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수진 기자] '말하는대로' 샘 오취리가 웃는 얼굴 뒤에 감춰뒀던 아픔을 고백했다.
4일 방송된 JTBC '말하는대로'에서는 새해 첫 버스킹 공연을 위해 가수 김윤아, 방송인 샘 오취리, 성남시장 이재명이 한 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샘 오취리는 시민들 앞에 서서 "방송에선 말한 적 없는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샘 오취리는 "2009에 한국 왔다. 한국어를 전혀 하지 못했는데 1년동안 어학당에서 한국어 공부를 했다. 그 때 가장 좋아했던 단어가 '우리'라는 단어였다"며 "'우리'라는 단어에 대해 얘기해보겠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내가 아는 '우리'라는 단어는 참 좋은데 한국에서 '우리'라는 단어 안에 '나와 같은 피부색을 가진 사람도 포함이 돼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한국에서 경험했던 사건들을 전했다.
샘 오취리는 "한국에서 대학교를 다닐 때 2호선 타고 다녔다. 2호선은 사람이 많으니까 자리가 나면 바로 앉아야했다. 어느 날은 자리가 나서 앉으려고 했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가로채더니 저보고 '까만xx가 여기서 뭐하냐. 다시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면서 대놓고 뭐라고 하시더라. 그리고 나와 같이 있던 친구한테도 '왜 쟤랑 같이 다니냐'고 하셨다"며 "그런데 더 슬펐던 것은 그런 모습을 가만히 지켜만 보고있는 한국사람들 모습이 너무 가슴아팠다. '한국 사람들은 다 저런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난 일을 회상했다.
이어 샘 오취리는 아르바이트를 구할 때에도 차별을 당했음을 털어놨다. 그는 "아프리카에서도 영어를 사용한다. 그래서 한국에서 영어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전화로 사전 면접을 봤다. 다음 날 학원으로 나오라고 해서 갔더니 '다 좋은데 같이 일을 못하겠다'고 했다. 흑인 선생님은 상상 못할 일이라고, 학생들의 부모님이 싫어하 거라고 하더라"고 말하며 씁쓸해했다.
또 샘 오취리는 본격적인 방송활동 전에 엑스트라 일을 했던 때를 떠올리면서 "흑인들이 엑스트라를 할 경우, 역할이 거의 도둑이다. 한국여자가 지나가면 폭행하고 가방 훔쳐가는 역할이었다. 다른 드라마에서도 비슷한 역할을 주더라. 하지만 백인들에게는 항상 멋진 역할들이 주어졌다"며 흑인이라는 이유로 여러 면에서 차별을 받았던 때를 떠올렸다.
그리고 샘 오취리는 '비정상회담'을 통해 유명해진 후 대형 쇼핑몰 광고를 찍은 것은 언급했다. 그는 "내가 광고를 몇개 찍었는데 동대문 쇼핑몰 광고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 건물에 내 사진이 크게 걸렸는데, 내 친구가 그 모습을 보자마자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일이라면서 펑펑 울었다"고 말하며 듣는 이들을 짠하게 만들었다.
샘 오취리는 한국에서 많은 차별을 받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사는 이유에 대해 "'우리'라는 단어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안 좋은 일도 있었지만 좋은 일도, 좋은 친구들도 많았다. 내가 어려울 때 '우리'라는 이름으로 함께 해줬다"며 고마워했다. 이어 "작년에 가나에 '572 학교'를 지었다. '572 학교'도 혼자 하겠다고 했으면 못했을거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이 5000명 이상 함께 해줬다. '우리'라는 것 덕분에 '572 학교'를 세울 수 있었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어 샘 오취리는 "가끔 저한테 장난으로 '흑형'이라고 부르는 친구들이 있다. 그런데 솔직히 그렇게 듣기 좋지는 않다. 그냥 피부색 상관없이 '형, 동생, 오빠'이고 싶다"고 소소한 바람을 드러낸 뒤 "나만 생각하지 말고 '우리'를 생각하면서 한발한발 나아가면 아름답고 좋은 사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훈훈한 마무리를 지어 박수를 받았다. 그리고 이날 샘 오취리의 이야기를 들은 MC 및 출연진은 "샘 오취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반성을 하게 된다" "제가 대신 사과하겠다" 등의 말로 샘 오취리를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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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정 기자 ent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