휴스가 우상이었다고 말할 정도다.
기량과 경험, 그리고 정신적인 면에서 아직 생피에르는 휴스의 상대가 아녔다. 생피에르가 당시를 회고하며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그는 너무 강했다."라고 말하지 않았더라도 1라운드 종료를 불과 1초 남기고 팔 관절 공격에 기권한 것은 명백한 실수였다. 생피에르는 경기시간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하니 경험 부족과 정신적에서 압도당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누가 봐도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에 대한 질문에 생피에르는 "경기력으로 보여주겠다."라면서 말을 아꼈다. 휴스에 대한 설욕기회를 잡은 것은 이로부터 2년 후다.
2. UFC 54 : 프랭크 트리그 / 2005년 8월 20일, 조르기 승
휴스에게 패한 후, 생피에르는 UFC 52에서 제이슨 밀러(20승 5패)를 격파하는 등 2연승을 달리며 기량을 가다듬었다. UFC 54에서 마주친 프랭크 트리그(16승 6패)는 현재 미들급 세계 10강으로 꼽히는 선수로 당시에는 웰터급 선수로 뛰며 맷 휴스와 두 차례 챔피언결정전(UFC 45, 52)을 가졌으나 모두 조르기로 패했다.
휴스와의 대결에서는 경험의 부족을 실감했던 생피에르였지만 상대인 트리그에게 통산 경기횟수는 뒤져도 UFC 경력은 1경기 더 많은 상황이었다. 그리고 1라운드 4분 9초만에 휴스와 똑같은 기술로 승리하며 체급 정상급 기량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3. UFC 58 : 비제이 펜 / 2006년 3월 4일, 웰터급 챔피언도전자결정전, 판정승
생피에르는 UFC 56에서 또 한 명의 챔피언결정전 경험자, 숀 셔크(31승 1무 2패)마저 격파하며 기세를 올린다. 셔크는 UFC 42에서 휴스에게 패해 챔피언도전이 좌절됐었다.
그러나 생피에르는 휴스와의 2차전에 앞서 큰 산을 마주한다. 휴스에게 챔피언이 된 후 첫 패배를 안긴 비제이 펜(12승 1무 4패)이 생피에르와 도전자결정전을 치르게 된 것이다. 지우짓수 역사상 최단기간인 3년 만에 검은띠를 획득하고 세계선수권 검은띠 부분에서 비 브라질인 최초의 우승을 차지하며 천재라 불린 펜은 라이트급 챔피언결정전 2회(UFC 35, UFC 41)에서 1무 1패로 부진하자 UFC 46에서 돌연 웰터급으로 증량, 휴스를 격파하고 챔피언에 등극했다.
그러나 홀연 미국을 떠나 일본의 K-1로 이적한 펜은 다양한 체급 경기(웰터급 2, 미들급 1, 라이트헤비급 1)를 소화하면서도 3승 1패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특히 현재도 무패인 라이트헤비급의 료토 마치다(12승)에게 비록 0-3으로 판정패했지만 현장에선 논란이 있을 정도로 선전한 것은 극찬할만하다.
763일 만의 UFC 복귀전이었지만 펜의 기량은 상상을 초월했다. 천부적인 펜의 기량은 대단하나 끊임없이 노력하고 발전하는 생피에르가 앞선 UFC 감각을 토대로 우위를 보일 거라 예상한 전문가들은 1라운드가 끝나고 침묵했다. 생피에르 역시 당시를 '생애 최악의 1라운드'였다고 자평한다. 휴스와의 1차전을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상대는 너무 강했다.'라고 평했던 그가 이 경기의 1라운드를 생애 최악이라 할 정도로 펜의 기량은 명불허전이었다.
생피에르의 이와 같은 상황인식은 통계로도 입증된다. 그는 종합격투기 데뷔 후 이 경기 전까지 심판의 점수집계에서 단 한 번도 1라운드에서 진 적이 없다. 생피에르에 따르면 고전한 휴스와의 1차전에서도 1라운드 점수는 앞섰다고 한다.
6세부터 타격기인 교쿠신 가라테를 수련한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생피에르가 유술인 지우짓수 기반의 펜에게 타격에서 밀려 출혈을 겪은 것은 치욕이었다. 종합격투기 입문 후 복싱 위주로 타격보완에 힘쓴 펜이었지만 생피에르를 상대로 한 그의 타격은 실로 경쾌했다.
