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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강자' 성남이 더 기대되는 이유

기사입력 2008.03.07 08:41 / 기사수정 2008.03.07 08:41

박형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형진 기자] 2008 K리그의 개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올해 K리그는 1라운드부터 재미있는 볼거리로 가득합니다. 토종 공격수 가뭄에 시달렸던 작년과는 달리, 올해는 '월드스타' 안정환(부산)과 '한국의 클루이베르트' 조재진(전북)의 맞대결이 1라운드부터 벌어져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새로 부임한 알툴 감독(제주)과 EPL 유학 후 복귀한 장외룡 감독(인천)의 감독 대결도 1라운드의 흥밋거리고요.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1라운드부터 만난 수원과 대전의 라이벌전도 팬들의 관심을 끄는 '빅매치'입니다.

K리그는 우리가 아는 다른 유럽리그에 비해 강팀과 약팀의 전력 차가 크지 않습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경우, 15년 역사에서 우승을 차지한 팀은 단 네 팀(아스날, 맨유, 첼시, 블랙번)에 불과합니다. 반면에 K리그 우승컵을 든 팀은 모두 여덟 팀(성남, 부산, 포항, 안양, 수원, 울산, 할렐루야, 부천)입니다.지난 시즌 포항의 우승에서도 알 수 있듯, 좋은 전력을 갖춘다면 언제든 '다크호스' 팀이 우승을 차지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경남과 인천, 대전처럼 시민(도민)구단으로서 탄탄한 전력을 갖춘 팀 역시 언제든 상위권 진입이 가능하다는 점이 바로 우리 K리그의 매력입니다.

K리그의 모든 팀들은 우승을 노리기 위해 이번 시즌에도 전력 보강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이 중 특히 눈에 띄는 팀은 전북입니다. 전북은 시미즈를 떠나 유럽 진출을 모색하던 조재진을 어렵게 잡았고, 최태욱(포항), 강민수(전남), 이요한(제주) 등 대표팀급 선수들을 다수 영입하며 우승에 대한 열망을 피력했습니다. 다른 팀들 역시 열망만은 전북에 못지않습니다. 조용형(성남), 오승범(포항)을 영입한 제주, 루이지뉴(대구), 브라질리아(대전) 등 용병 영입에 박차를 가한 울산, 인천의 고공폭격기 데얀을 영입한 서울 역시 우승을 위해 과감한 투자를 한 팀입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가장 막강한 자금력을 보유하고 있는 성남이 이번 이적시장에서는 조용했습니다. 성남은 주전 골키퍼 김용대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포항에서 정성룡을 영입했지만, 웨스트 브롬으로 이적한 김두현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한 대형 영입은 없었습니다. 친정팀으로 복귀한 두두(서울)의 영입이 눈에 띄지만, 다른 구단에 비하면 초라하다 싶은 영입 성적입니다.

지난 시즌 우승을 아쉽게 놓치며 그 어느 때보다 우승에 대한 열망이 강할 성남, 그러나 성남은 여전히 '조용한 강자'입니다. 별다른 영입이 없어도 성남의 스쿼드는 그 어느 팀보다 균형이 잘 갖추어져 있으며, 현재 전력만으로도 성남은 다른 팀에게 버거운 팀임이 분명합니다. 그럼, 2008 K-리그를 앞두고 있는 성남의 달라진 면모, 달라진 강점들을 짚어보겠습니다.

'김두현·김상식 시프트'‥ 변화가 예상되는 미들진

우선 성남의 가장 큰 변화는 미드필더진입니다. 4-3-3 전술에서 세 명 미드필더의 역할은 팀 전력에 엄청난 비중을 차지합니다. 지난 시즌 성남이 무패행진을 이어가며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름 아닌 탄탄한 미드필더진 때문이었습니다. 김두현-손대호-김상식으로 이어지는 세 명의 미드필더는 전원이 대표팀에서 주전자리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수준의 기량과 호흡을 자랑했습니다.

