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8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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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나마나] K-리그에 어울리는 옷, '6강 PO'

기사입력 2008.03.06 14:36 / 기사수정 2008.03.06 14:36

박남규 기자



[엑스포츠뉴스=박남규] 대한민국 프로축구 리그인 지난 해 K-리그는 포항 스틸러스의 극적인 우승으로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당시 2차전을 직접 현장에서 본 저는 경기내용은 일단 논외로 치고, 먼저 각 팀의 서포터들의 한 해 동안의 열정적인 응원에 더욱더 박수를 보내고 싶었습니다.

정확한 인원은 모르지만 저 멀리서 자기 팀의 우승을 지켜보기 위해 먼길을 마다하지 않고 올라온 포항 서포터즈 그들의 응원은 경기내용을 접어둘 정도로 열정적이고 훌륭한 응원을 보여주었습니다. 물론 멋있게 서포팅을 하는 팀은 여럿 있습니다만 정규리그 5위로 턱걸이 한 팀이 하나하나 위에 올라선 팀들을 꺾고 올라간 자리이기에 그들의 응원은 리그에서의 그것과는 다른 감동이 있었습니다.

정규리그에서는 승자이지만 결국 2인자의 자리로 밀려난 성남 경기가 끝난 후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끝까지 그 자리에 남아서 '알레 성남'을 외치는 소녀 팬들의 열정 또한 승자가 주는 감동이 아닌 다른 또 다른 뭉클함과 경의를 표하게 하는 열정이 있었습니다.

이처럼 이번 시즌 K-리그의 마지막 경기는 승자와 패자를 떠나서 아름답게 마무리가 되어 시즌 중에 있었던 불미스러운 사건들조차도 잊게 해버렸습니다.

그러나 집에 돌아와 여러 축구포털사이트를 들러보니 승자의 축하와 패자의 격려의 글보다는 플레이오프라는 K-리그의 특유의 제도 때문에 많은 논란이 있었고 지금도 그 논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논란의 중심을 살펴보면 축구팬들이 자기도 모르게 '축구사대주의'에 빠져있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비단 이번 플레이오프 논란뿐만 아니라 여러 곳곳에서 축구 팬들의 사대주의가 머릿속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을 느꼈습니다.

지난 2002한일월드컵 이후로 축구팬들의 눈높이는 갈수록 높아만 지고 있습니다. 이젠 우리나라에서도 텔레비전으로 유럽리그를 시청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터넷을 전전하던 현실을 생각하면 사회적으로도 축구에 대한 관심의 폭이 한층 더 넓어졌음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이러한 축구의 대한 관심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으나 그런 높아진 관심이 K-리그에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갈수록 관중 수가 늘어나고 5만 관중 시대도 왔다고는 하지만 정작 특정 클럽만이 그 특수를 누리고 있을 뿐 그 밖에 다른 팀들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수준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축구에 대한 관심은 이렇게 높아져만 가는데 정작 K-리그로 그 관심이 이어지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K-리그 구성원 즉, 한국 축구의 구성원들 바로 선수와 운영진 그리고 축구팬들이 현실에 안주하고 서로 이익에 따라 행동한 나머지 정작 리그의 질을 올리는데 에 등한시하였기에 아직도 케이리그는 그들만의 리그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리그의 파이를 키우는 것 이것에 모든 관심을 기울어야 할 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파이를 키우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더 많은 관중이 축구장을 찾도록 하는 것 이것이 리그의 파이를 키우는 가장 어려우면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선수입장에서는 관중의 입장에서 즐길 수 있는 경기를 협회는 관중을 불러 모을 수 있는 마케팅이나 제도를 그런 의미에서 플레이오프는 한국이라는 특수한 시장에 어울리는 제도입니다.

K-리그가 세계 각국에 중계권을 팔릴 정도로 경기력을 지닌 리그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다른 나라처럼 연고의식이 확실히 자리 잡혀 있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빅리그와 똑같은 방법으로 똑같은 제도로 사람들을 그러모으기는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만약에 지난 시즌이 플레이오프가 없었고 정규리그로 마무리 지어졌다면 어땠을까요.

