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호 감독의 '공포의 외인구단' 이래 오랜만에 흥행과 작품성 모두를 인정받을 만한 스포츠 영화가 개봉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영화 '말아톤'이다.
영화 '말아톤'은 여러 의미로 2004년 개봉한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이하 감사용)'과 비교된다. 표본적으로는 모두 신인 감독이 연출했다는 것과 스포츠를 테마로 잡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두 작품 모두 감독이 직접 각본을 썼다는 점도 공통점이라 할 수 있다.
같으면서도 다른 두 영화이런 비슷한 점에도 불구하고 두 감독이 걸어온 길은 사뭇 다르다. 우선 '감사용'의 김종현 감독은 영화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연출부를 거쳐, '퇴마록', '키스할까요', '로드무비'의 조연출을 지내기도 했다. 따라서 '감사용'은 감독의 충무로 메이져급 영화 경험을 바탕으로 철저히 흥행공식에 따라 만든 스포츠 영화가 되었다.
반면 '말아톤'의 감독인 정윤철 감독은 '기념촬영', '동면'같은 단편영화 중심으로 연출을 시작했고 감독으로의 명성 또한 서울 단편영화제 수상부터였다. 그래서 인지 '말아톤'의 2시간이라는 러닝타임은 단편영화를 찍 듯 짜임새 있고, 호소력있는 장면으로 채워졌다. 바로 짧은 시간내에 의미를 함축시켜야 하는 단편영화의 특성을 그대로 장편에 적용시킨 것이다. 마치 하나의 미술작품처럼 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되새김질하도록 말이다.
실패한 흥행주의, 성공한 작가주의?이렇게 같으면서도 다른 두 영화는 흥행적인 면에서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흥행공식을 적용했던 영화 '감사용'이 흥행에서 참패했던 것과는 달리 철저히 작가정신으로 만들어진 '말아톤'은 흥행과 평가면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일까?
우선 그 이유는 감성을 중시하는 국내 관객들의 취향에 무게를 두고 싶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드라마 공화국이다. 이는 최근 한류 열풍을 통해서도 입증이 된 바이다. 따라서 외국의 경우처럼 자금을 쏟아부은 블럭버스터가 무조건 성공하는 나라가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감성을 자극하는 디테일한 연기와 섬세한 연출이 뛰어난 영화들은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차지하는 나라이다. 따라서 영화 '감사용'처럼 실존 인물을 앞세워 드라마틱한 이야기 구성을 내세웠지만 2% 부족한 연출력과 연기력이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부족해 보였다. 흥행 공식을 잘 따라가긴 했지만 정작 기본에는 충실하지 못 했던 것이다. 반면 '말아톤'은 '감사용'이 놓친 기본에 충실하면서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리고 '말아톤'은 자폐아의 마라톤 도전이라는 누구나 공감이 가는 소재를 선택했다. 반면 '감사용'은 패전 처리 투수라는 어떻게 보면 대중적이지 못한 소재를 선택한 것이다. 여기에서 관객 호응의 차이가 극명히 갈렸다고 생각된다. 물론 두 영화 모두 어머니가 등장해 가족애를 상기시키는 하지만 일반 관객이 받아들이기에는 패전 투수와 어머니 보다는 자폐아와 어머니 쪽이 훨씬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말아톤'이 가져다 준 것이런 이유로 '말아톤'은 현재 수많은 경쟁작들을 제치고 연일 최고의 예매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 영화의 흥행은 연출력이 뛰어난 감독, 혼신의 연기를 보여준 배우 그리고 그 영화의 진가를 알아본 관객, 이 삼박자가 맞았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또한 '말아톤'은 그동안 기본보다는 자본 중심이었던 국내 영화 산업에도 경종을 울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연 이 영화의 파란이 앞으로의 한국 영화 발전에 어떤 기여를 하게 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곰..
박지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