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아무 데나 똥 싸고 말썽 피우는 우리 집 강아지 순실이를 우주선에 태워 날려버리고 싶어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얽힌 현 시국을 빗댄 대사가 나오자 관객석에서 웃음이 터진다. 비단 풍자뿐 아니라 간간히 터지는 유머가 작품의 활력소 노릇을 한다.
닐 세다카의 히트곡을 엮어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 ‘오! 캐롤’은 처음부터 끝까지 활기찬 분위기를 유지한다. 이야기는 어렵지 않다. 옴니버스처럼 9명의 인물의 유쾌한 러브스토리를 다룬다.
로이스는 결혼식 당일 신랑 레오나드에게 바람맞은 절친 마지를 위해 여행을 떠난다. 로이스는 마지의 새 출발을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
로이스는 파라다이스에서 허드렛일을 하지만 알고 보면 델의 노래를 직접 작곡한 매력적인 게이브를 만나 호감을 키운다. 파라다이스의 간판 가수이자 바람둥이 델은 게이브가 작곡한 노래를 자신의 것처럼 부르며 슈퍼스타를 꿈꾼다.
파라다이스의 간판 MC 허비는 파라다이스 주인 에스더를 오래전부터 사랑했다. 하지만 과거 아픔을 간직한 에스더는 그런 허비를 자꾸 밀어낸다.
향수를 자극하는 복고풍 뮤지컬이다. 젊은 층에는 올드할 수 있다. 스토리 보다는 노래와 쇼를 위주로 한 작품이어서 이야기의 구성은 다소 평면적이다. 하지만 부담 없이 따라갈 수 있는 쉬운 내용과 친숙한 넘버, 배우들의 열연으로 유쾌한 힐링 뮤지컬을 완성했다. 말미 모든 인물이 화해하고 사랑을 이루는 급격한 전개를 보이지만 이 또한 즐겁게 넘어갈 수 있다. 마치 허비와 에스더의 사회로 진행되는 쇼를 보러 온 것처럼, 추운 겨울에 가족과 보기 안성맞춤인 작품이다.
'오! 캐롤(Oh! Carol)', 원 웨이 티켓(One Way Ticket)', '스투피드 큐피트(Stupid Cupid)', '유 민 에브리씽 투 미(You Mean Everything to Me)' 등 추억을 소환하는 60년대 가수 닐 세다카의 넘버는 극의 따뜻한 이야기와 유쾌한 캐릭터와 어우러져 흥을 돋운다.
남경주와 임진아는 발랄한 중년의 러브라인을 보여준다. 만담처럼 주고받는 대화가 즐거움을 더한다. 남경주는 순정파 로맨티스트 역할을 노련하게 소화한다. 이따금 아재 개그를 선보이며 관객에 웃음을 준다. 임진아는 파워풀한 가창력을 자랑한다.
극에서 가장 돋보이는 인물은 델이다. 정상윤은 미워할 수 없는 야망가 캐릭터를 능청스러운 연기로 완성했다.. 허규와 안유진, 정단영 등도 각각 매력 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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