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터뷰②에 이어) 남경주는 뮤지컬 분야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린다. 1세대 뮤지컬 배우로 35년 넘게 활발히 활동 중이다. 많은 배우들이 롤모델로 꼽는 선배 배우이기도 하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 감사하지만 솔직하게 부끄럽죠. 방송에서 살아있는데 왜 레전드냐는 얘기를 한 적도 있어요. 후배들이 저를 롤모델로 삼는다면 그 친구들에게 부끄럽지 않아야 하잖아요. 현재 활동하는 걸 유지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후배들과 탭을 배우러 다니고 이 나이에 발레 레슨도 받으러 다니고 가을에 홍대 대학원에도 들어갔어요. 노래 레슨도 다시 받기 시작했고요. 레슨을 받지 않으면 티가 나요. 나이 들고 신체기관은 노화되잖아요. 근육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하는 것처럼 성대도 똑같아요.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자연히 매너리즘도 생길 틈이 없다. “이 부분은 자화자찬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한 가지만 해도 충분히 재밌다는 사실을 공부를 통해 알았어요. 더 재밌게 살 방법은 한 가지를 파야 해요. 그 안에 다 해답이 있거든요. 예술 분야는 알면 알수록 더 재밌어요. 다른 곳에 눈 돌리지 않고 한길만 파면서도 재밌게 살 수 있어요. 계속 재밌는 게 발견되니 그만둘 수 없죠. 요즘 연기론을 담은 책을 보고 있는데 옛날에 봤는데도 또 재밌더라고요.”
자신만의 분야에 매진한 덕에 한때 있었던 슬럼프도 이겨냈다. 세월이 흘러도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은 것이 한결같이 자리를 지켜온 비결이다.
“슬럼프도 있었죠. 결국 딴짓해서 생기는 거예요. 돈 따라 인기 따라 나태해져서 스스로 놀고 싶고 세상의 유혹에 빠져서 생겨요. 요즘은 그런 것들을 극복하는 방법을 꽤 찾았어요. 우리 일은 시간이 워낙 걸린 뒤 꽃을 피우는 일이잖아요. 그만두지 않는 방법을 가장 먼저 배워야 해요. 견딜 방법을 먼저 배우는 것이 중요해요.”
남경주는 “무대는 두려운 곳이다. 작품의 목표나 역사가 어떤 건지 모르면 힘들고 전체적으로 관통하지 못하면 어렵다. 그런 걸 알아도 쉽지 않은 게 무대다. 나도 깨닫는 게 20년이 걸렸다”고 이야기했다. 연륜과 경험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무대 위에서 멋있게만 보이려고 하는 배우들이 많아요. 연기를 잘 모르면 배역을 살아있게 하기보다는 보이는 것에만 신경 쓰니까 무대에서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아요.사회나 인생에 대입해도 똑같아요. 각자 자기 자리에서 책임져야 할 건 져야 해요.”
스타 뮤지컬 배우지만 초심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확고한 가치관과 주관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인기를 의식하기보단 자기 일에 충실해지려 한다.
“팬클럽은 80년대부터 있었어요. 89, 90년도쯤에 팬들이 많을 때는 차에 선물을 하나 가득 싣기도 했어요. 그러다 미국에 다녀온 뒤에는 팬클럽을 스스로 없앴어요. 하이텔, 천리안 시대였는데 익명이어서 룰이나 예의가 없기도 했었고, 팬들에게 기대서 배우생활을 하기보단 배우로서 할 일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었거든요. 팬과 배우들이 교류하는 것도 좋지만 그 시간에 나를 알고 배우로서 투자하는 시간을 갖고 싶었죠.
요즘 배우 중에는 극장에서 팬들과 너무 가깝게 지내는 이들이 있어요. 앞에 있는 자기 팬들을 웃기려는 사람들이요. 그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에요. 다수의 불특정 관객은 모르는 거니까요. 그런 몇몇 배우들 때문에 피해를 보면 안 돼요. 겨우 몇백 명 안 되는 팬들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개런티를 더 받느니 안 받느니 하는 배우가 되면 안 돼요. 실력을 갖춰야 쓸모 있는 배우가 되죠.
팬들이 발라주는 꿀에 심취하다가 장님이 될 수 있어요.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정신 차리고 느즈막이 공부하려 해도 이미 나이는 많이 든 상태에요. 그걸 스스로 깨닫는 배우가 많아졌으면 해요.”
뮤지컬계 살아있는 화석이자 믿고 보는 배우로 오랜 시간 정상을 유지하고 있는 그의 또 다른 목표가 궁금해졌다. 그저 ‘뮤지컬을 사랑하는 배우’로 남고 싶단다.
“일단은 ‘오! 캐롤’을 더 알리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에요. 또 바람이 있다면 국정이 빨리 정상적으로 돌아가 수 있도록 비리가 속 시원히 파헤쳐졌으면 좋겠어요.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려는 각자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제 아이가 노력한 만큼 얻을 수 있는 나라로 돌아갈 수 있는 새해가 됐으면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남은 삶을 가족 안에서, 일 안에서 자유로운 아빠이자 배우가 되길 바라요. 이타적인 삶을 살고 싶고요. 대중들에게는 뮤지컬을 사랑하는 배우로 남고 싶어요.”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 권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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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