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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 V] 한국 남자배구계의 두 사령탑 - 2.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

기사입력 2008.03.14 11:35 / 기사수정 2008.03.14 11:35

조영준 기자





선진배구의 접목과 실험, 창의적인 배구를 강조하는 카리스마 김호철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현대캐피탈의 골수팬들은 이미 다 아는 사실이지만 처음에 김호철 감독이 이탈리아에서 한국으로 온 뒤 사령탑을 맡아 달라고 부탁하던 현대캐피탈의 부탁을 거절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었습니다.

바로 현대 선수들의 플레이를 눈으로 목격한 김호철 감독은 당시 독주 중이던 삼성화재를 이기기엔 역부족이라 느끼면서 다시 이탈리아로 떠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구단 관계자들의 설득에 그는 마음을 돌렸고 대신 지금 당장은 절대로 삼성화재를 이길만한 팀이 아니니 올 시즌이 아닌 3년 안에 우승 시키겠다고 공언하였습니다.

기본기를 포함한 배구 실력도 문제점이었지만 삼성화재의 벽을 오랫동안 넘지 못한 이유로 인해 생긴 '패배 의식'의 탈피가 무엇보다도 '선결과제'였습니다. 그래서 김호철 감독은 현대캐피탈 감독에 처음으로 부임하면서 다음과 같은 기획을 밝혔습니다.

"선수들의 정신력을 다잡고 선수들을 장악하는데 1년이 걸린다. 그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기본기 훈련을 포함한 맞춤형 훈련을 시키는데 1년을 투자하겠다. 끝으로 삼성화재를 잡을 수 있는 현대만의 강점인 높이를 활용한 조직력을 만드는데 1년 동안 훈련해 3년 안에 제대로 된 팀을 만들어 우승시키겠다."라고 말입니다.

비록 현대캐피탈 감독을 맡고 난후 1~2년 동안은 수많은 비판에 시달렸지만 그의 이러한 계획은 한 치의 차질 없이 균형감 있게 완성되더니 마침내 3년 안에 삼성화재를 잡고 우승하겠다는 약속을 지켜냈습니다. 물론 그 약속을 지키고자 무지하게 노력한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그리고 2007/08 시즌 현재 현대캐피탈은 국내 프로구단들 중 다양한 공격라인 구조와 특정 선수에게 절대 의존하지 않은 시스템으로 단연 국내 최고의 팀으로 성장해있습니다. 만약 외국인 선수들 없이 리그를 치렀다면 현대캐피탈이 선두를 달렸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결정적인 상황에서 높이와 파워를 이용해 결정타를 때려 줄 외국인 선수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즌 막판에 영입된 로드리고 질이 들어오기 전의 현대캐피탈은 팀이 지니고 있는 장점을 십분 살려 좋은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지금의 현대캐피탈은 완성형에 들어서긴 했지만 아직도 성장 중인 팀이고 신장과 체격조건이 좋은 현대선수들의 성장은 삼성화재를 두 번 연속으로 꺾고 2연패를 이룰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입니다.

이러한 팀을 완성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람은 두말할 필요 없이 바로 이탈리아에서 얻은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얻은 선진 배구를 한국배구에 접목한 김호철 감독 입니다. 그저 지도자가 일방적으로 가르친 체계에서 성장한 주입식 교육의 병폐를 안고 있던 한국 선수들은 무엇보다 특정한 상황이나 경기를 하면서 독자적으로 생각하며 플레이하는 부분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김호철 감독은 선수들에게 특정한 훈련을 시키고 그 훈련을 통해 스스로 느낀 점과 자신과 팀에 부족한 점을 끊임없이 생각하게 했습니다. 또한, 감독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자신의 플레이에 문제점으로 생각하는 부분을 글로 적어오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감독과 선수가 서로 마음껏 소통하며 이루어진 훈련은 보다 창의적인 훈련을 이루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냈습니다. 여기에 감독으로 부임한 초기에는 무엇보다 안이한 정신력을 지닌 선수들의 정신력을 개조하는데 많은 힘을 기울였습니다.

