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아영 기자] "드라마 주인공은 처음이었어요. 이번에야말로 신인이라 생각하고 임했죠."
배우 박민지는 MBC 일일드라마 '다시 시작해'에서 의대 졸업 후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백화점 판매 사원이 됐지만, 긍정적이고 당당한 나영자 역을 맡아 열연했다. 동그란 얼굴형에 큰 눈망울 때문에 20대 초반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동안인데, 박민지는 2005년 영화 '제니, 주노'로 얼굴을 알린 데뷔 11년 차 배우다. 인터뷰를 위해 엑스포츠뉴스와 만난 박민지에게 '경력', '베테랑'이라는 말을 했더니 손사래를 친다.
"평소에도 경력 있는 배우, 베테랑이라는 시선이 부담이었어요. 전 항상 신인이라 생각하고, 이번엔 특히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드라마라서 더더욱 그랬어요. 저는 주인공이 되면 대사와 분량이 많아진다고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막상 닥치니까 다른 배우와 호흡도 생각해야 하고 극의 흐름도 파악하면서 이끌고 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어요. 행복하고 즐겁기도 했지만 스스로 모자란 부분이 보여서 마음을 많이 쓴 게 사실이에요. 그래도 좋은 선배님과 감독님, 배우들을 만나 끝까지 해낼 힘을 받았어요."
전작인 tvN 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에서 장보라 역할을 맡은 박민지는 쾌활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주연 못지 않은 주목을 받았다. '다시 시작해'의 나영자는 장보라의 밝음에 성숙함과 배려심을 더한 캐릭터. 실제 성격은 장보라와 더 가깝다는 박민지는 나영자 역할을 하는 동안은 조금 더 어른스러운 생각을 하고, 차분해지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데뷔 후 첫 드라마 주연이라는 부담감을 완전히 떨쳐내진 못했지만, 그런 압박도 긍정적인 자극이고 성장의 촉매가 됐을 터다.
나영자는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는 '알파 신데렐라'로 보편적인 일일 드라마의 여자주인공과 차별화를 꾀했다. 박민지는 "저는 시청자분들이 주인공에 공감하고, 아끼는 마음을 갖고 봐야 한다고 생각해서 영 엉뚱하기만 한 캐릭터보다는 익숙함 속에 개성을 살리고 싶었어요. 사실 비슷한 캐릭터도 어떤 배우가 연기하느냐에 따라 각자의 매력이 달라지니까요. 저는 최대한 '나다움'을 유지하려고 했고, 감독님도 그걸 원하셨어요." 일주일 중 5일을 시청자와 만나는 일일드라마의 캐릭터인 만큼 익숙함도 장점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극 중에서 김정훈, 박선호라는 두 훈남으로부터 사랑을 독차지하는 역할이었지만 얄미운 악녀 고우리(그룹 레인보우) 때문에 바람 잘 날 없기도 했다. 놀랍게도 박민지는 121부작 내내 고우리로부터 맞기만 했다고 한다. 박민지는 "처음엔 억울했는데 맞는 게 마음이 편하더라"면서 나중엔 호흡이 잘 맞아 NG 없이 한 번에 끝내는 스킬을 알게 됐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더 극적으로 보일까' 액션 합을 고민하는 재미도 있었다고.
"(고)우리 언니에게 '나는 언제 악역하나' 하면 우리 언니는 '나는 언제 착한 역할 하지' 서로 부러워했어요"라고 말한 박민지는 "뭐든 진짜 못하는 건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가 한정된 역할만 할 수 있는 외모는 또 아닌 것 같아요"라고 강단 있게 말했다. 그는 "평소 이미지와 전혀 다른 역할을 맡으면 더 재밌을 수도 있잖아요. 언젠가는 다양한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유리 선배님도 참하고 선한 외모지만 연기력으로 악녀의 대명사가 됐듯이 연기력이 중요한 것 아닐까요"라며 눈을 반짝였다. 언제나 신인의 마음으로 다시 시작한 박민지의 제2막이 기대된다.
lyy@xportsnews.com / 사진 = 서예진 기자
이아영 기자 lyy@xportsnews.com