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이상규 기자] 지난달 부상 복귀 이전까지 '신형엔진' 박지성(27,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의 대표적인 포지션 경쟁자는 이적생 루이스 나니였다. 그러나 시즌 후반을 맞이할 현 시점에서 그는 나니가 아닌 '맨유의 살아있는 전설' 라이언 긱스와 치열한 주전 경쟁을 펼치게 됐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25일 맨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맨유는 15번의 리그 경기가 남았지만 긱스가 이번 시즌까지 팀 통산 최다 출장 기록을 달성하려면 최소 18번 출장해야 한다. 리그 외에 다른 대회에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긱스의 대기록 달성 여부가 결정된다"며 자신의 애제자인 긱스의 대기록을 돕기 위해 '무한 출전'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앞으로 많은 경기에 출장할 긱스의 입지는 박지성의 출장 기회가 줄어들 염려감을 갖게 한다. 9개월 부상 공백 기간을 갖던 그는 복귀 초반 활발한 움직임과 왕성한 활동폭, 빼어난 공간 창출로 예전처럼 인상깊은 활약을 펼쳤으나 지난 5일 아스톤빌라전과 20일 레딩전에서 컨디션 저조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해 팀 공격의 템포를 끊는 문제점을 노출했다.
이에 퍼거슨 감독은 트레블 달성을 노리는 시즌 후반 선전을 위해 아직 불안정한 박지성 보다는 경험이 풍부한 긱스를 왼쪽 날개에 적극 포진시킬 예정이다. 발이 옛날처럼 빠르지 않지만 경기를 읽는 시야와 노련한 경험을 앞세워 후배 선수의 공격을 헌신적으로 돕는 긱스의 경기력을 시즌 후반 최대화 시키겠다는 것이 퍼거슨 감독의 의도.
퍼거슨 감독은 "긱스는 지난 레딩과의 후반전에서 45번의 전력질주를 했다. 35세인 그에게 상상도 할 수 없는 놀라운 일이다"며 긱스의 최근 활약을 높이 평가했다. 최근에는 나니가 박지성 복귀 이후 확고한 교체 멤버로 밀리면서 긱스에 대한 주전 출전 폭이 넓어졌다.
그러나 긱스의 무한 출전은 박지성에게 득이 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가 분명 있다. 그는 활발한 경기 출장보다 9개월 부상 공백 극복을 위해 완벽한 체력과 컨디션, 출중했던 예전 감각을 되찾아야 하며 긱스의 존재로 무리하게 경기에 투입 될 우려가 없어졌다. 2005년 여름 맨유 입단 이후 부상이 부쩍 잦았던 터라 오히려 빡빡한 시즌 후반의 많은 출장이 박지성에게 독이 될 수 있다.
박지성은 최근 10경기 선발 출장한 경기에서 모두 팀의 승리를 돕는 기분 좋은 징크스를 이어가고 있다. 퍼거슨 감독도 이를 염두한듯 "긱스가 출장할 경기 중에 몇 경기는 대기 명단에 있을 것이다"며 지난 20일 레딩전처럼 조커로 몇차례 기용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긱스를 대기 명단에 포함시킨 경기에서 박지성을 선발로 출장시켜 팀 승리를 이끌겠다는 것이 '스쿼드 로테이션 시스템'의 달인 퍼거슨 감독의 지략이라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박지성의 향후 입지는 모 아니면 도다. 자신의 감각을 되찾아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 자신의 입지를 끌어 올릴 수 있는 과제다. 분명 퍼거슨 감독은 지난해 박지성의 복귀를 앞두고 "맨유는 박지성의 복귀로 더 강해졌다. 박지성은 맨유의 중심 선수이자 탑클래스 선수다"고 전폭적인 신뢰를 보냈다. 자신과의 힘든 싸움인 재활을 이기고 복귀한 박지성의 비상은 그리 조급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다.
[사진=박지성 (C) 엑스포츠뉴스 이준열 기자]
이상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