따라서 아직도 많은 이들이 이후 2, 3라운드에서 펜의 부상으로 말미암은 급격한 경기력 저하를 아쉽게 생각한다. 만약 펜이 1라운드의 경기력으로 남은 시간, 생피에르를 상대했다면 어땠을까라는 가정은 UFC 팬들의 단골소재다. 물론 생애 최악의 1라운드 후에도 위축되지 않고 남은 경기에서 우위를 점한 생피에르의 정신력도 칭찬할만하다. 이제 그는 더는 휴스와의 1차전처럼 주눅이 들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선수가 아녔다.
4. UFC 65 : 맷 휴스 / 2006년 11월 18일, 웰터급 챔피언결정전, TKO승
트리그-셔크-펜이란 자타공인의 강자를 꺾고 도전권을 얻은 생피에르는 757일만에 웰터급챔피언 결정전에 섰다. 상대는 자신에게 생애 최악의 경기를 선물하며 챔피언의 꿈을 무산시킨 휴스였다.
생피에르가 1차전 이후 도전권 획득을 위해 6경기의 강행군을 감수하는 동안 휴스도 두차례 방어전(UFC 52 : 트리그, UFC 63 : 휴스)과 상대 체중조절 실패로 말미암은 초청경기(UFC 56 : 조 릭스), UFC 토너먼트 3회 우승(UFC 1, 2, 4)에 빛나는 전설, 호이시 그라시이(14승 3무 3패)와 계약체중 80kg 경기(UFC 60)에서 모두 승리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특히 펜에게 1차전 패배를 설욕, 생애 첫 2연패를 수모를 안기며 라이트급 감량을 강제한 것은 그의 종합격투기 입문 후 최대성과다.
따라서 아무리 생피에르가 성장했다 하나 무적 휴스의 상대가 되겠느냐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생피에르는 1차전과는 달랐다. 지우짓수(갈색띠)와 가이도주쓰로 연마한 유술은 1차전과 같은 팔 관절 공격을 허용하지 않을 수준이었고 가라테를 바탕으로 복싱과 무에타이를 더한 타격도 건재했다.
결국, 접전이었던 1라운드가 끝나고 2라운드 1분 25초 만에 휴스를 헤드 킥으로 쓰러뜨린 후 타격으로 TKO 시키면서 생피에르는 생애 첫 UFC 챔피언에 등극한다. 절대강자로 군림했던 휴스에게 1차전 패배를 설욕한 생피에르의 장기집권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다.
5. UFC 69 : 맷 세라 / 2007년 4월 7일, 웰터급 챔피언 1차 방어전, TKO패
생피에르의 1차 방어전 상대인 세라에 대해 많은 이들이 자격에 의문을 표했다. UFC의 선수 육성프로그램인 TUF 4의 웰터급 토너먼트에서 우승하며 도전권을 얻긴 했지만 파리샨과 펜 등 체급 10강엔 패한 그가 생피에르의 상대가 되겠느냐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였다.
물론 세라는 종합격투기 선수이기 이전에 2000년 5월 23일, 비 미국인으로는 최초로 브라질의 지우짓수 명가 그라시이 가문에게 검은띠를 받은 뛰어난 유술지도자이다. 하지만, 이미 언급한 것처럼 생피에르의 그래플링은 향상됐고 공푸(쿵후) 외에는 이렇다 할 타격기를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은 세라가 과연 10cm의 신장 열세를 안고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결과는 1라운드 3분 25초 만에 생피에르의 충격적인 TKO패였다. 종합격투기 데뷔 후 세라의 생애 두 번째 타격승이었던 것이나 대결을 앞두고 생피에르가 개인사로 어려움을 겪었다는 보도를 종합할 때 역시 방심이 가장 큰 패인으로 여겨진다. 반면 세라는 생애 첫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여러 방면에서 완벽한 준비를 했다고 하니 승패는 이미 준비과정에서 결정됐던 것이다.
