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3.15 08:02 / 기사수정 2008.03.15 08:02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1년 만에 AS로마와 다시 8강에서 리턴 매치를, 또 프리미어리그(이하 EPL)의 맞수 리버풀과 아스날은 4강 진출을 놓고 피할 수 없는 일전을 벌이게 되었다. 첼시는 터키의 강호 페네르바체와 격돌하면서 유럽의 북서쪽 끝에서 남동쪽 끝을 오가는 원정 길을 떠나게 되었고, 유일한 프리메라리가 팀 바르셀로나는 이 또한 유일하게 남은 분데스리가 소속의 샬케04와 맞붙게 되었다.
1년 만의 재격돌
맨유가 최근 4년간 챔피언스리그에서 만난 세리아A 팀은 로마를 제외하면 AC밀란이 유일하다. AC밀란과는 2004~2005시즌 16강에서, 그리고 지난 시즌 4강에서 총 4번 만나 1승 3패로 절대적인 열세를 보였다. 로마와는 역시 지난 시즌 8강에서 만나 1승 1패를 주고받았지만, 홈구장인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차전에서 7-1로 로마에 완승을 거두며 4강에 진출한 바 있다. 지난 조별리그에서도 로마와 같은 조에 속했던 맨유는 로마에 1승 1무를 거두었다.
전체적으로 맨유가 챔피언스 리그에서는 원정에서 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특히나 이탈리아 팀들에게 그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밀란과의 원정 경기에서 맨유는 위에서 언급한 4번에 걸친 대결에서 단 한골도 넣지 못했고, 지난 시즌 AS로마와의 대결에서도 웨인 루니가 1골을 넣는 데 그쳤다. 이번 시즌 조별리그에서의 대결에서는 원정에서 1-1로 무승부를 거두었지만, 이 때의 경기는 양 팀 모두 이미 16강 진출이 확정된 상태에서 있었던 경기였다.
지난 시즌 8강전 참패에 대한 복수를 벼르고 있는 로마로서는, 1차전에서 무실점으로 완승을 거두는 것이 당면 목표가 될 것이다. 이번 대결 역시 2차전이 맨유의 홈에서 열리기 때문에, 지난 시즌의 실패를 거울삼아 원정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는 맨유의 공격력을 꽁꽁 묶어두는 것이 필요하다.
맨유로서는 정반대로 1차전에서 가능한 한 로마의 공세를 막아내는 것이 당면 목표이다. 원정에서는 언제나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맨유이니만큼 원정 경기에서 공격적으로 나설 확률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또한, 맨유는 프리미어리그에서나 챔피언스리그에서나 홈 경기에서 절대적인 공격력을 자랑하는 만큼, 2차전 홈경기에서 승부를 걸 가능성이 크다.
리그의 강자와 토너먼트의 강자
아스날은 비록 2005~2006시즌 준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하기는 했지만, 이를 제외하면 유럽 대항전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반면 리버풀은 EPL팀 중 가장 많은 챔피언스리그 우승기록(통산 5회)를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베니테즈 감독 지도하에서 2004~2005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의 우승을 비롯하여 3시즌 동안 2번 결승전에 오르는 등 토너먼트 경기에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리그에서의 모습은 정반대이다. 아스날이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맨유 다음으로 가장 많은 우승기록을 보유하고 있는데 반해(통산 3회), 리버풀은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아직까지도 리그 우승 기록이 없으며 매 시즌 순위 역시 대체로 아스날에 뒤지는 편이다.
최근의 맞대결 성적을 생각하면 단연 아스날에 무게가 실린다. 아스날은 지난 10번에 걸친 리버풀과의 대결에서 단 2패만을 거두었을 뿐이다(7승). 특히 리버풀의 홈구장 앤필드에서도 리버풀에 승리를 거둔 횟수가 많았다(3승 1무 2패).
다만, 이 기록은 모두 리그 경기, 혹은 국내 컵 대회의 성적이다. 리버풀이 챔피언스리그에서 유달리 강한 면모를 보인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아스날 역시 그리 쉽게 마음을 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아스날이 맨유와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이는 데 반해 리버풀은 상대적으로 여유롭게 4위를 노리고 있다는 점 역시 아스날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터키 원정, 득일까 실일까
첼시의 연고지인 영국 런던과 페네르바체의 홈구장이 있는 이스탄불과의 거리는 약 2500km. 잉글랜드가 아이슬랜드를 제외하고 유럽 북서쪽 끝에 위치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반대편인 유럽 남동쪽 끝에 위치하는 터키로의 원정은 챔피언스 리그에서 있을 수 있는 최장거리에 가까운 원정 길이 되며 이는 첼시에게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의 약 5배가 넘는 거리이다.
게다가 터키는 잉글랜드 못지않은 열혈 서포터들로 유명하다. 유럽 무대에서 터키 원정은 홈팀에게 압도적인 분위기로 정평이 나 있으며, 첼시는 이러한 악조건하에서 페네르바체와 결전을 치러야 한다.
마테야 케즈만이 과연 친정팀에 비수를 꽂을 것인가도 관심사. 케즈만은 일찍이 PSV에서 이영표, 박지성과 한솥밥을 먹던 동료로, 당시의 활약을 바탕으로 첼시로 이적했지만 잉글랜드에 적응하지 못하고 1시즌 만에 팀을 떠난 바 있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객관적인 전력으로는 첼시가 한 수 위. 맨유와 마찬가지로 1차전이 원정이니만큼 터키 원정에서 홈 관중들을 등에 업은 페네르바체의 날카로운 공격을 얼마나 막아낼 수 있는가가 관건이 될 듯하다. 페네르바체는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조별리그를 포함한 8경기에서 14득점을 올리고 있으므로, 첼시로서는 결코 방심할 수 없을 것이다.
위기의 바르셀로나, 기회를 잡을 수 있나?
바르셀로나의 분데스리가 상대 전적은 좋은 편이다. 이번 시즌에는 조별리그에서 분데스리가 챔피언 슈트트가르트에 2경기 모두 승리를 거뒀고, 2006~2007시즌과 2005~2006시즌 연속 맞대결을 펼쳤던 베르더 브레멘과의 경기에서도 3승 1무를 기록했던 것으로 미루어볼 때 바르셀로나로서는 8강전의 상대로 샬케가 지정된 것은 만족할 만한 결과. 또한, 샬케가 조별리그에서 이번 시즌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같은 스페인팀인 발렌시아에도 1무 1패로 저조한 성적을 거둔 것 역시 긍정적인 요소다.
다만, 바르셀로나의 최근 상황이 좋지 않다. 리그에서는 레알 마드리드와의 승점차를 줄이는가 싶었지만 비야 레알에게 패하면서 승점차는 다시 벌어진 상황. 게다가 이번 시즌들아 팀의 핵심선수로 떠오른 리오넬 메시가 부상으로 샬케와의 경기에 결장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바르셀로나의 공격진에는 에투, 앙리, 호나우지뉴, 보얀, 도스 산토스 등의 훌륭한 공격 자원이 있고 멀티플레이어인 이니에스타 역시 측면 공격수로 뛸 수 있으나, 이번 시즌 메시의 활약을 생각해 보면 그의 결장은 바르셀로나에는 뼈아픈 것이 사실.
전체적으로 볼 때 그래도 바르셀로나의 우세가 예상되지만, 샬케의 마누엘 노이어 골키퍼가 포르투와의 16강전에서 보여준 것 같은 놀라운 선방을 또다시 보여준다면 경기는 의외의 양상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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