물론 리그 팬들 입장에서는 "타도성남" 이러한 숙제를 남긴 채 마무리되어진 리그로 남았을 것이고 일반사람들에게는 어떠한 인상이 남았을까요. 또 성남의 독주로 일찌감치 마무리된 리그 언론에서 관심이나 가져줄까요? 마지막 경기가 끝나고 잠깐 단신으로 우승소식만 전하고 마무리 지었을 것입니다.

다른 종목인 야구의 예를 들어보면 언론의 노출도는 물론 축구가 야구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일반 사람들에게는 야구나 축구나 리그 중에는 그리 큰 관심을 못 받습니다. 오히려 평소에는 야구 K-리그보다는 유럽축구로 화제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더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을잔치라고 불리는 플레이오프에 들어서면 전 국민은 야구에 빠져들게 됩니다.

심지어 운동에 문외한 사람들조차도 친구들과 야구 이야기를 할 정도로 평일에 하는 경기 임에도 불구하고 만원 관중과 그 열기를 보여줌으로써 야구가 가진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합니다. 농구 또한 플레이오프라는 토너먼트를 통해 관심을 집중시키고 사람들은 농구장으로 모이게 합니다.

그러나 유독 축구에게만 어려운길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유럽리그가 이렇게 하니깐 우리도 저렇게 따라해야 한다 물론 축구 선진국의 장점은 배워야 하겠지만 리그의 주인은 유럽축구 팬이 아닌 바로 대한민국 사람들입니다.

그동안 토너먼트로 길들어있고 토너먼트에 대한 많은 관심이 있는 국민이 살고 있는데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그저 이상만 좇고 있는 일부 리그 팬들 축구선진국과 다르게 하면 어떻습니까.

많은 나라와 다르게 하면 어떻습니까.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리그가 아닌 우리가 보고 즐겨야 할 리그입니다. 리그 팬들의 것이 아닌 대한민국 국민의 리그를 만들어야 합니다.

정규리그 1위 팀에 대한 논란에 대해서도 몇 글자 적어볼까 합니다. 1위 팀이 경기 일정이 1위 팀에게 불리하여 경기감각 때문에 문제가 있다는 문제점이 지적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이 지적되는 이유는 성남의 졸전이 많은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생각이 됩니다. 그 졸전의 원인이 단지 경기 감각 때문이었을까요? 전술적으로 유연한 포항에 비하여 전술적으로 경직된 성남은 경기 내내 포항에 끌려다니면서 포항에 우승을 내주었습니다.

이것은 경기 감각과는 별개로 성남이 포항에 대하여 충분한 대비를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였습니다. 정규리그 1위 팀은 저 위에서 충분한 휴식과 상대팀 분석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보상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흑자의 말대로 경기감각 때문에 문제가 된다면 다음 시즌에는 서로 1위를 하지 않으려고 하는 진풍경이 벌어질 질 테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것입니다.

'축구=리그제' 이러한 공식에 사로잡혀서 플레이오프를 리그의 부분으로 보지 않고 리그와 별개로 보지 말고 플레이오프를 한국 케이리그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플레이오프의 맹점만이 아닌 플레이오프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축구문화의 범람으로 많은 축구팬의 눈높이가 너무 높아져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스포츠기자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축구에 대한 지식의 폭 또한 넓어졌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K-리그는 아직 유럽에 한참 모자라는 수준입니다. 그렇다고 오히려 억지로 빅리그 옷을 입힌다고 빅리그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중학생이 아무리 비싼 정장을 입고 비싼 구두를 신고 비싼 시계를 찬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을 아무도 성인이라고 봐주는 사람은 없습니다. 비록 정장보다는 싸지만 구두보다는 싸지만 교복을 입고 운동화를 신는 모습이 더욱더 그 사람을 빛나게 합니다.

현실을 무시한 이상은 그저 공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현실을 직시하고 그에 맞는 옷을 입히는 노력을 할 때 비로소 리그 팬과 국민이 웃으면서 축구를 볼 수 있는 날이 올 것입니다. 

[말하나마나는 자유롭게 스포츠에 대한 생각과 주장을 펼칠 수 있는 참여 공간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이 글은 본지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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