이 경기는 아무리 정상급 선수라도 경기중 한순간이라도 긴장을 풀면 곤경에 처하거나 심지어 패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6. UFC 74 : 조시 코스첵 / 2007년 8월 25일, 웰터급 챔피언도전자결정전, 판정승
휴스를 꺾고 챔피언에 등극하기까지 생피에르의 노력과 강행군은 이미 언급한대로다. 그러나 세라에게 패하자 비평가들은 "재능은 대단하지만 결코 위대한 선수는 아니다."라며 생피에르를 깎아내렸다. 조시 코스첵(10승 2패)이 체급 세계 10강의 강호라고 하나 생애 첫 2연패를 당한다면 생피에르의 입지는 급락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경기에서 생피에르는 다시금 펜과 휴스를 격파한 세계 유일의 남자가 누구인지 확인시켜줬다. 미국대학레슬링 42승 무패의 경력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코스첵을 상대로 압도적인 레슬링을 과시한 것은 실로 대단했다. 캐나다 국가대표급 레슬러와 걸출한 웰터급-라이트헤비급 종합격투기 선수와의 훈련에서도 단 한 번도 넘어지지 않았다는 그의 레슬링 실력이 만천하에 공개된 것이다.
실력으로 회의론을 잠재운 생피에르는 생애 세 번째 UFC 챔피언도전권을 획득했다.
7. UFC 79 : 맷 휴스 / 2007년 12월 29일, 웰터급 잠정챔피언결정전, 팔 관절 공격 승
애초 UFC 79에는 세라 : 휴스의 챔피언결정전이 예정됐지만 세라가 등 부상으로 결장하면서 휴스 : 생피에르의 3차전이 잠정챔피언결정전으로 열렸다. 두 선수 모두 패하면 이미 확보한 도전권을 상실한다는 점에서 껄끄러울 수밖에 없었지만 대결을 원한 생피에르나 이에 응한 휴스 모두 개의치 않고 전의를 불태웠다.
시작과 함께 생피에르는 2차전보다 더 예리한 경기로 휴스를 압도하며 결국 2라운드 4분 54초 만에 팔 관절 공격으로 승리했다. 2차전에서 패배를 설욕한 것에 이어 3차전에서는 1차전 당시 패배한 기술을 그대로 돌려준 것이다. UFC 34에서 챔피언에 오른 후 펜과 생피에르 외에는 패하지 않았던 휴스는 여전히 체급 최정상급 선수다. 이런 휴스를 경기 내내 압도한 생피에르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종합격투가로 등극했다.
휴스에게 당한 생애 첫 패배는 두 번의 설욕전으로 완전히 청산했다. 두 번째 패배를 안긴 세라를 UFC 83에서 꺾는다면 이제야말로 장기집권을 예상할 수밖에 없다. 과연 생피에르가 휴스에 이어 UFC 웰터급에서 독주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르주 생피에르
생년월일: 1981년 5월 19일 (만 26세)
국적: 캐나다 (프랑스어권인 퀘벡주 출생)
기본기: 교쿠신 가라테(6세부터 수련), 지우짓수 갈색띠(2006년 7월 21일 헨주 그라시이에게 받음), 레슬링, 복싱 / 하워드 그랜트(1986년 -64kg 세계아마추어선수권 2위, 영연방선수권 1위)와 오티스 그랜트(전 WBO -73kg 챔피언)에게 배움, 가이도주쓰*, 무에타이 / 필 너스(입식 32승 3패, 프로복싱 14승 3패)에게 배움
종합: 15승 2패 / 주요승리 - 맷 휴스, 조시 코스첵, 비제이 펜, 숀 셔크, 프랭크 트리그, 제이슨 밀러, 제이 히에런, 카라페트 파리샨, 피트 스패럿, 이반 멘지바르
주요경력: 2002년 TKO 웰터급 캐나다 챔피언, UFC 웰터급챔피언(2006년 11월 18일-2007년 4월 7일, 2007년 11월 29일-현재 잠정챔피언)
* 가이도주쓰: 미국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에서 그레그 잭슨이 창시한 무술로 레슬링과 유도를 바탕으로 지우짓수와 킥복싱을 더했다. 생피에르 외에 라샤드 에번스(11승 1무)와 키스 자딘(13승 1무 3패), 디에고 산체스(18승 2패)와 네이선 마쿼트(26승 7무 2패), 레이-필립스 산토스(미국드라마 다크 앤젤, 파워 레인저 등에 출연)가 수련자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