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이상규 기자] 축구와 럭비는 엄연히 서로 다른 종목입니다. 축구가 주로 발로 공을 차서 상대편의 골문에 골을 많이 넣는 것으로 승부를 겨루는 경기라면 럭비는 타원형의 공을 상대편의 골대에 찍거나 공을 차서 크로스바를 넘겨 득점을 얻는 스포츠입니다.
그런데 오카다 다케시(52) 신임 일본 국가대표팀 감독이 축구와 럭비를 결합해 일본인 만이 할 수 있는 축구를 하겠다고 밝혀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는 오카다 감독이 지난 7일 일본 주요 축구 감독들이 모인 전국축구 지도자회의에서 나왔던 발언인데 그는 럭비를 축구에 접목시켜 일본 축구가 세계를 제패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 소식은 8일 일본 스포츠 전문 매체 스포츠네비를 비롯한 여러 스포츠 언론의 메인 뉴스로 보도 됐습니다.
일반인들 관점에서 볼 때, 축구와 럭비의 결합은 쌩뚱(?) 맞습니다. 축구공을 럭비 기술처럼 가슴에 끌어안고 뛰는 모습이나 럭비의 거친 몸싸움 기술을 이용해 상대팀 선수를 넘어뜨리는 장면, 골대 안에 들어가 럭비의 득점 기술인 터치다운을 시도하는 것 등을 생각할 수 있겠죠.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런 장면들은 제 두 눈으로 지금까지 단 한번도 못봤습니다. 오카다 감독이 주장하는 일본인만 할 수 있는 축구는 일본인 특유의 비상한 머릿속에 나올지 모를 일이죠.
오카다 감독이 시도할 축구 스타일은 자신의 와세대 선배가 만들었던 럭비 이론을 접목 시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과거 와세대 럭비부와 일본 럭비 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고 오니스 데쓰노스케(95년 타계)가 주장한 키워드인 '접근-전개-연속'을 현 일본 국가대표팀 전술에 인용해 세계 축구의 전술을 흉내내지 않고 일본인만이 가능한 축구를 확실히 하겠다고 당시 일본인 지도자회의에서 다짐했다고 합니다.
오니시가 창시한 '접근-전개-연속'이라는 이론은 서양인과의 체력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몸집 작은 일본인의 특성을 살리기 위한 키워드입니다. 이 전법은 1960년대 와세다 대학에서 확립되었으며 '접근'은 좁은 공간에서의 싸움, '전개'는 민첩합과 기술을 살리는 것, '연속'은 지구력으로 공격하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마디로, 오카다 감독이 추구하는 전술의 최대 핵심은 '기술 축구' 입니다. 오카다 감독은 지난 1일 아사히 신문에서 "일본 선수들의 개인기는 세계 톱 레벨이다. 공격 펼칠 때 상대팀 선수와의 접촉을 피하면서 좁은 공간에서도 상대팀 선수를 효율적으로 제치는 그런 축구를 하고 싶다"며 일본팀에 접목시킬 새로운 전술을 공개하며 럭비 이론까지 접목 시키겠다는 거죠.
오카다 감독은 "과거에 만들어진 럭비 이론은 아직 살아 있다"며 탈 아시아를 꿈꾸는 일본 축구에 접목 시키겠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오노 쓰요시 일본 축구협회(JFA) 기술 위원장도 "이 이론은 일본인의 대표적인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다. 특히 연속이란 키워드는 일본 대표팀을 상대하는 팀들이 싫증낼 정도로 같은 것을 반복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오카다 감독의 발언이 허풍처럼 들리지 모릅니다. 그런데 오카다 감독은 지난달 20일 스포츠 호치를 통해 "2010년 남아공 월드컵 3위를 목표로 하겠다"고 말한적이 있어 일본 축구를 세계 정상으로 이끌겠다는 의지의 끈을 강하게 조였습니다. 그의 발언 때문인지 최근 일본 언론에서는 소리마치 코지 일본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베이징 올림픽 메달 획득을 자신했고 나카무라 슈조 우라와 레즈 단장도 올해 클럽 월드컵 우승으로 세계 최고의 팀이 되겠다고 말할 정도로 저마다 '세계 최고'를 자신했습니다.
'탈아시아'의 성공을 꿈꾸는 일본 축구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여운에 취하지 않고 다음의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90년대 부터 완벽한 클럽 시스템과 유소년 축구 시스템을 확립함으로써 아시아 축구에서 가장 탄탄한 기본기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일본 대표팀과 J리그 상위권 클럽들은 미드필드진에서의 섬세하고 세련된 패싱 플레이 정착에 성공했으며 '나카타-나카무라-이나모토-오노' 같은 일본 축구의 자랑인 '황금 미드필더 4인방'을 배출했고 하세베 마코토, 미즈노 코키, 혼다 케이스케 같은 테크니션 미드필더들이 최근 유럽에 진출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오카다 감독의 럭비 이론 접목 발언이 타당성을 얻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럭비 이론을 미드필더진에 집중 접목시켜 기술 축구의 최대화를 노리는 것이죠. 나카타 히데토시와 나카무라 슌스케의 유럽 무대 성공을 통해 일본 미드필더진은 세계에서 경쟁력 있다는 것이 일본 축구계의 판단입니다.
문제는 일본 축구의 고질적인 단점인 '걸출한 공격수' 부족입니다. 최근 오쿠보 요시토가 일본 대표팀의 원톱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실력있는 공격수가 부족한 편인데 이는 오카다 감독이 '세계 최고'라는 목표를 달성해야 할 최대의 과제라 할 수 있습니다.
[사진=오카다 다케시 감독 (C) 일본 시사통신 홈페이지]
이상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