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아영 기자] tvN 'SNL 코리아 시즌8' 출연진의 성추행 논란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른 사람의 외모를 비하하고 인권을 짓밟는 걸 유머로 포장해 온 우리나라 예능 프로그램의 문제이며 방송인들의 자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방송인 이세영은 지난 26일 'SNL8' 공식 페이스북에 게재된 동영상 때문에 비판의 대상이 됐다. 이날 호스트였던 그룹 B1A4의 무대 뒷모습이 담긴 영상에서 B1A4 멤버들과 'SNL8' 크루들이 인사를 나누는 가운데 여러 크루들이 B1A4의 특정 신체 부위를 만지는 듯한 모습이 담겼기 때문.
'SNL8'은 이후 공식 페이스북에 "불쾌감을 느꼈을 B1A4 멤버를 비롯해 팬들께 사과 말씀드린다"고 사과의 뜻을 밝혔으나, B1A4 팬 등 누리꾼들은 제작진과 출연진의 공식적인 사과문을 요구하면서 이세영의 하차 운동을 진행했다. 28일 이세영의 자필 사과문도 있었지만 '진정성이 없다'면서 논란은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사건의 당사자인 그룹 B1A4는 같은 날 진행한 컴백 쇼케이스에서 "사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경황이 없었다. 그래서 영상을 다시 한번 봤는데 걱정을 많이 하셨을 것 같다"고 팬심을 달래려고 노력했다. 소속사 WM엔터테인먼트도 "제작진을 비롯해 이세영에게 충분한 사과를 받았다"고 했다.
'SNL8'은 29일 "가장 큰 책임은 제작진에 있다"고 재차 사과했다. "이세영 개인의 잘못만은 아니다"며 영상의 배경을 "호스트의 사기를 북돋워 주기 위한 모임이었다"고 설명했다. 생방송을 앞두고 긴장한 호스트가 최상의 컨디션으로 방송에 임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진행된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적절한 선을 넘었고, 이런 행동을 문제의식 없이 유머로 생각했다는 것도 제작진의 잘못이라고 시인했다.
이는 'SNL8'만의 문제가 아니다. 많은 예능 프로그램 제작자들과 방송인들은 다른 사람을 비하하고 놀리고 괴롭히는 걸 웃음의 소재로 삼고, 불쾌해하는 상대방을 '예민하다'고 몰아간다. 장애인이 코믹한 캐릭터로 희화화되는 건 일상적이고, 뚱뚱하고 못생긴 건 코미디언의 천부적 재능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를 받아들이는 시청자는 이런 유머 코드를 받아들이고 일상에서 실천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SNL8' 때문에 이런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긴 했지만, 그 전에 이런 종류의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신체적 접촉이 없는 언어적 성추행은 때때로 '19금 드립'이라는 장르로 치부되기도 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희극인들이 'SNL8'의 논란을 남의 집 불구경하듯 팔짱 끼고 바라보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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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영 기자 ly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