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8 16:48
스포츠

김연아를 바라보는 올바른 시선.

기사입력 2008.03.15 08:14 / 기사수정 2008.03.15 08:14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그랑프리 파이널 2연패에 빛나는 '피겨여왕' 김연아가 국제빙상연맹(ISU)에서 개최하는 이번 시즌 마지막 대회인 세계선수권에 참가하기 위해 15일 스웨덴 예테보리로 출국합니다.

그랑프리 파이널을 2년 연속 제패했지만 아직 세계선수권 우승이 없는 것에 대해 국내의 많은 팬과 언론들은 김연아가 꼭 세계선수권에서도 우승해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모든 스포츠의 종목은 승리를 위해 과정을 준비하는 것이고 결론적으로 승자가 모든 이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영광스러운 시상대의 맨 윗자리에 등극하게 됩니다. 그러나 좀 더 폭넓게 생각한다면 스포츠는 결코 승자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또한, 진정한 승자는 반드시 1등을 하는 것이 아닌 자기 스스로 만족하는 최선의 플레이를 해내면 등수와는 상관없이 승리자로 칭해줘야 마땅합니다.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김연아가 우승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입니다. 그러나 김연아가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그 힘든 과정을 조금이라도 유념 있게 지켜본 사람들이라면 어렵고 낙후된 환경과 맘껏 훈련을 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자신의 부상과 눈물겨운 사투마저 버린 18세의 소녀에게 우승을 강요하는 말을 차마 내뱉을 수 없을 것입니다.

태릉선수촌은 운동에 전념하기 위해 마련된 국가대표선수들의 보금자리입니다. 한국 피겨 계를 대표하는 세계챔피언인 김연아도 마땅히 태릉선수촌 빙상장에서 훈련을 소화해야 하지만 빙질의 문제와 쇼트트랙 선수들과의 공동 훈련문제로 인해 롯데월드 빙상장으로 힘들게 오가며 훈련하고 있습니다.

하루에 1분 1초가 아쉬울 훈련시간과 스케줄을 생각한다면 롯데월드 빙상장까지 수시로 이동해서 훈련해야 하는 상황은 너무나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거기에 재활과 훈련을 병행하는 처지이니 규칙적인 훈련일정을 체계적으로 소화할 수 없습니다.

또한, 김연아는 이번 세계선수권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 대비해서 준비해야 될 여러 국제대회도 남아있습니다. 이런 장기적인 안목으로 지켜본다면 이제 2010년에는 최상의 몸 상태를 만들어 김연아의 금메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체계적인 기획안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구체적인 기획이 없이 지금과 같은 상태로 어려운 여건에서 늘 힘들게 재활과 부족한 훈련을 병행하게 방치해 둔다면 2010년은 고사하고 김연아가 지닌 천부적인 재능마저 떨어뜨릴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는 이미 국내의 다른 스포츠에서도 여러 차례 있었던 일이었습니다. 선수의 타고난 재능은 결코 선수 자신과 가까운 주변인들의 노력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는 것입니다. 천부적인 재능을 더욱 살찌울 수 있는 좋은 환경에 대한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또한, 김연아는 당장 벌어질 세계선수권의 우승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건강해지는 것입니다. 피겨뿐만이 아니라 아무리 기량이 훌륭한 선수도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전혀 다른 선수로 전락하는 게 스포츠의 특성입니다.

김연아가 고질적으로 몸의 내구성이 약하고 잔병이 많다는 선입관을 가지기 전에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부상을 방지하고 눈앞에 있는 대회에서 승리하기 위한 훈련방식보다 항상 완성된 몸을 만들면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느냐는 체계적인 방식이 더욱 중요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제아무리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선수라도 건강하지 않으면 자신의 기량을 절반 가까이 발휘하기가 힘듭니다.

지금 하는 점프훈련의 방식 중 김연아의 몸에 크게 무리가 오는 부분이 생긴다면 거기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은 꼭 수렴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시합을 위해 그러한 무리한 훈련을 지속적으로 시키는 것보다는 먼 미래를 내다보는 장기적인 시선으로 선수의 생명력에 더 신경을 쓸 수 있는 그런 마인드가 절실합니다.

김연아는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만 뛸 선수가 아닙니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은 물론, 자신이 가진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게 많은 대회에서 자신의 재능을 떨쳐야 하는 선수입니다.

김연아에게 있어 눈앞에 있는 대회의 우승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몸 상태의 쾌유와 지금과 같이 합리적이지 못한 훈련환경이 조금이라도 개선되어야 하는 점입니다.

 김연아 스스로 이야기했듯 자신은 반드시 1등을 하기 위해서 피겨를 하는 것도 아니고 아사다 마오를 이기기 위해 피겨를 하는 것도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늘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상의 플레이를 펼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밝은 그녀의 말은 귀기울여볼 점이 많습니다.

어느 종목에서건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보이는 공통적인 특징 중 하나는 언제나 자신감이 넘쳐 보이면서도 늘 승부에 대해 관대하고 성숙한 정신을 가졌다는 것입니다. 놀랍게도 일본의 아사다 마오와 안도 미키에 비해 이러한 정신력을 소유하고 있는 선수는 바로 김연아입니다.

힘든 상황 속에서 절대로 흔들리지 않는 중심축은 바로 이러한 정신력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어렵고 부족한 훈련에 부상마저 안고 참가하는 이번 세계선수권은 김연아 스스로 가장 힘든 대회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녀가 우승을 하느냐 아니냐를 떠나서 어떠한 의도로든 그녀는 또다시 이 어려움을 이겨낼 것은 틀림없습니다. 문제는 그저 김연아에게 우승만을 바라는 우리들의 시선입니다. 김연아는 이번 대회가 아니더라도 치러야 될 대회는 많이 남아 있으며 동계올림픽은 2년 뒤에 열리게 됩니다.

물론 우승을 한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무엇보다 좀 더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왔으면 좋겠고 자신이 원했던 최고의 연기를 후회 없이 마치고 귀국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조영준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