그러나 성남의 핵심전력이었던 김두현이 웨스트 브롬으로 떠났습니다. 김두현의 임대는 성남에 큰 타격이지만, 성남의 미드필더진이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는 기폭제가 될 전망입니다. 김상식은 현재 부상 중인 김영철을 대신해 수비수로 나설 전망이며, 그 빈자리는 지난 시즌 후반기 부상에서 복귀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준 김철호가 메울 전망입니다. 김두현의 빈자리는 올림픽 대표팀을 통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한동원이 차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두현, 김상식이 있던 미드필더진에 비해 한동원-김철호-손대호로 이어지는 미드필더진은 그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한동원은 지난 시즌 김두현에 밀려 거의 기회를 갖지 못했고, 손대호는 김상식이 없는 경기에서 경기 조율에 문제를 드러내는 등 아직 개선의 여지가 남아있는 선수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부족함은 세 젊은 선수의 활발한 활동량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학범 감독은 김두현이 임대로 떠난 이번 시즌을 세대교체의 적절한 시기로 보고 있으며, 젊어진 미들진이 김 감독의 기대에 얼마나 부응하느냐가 이번 시즌 성남의 성적을 좌우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두현의 성남에서 모따의 성남으로

성남이 팀의 핵심인 김두현을 순순히 내보내 주었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로 모따(사진)의 존재감을 들 수 있습니다. 모따는 그야말로 성남의 '호날두' 같은 존재입니다. 윙포워드이지만 중앙으로 자주 파고들며, 득점력도 탁월하여 결정적인 찬스를 놓치는 법이 없습니다. 성남은 지난 시즌 시간이 흐를수록 모따 위주의 공격 전개가 이루어졌고, 공격 상황에서 김두현의 위치는 갈수록 애매해졌습니다. 김두현의 웨스트 브롬 임대는 김학범 감독이 성남을 김두현 위주에서 모따 위주로 바꾸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도 읽을 수 있습니다.

2004년 전남에 입단한 후 2005년부터 성남에서 뛰고 있는 모따는 한국에서 다섯 번째 시즌을 보내게 됩니다. 대표팀 귀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는 모따의 활약 여부는 성남이 추구하는 '최다득점'의 달성 여부와 직결될 것으로 보입니다. 모따는 성남의 공격이 풀리지 않을 때 한동원과 자리를 바꾸어 플레이메이커 위치에서 공격을 풀어가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며, 전방의 김동현, 두두이 막힐 때 특유의 드리블 돌파로 골을 만드는 성남 공격의 '핵심'이 될 전망입니다.

탄탄한 공격진‥ '무한경쟁' 예고

성남은 '계륵' 이따마르를 멕시코 리그로 이적시켰습니다. 이따마르는 큰 신장과 뛰어난 개인기를 자랑하는 좋은 선수였지만, 기복이 심하고 결정적인 찬스를 살라지 못해 팬들과 코치진에게 큰 고민거리가 되었습니다. 시즌 전반 팀을 떠날 것처럼 보이던 이따마르는 후반 들어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김학범 감독은 과감히 새로운 대안을 찾기로 결심하고 이따마르를 이적시켰습니다.

성남은 이따마르를 내보내고 대신 두두를 영입하였으며, 브라질 리그 코린티안스에서 뛰고 있는 볼리비아 대표팀 공격수 아르체의 영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외국인 선수의 영입기한은 3월 31일입니다). 이로써 성남의 공격수 중 180cm가 넘는 장신 공격수는 김동현 한 명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성남은 제공권 대신 빠른 스피드와 돌파력을 가진 공격진을 내세워 '최다 득점'을 향한 대장정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성남 공격진의 특징은 모따 이외에 뚜렷한 고정 주전이 없다는 것입니다. 대표팀에도 소집되었던 최성국 역시 성남에서는 주전 자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아르체가 영입된다면 성남은 외국인 3인방(아르체-모따-두두)을 내세울 수도 있고, 거꾸로 토종 3인방(최성국-김동현-남기일)이 공격진에 나설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지난해 피스컵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김민호 역시 힘겨운 주전경쟁에 뛰어들어 자신의 기량을 시험할 것으로 보입니다.

성남은 3월 9일, 광주와의 원정 경기를 시작으로 2008 K리그 1년간의 대장정에 들어갑니다. 마침 광주와의 일전은 병역의 의무를 위해 광주로 간 김용대와 그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영입된 정성룡의 맞대결이 벌어지는 흥미로운 경기입니다. 정성룡이 '용대사르' 김용대의 빈자리를 얼마나 잘 메워줄지, 김용대는 과거 팀 동료의 슛을 얼마나 잘 막아낼지, 이 맞대결은 조재진과 안정환의 맞대결 못지않은 흥미로운 대결이 될 전망입니다.

[사진=지난 시즌 성남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끈 김두현(웨스트 브롬위치)과 모따 (c) 엑스포츠뉴스 김경주 기자]



박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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