오랫동안 삼성화재에게 지다보니 승리에 대한 본능적인 갈망은 점차 수그러든 채, 그저 2등에서 만족하려 했던 선수들의 부족한 정신력을 특유의 강력한 카리스마로 다잡았습니다. 그리고 빠른 토스에 구질도 좋았으며 잠재력도 많았지만 김호철 감독을 만나기 전까진 결코 좋은 세터로 평가받을 수 없었던 권영민을 혹독하게 가르쳐 비로소 몇 단계 업그레이드된 세터로 만들어 놓은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감독 본인이 세터 출신이라는 이유도 있었겠지만 배구란 종목을 정말 파고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느끼는 공통된 진리 중 하나는 세터란 포지션의 중요성입니다. 훌륭한 배구 감독들은 좋은 공격수보다 명민한 세터와 수비력이 좋은 리베로를 먼저 찾는다는 말이 있는데 실질적으로 팀의 승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세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또한, 본인이 생각한 선진 배구의 맞춤형 훈련과 현대캐피탈 선수들의 높이를 활용한 다양한 공격 플레이를 제대로 구사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세터의 급성장이 필수적으로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주전세터인 권영민에 대한 지도방식은 반드시 필요했으며 그것은 엄격하면서도 치밀하게 이루어졌습니다.

더불어 장신의 현대선수들은 물론, 당시 외국인 선수였던 숀 루니에게까지 기본기 훈련에 수비연습까지 철저히 시켰습니다. 큰 장신에 리시브와 수비가 어느 정도 가능한 선수들로 점점 성장해 가자 팀의 시스템은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으며 이러한 바탕에서 올라오는 리시브는 김호철 감독식의 체계적인 과외로 성장한 권영민의 손끝으로 인해 오색찬란한 토털 배구로 완성 됩니다.

현재 프로 네 팀 중에서 가장 다양한 루트의 공격과 전술 플레이를 펼치는 팀은 바로 현대캐피탈입니다. 레프트 송인석과 임시형, 그리고 전 외국인 선수인 숀 루니와 현재의 외국인 선수 로드리고가 보이는 빠른 시간차 C퀵과 이선규, 하경민, 윤봉우등의 센터 진들이 보여주는 높이와 스피드를 가미한 A퀵, B퀵 속공들, 그리고 라이트 후위 백어택과 중앙 백어택은 물론 중앙시간차 백어택과 이동 시간차, 한층 빠른 오픈 공격에 이르기까지 현대캐피탈의 공격라인은 참으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 챔피언 전에서 현대캐피탈이 레안드로란 위력적인 공격수가 버틴 삼성화재를 3연패로 몰아 넣은 가장 큰 이유는 공격라인의 다양성이었습니다. 레안드로 다 실바를 위시한 단조로운 후위 백어택과 오픈 공격에 치중했던 삼성화재는 시즌이 점점 진행될수록 한계점을 노출하고 있었으며 그러한 결과는 결국 챔피언 전에서 나타났습니다.

비단 현대캐피탈 뿐만이 아니라 한국 남자 국가대표팀을 아시안게임에서 우승시켰던 공로로 김호철 감독의 위상은 더욱 높아졌습니다. 오랜만에 월드리그에 출전한 한국남자배구는 자국리그에서는 확인할 수 없었던 위력적인 서브에 고전해야했고 높이와 파워도 원채 강하지만 거기에 스피드와 배구의 기본기까지 충실히 되어있는 서구와 남미의 선수들에게 위축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에 대비한 김호철 감독의 방식은 역시 그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결코 눈앞의 승리에 연연해 일순간의 달콤한 승리에 목매는 그런 지도자가 아닙니다. 그가 국내의 보편적인 지도자와 가장 다른 부분은 언제나 장기적인 마인드와 계획을 가지고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그것들이 상당부분 성공한다는 것입니다.

월드리그와 세계선수권에서의 부진은 오히려 한국대표팀을 새롭게 성장시키는 과정이 되었으며 마침내 결코 쉽지 않았던 도하아시안게임에서 이란과 카타르, 중국을 차례로 연파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특히 아시안게임의 우승이 값진 것은 중동세의 위협적인 성장을 감안한 것이기에 더욱 빛나는 것이었습니다.

코트 위에서 나타나는 엄격한 카리스마와 함께 때로는 부드럽고 코믹한 인간적인 모습으로 김호철 감독의 인기는 여전히 높습니다. 그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누구보다 넓은 시선을 가지고 팀을 운영하는 지도자라는 것이며 말로는 쉬운 선진 배구의 한국배구 접목을 가장 체계적으로 완성시킨 지도자입니다.

<사진 = 대한배구연맹>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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